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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연예인이라 피해를 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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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연예인이라 피해를 보는 걸까? [해설] 카페 드로잉과 싸이 측 분쟁, 무엇이 문제인가
가수 싸이가 연예인이라서 피해를 보는 걸까.

현재 마찰을 빚고 있는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이야기다. 이 건물 주인이 가수 싸이다.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다. 양현석 YG 대표가 중재에 나섰지만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싸이가 연예인이라서 임차인, 즉 드로잉 측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 싸이 측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이들이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연예인 싸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다는 것. 한 발 더 나가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해 중재가 불발됐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온다.

논점이 흐려지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관련 사안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과연 카페 '드로잉' 측이 싸이라는 이름을 '우려먹기'하면서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게 사실일까.

예술가의 공간, 카페 '드로잉'

우선 카페 '드로잉'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이야기해보자. 카페 '드로잉'을 기획한 운영진 최소연 씨는 앞서 몇 차례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공간을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늘 건물주 때문에 쫓겨나야만 했다. 가게 운영이 잘되면서 임대료 인상은 당연한 일이었다. 감당하기 힘들었다.

오랜 기간 운영할 수 있는 가게를 고민했다. 수소문 끝에 당시 운영이 어려워진 가게를 권리금 6500만 원에 인수했다. 건물주는 일본인이었다. 임차인이 원할 때까지 월세를 처음 조건으로 그대로 유지해주겠다고 했다. 계약 특약 조건으로 임차인이 원할 시, 매년 계약이 연장 가능하다는 조항도 넣었다.

계약 후 4억여 원을 들여 건물을 미술관처럼 꾸몄다. 그렇게 가게 문을 연지 6개월이나 됐을까. 언제까지나 가게를 운영하라던 건물주는 다른 이에게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건물을 팔았다.

계약은 그대로 승계됐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재건축한다는 이유로 새 건물주는 최 씨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나갈 수 없었다. 그간 쏟아 부은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 권리금도 한 푼 받지 못했다. 더구나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해 가는 지금의 공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자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정하는 게 나을 거라며 조정안을 제시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재건축할 경우, 임대차보호법에 적용받지 못했다. 오랜 고민 끝에 최 씨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가게를 비운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2011년 12월 말의 일이다.

그렇게 합의조정이 있은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또다시 건물주가 바뀌었다. 다름 아닌 가수 싸이였다. 싸이 측은 곧바로 이전 건물주와 합의한 합의조정일, 즉 2013년 12월까지 건물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카페 드로잉 내부 모습. ⓒ테이크아웃드로잉

폭행사건으로 얼룩진 카페 ‘드로잉'

최 씨 입장에서는 가게를 비울 수 없었다. 전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겠다기에 어쩔수 없이 조정에 응했기 때문이었다. 알려진 바로 싸이 측은 건물을 재건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세입자(대형프랜차이즈)에게 임차하려 했다. 그렇게 될 경우, 기존 조정은 승계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만약 그런 식으로 승계가 된다면 자기네가 애초 건물주와 맺은 특약, 즉 임차인이 원할 시, 매년 계약이 연장 가능하다는 조항도 승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2015년 3월, 문제가 발생했다. 싸이 측이 '명도단행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싸이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그런 재판이 진행되는지도 몰랐던 최 씨였다. 알고 보니 싸이 측에서 재판 관련, 출석 공문을 최 씨 주민등록초본 주소로 보냈다. 최 씨 가게로 보내도 되는 것을 굳이 다른 곳으로 보낸 것이다. 최 씨는 자신을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일종의 '꼼수'라고 판단했다.

법원도 이에 동의했다. "임차인이 알지 못한 채 진행된 가처분의 결과대로 집행할 수 없다"며 최 씨가 싸이 측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이번에는 법원이 아닌 새로운 임차인이라는 사람이 용역 직원들과 가게로 찾아왔다. 계약서를 보이며 카페 드로잉 측에 나가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임차인이 제시한 계약서에는 보증금도 월세도 적혀 있지 않았다. 게다가 계약기간이 '두 달'에 불과했다. 최 씨는 싸이 측이 자기네를 쫓아내기 위해 '유령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했다. 법 집행도 아니었다. 법원에서도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었다. 그런데 임차인이라는 사람이 와서 나가라고 하니 납득하기 어려웠다. 나갈 수 없는 이유였다.

양 측 간 가게 점유를 두고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드로잉 측에 따르면, 운영진 A 씨가 물리적 폭행은 물론 성추행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로 A 씨는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비롯해 신경외과치료를 받고 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셈이다. A 씨는 이 사건 관련, 서부지방검찰청에 싸이 측을 고소했다.

▲ 새로 들어오려는 임차인의 부동산 계약서. 단 두 달만 임시로 계약한 상태로 계약금이나 보증금, 월세에 관해서는 명시돼 있는 게 없다.ⓒ 카페 드로잉

급물살 탄 교섭, 하지만…

이후 카페 드로잉 측과 싸이 측은 수평선을 달렸다. 결국, 양현석 YG대표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재에 나섰다. 그리고 한 달 가까운 협상 끝에 합의안이 도출됐다. 카페 드로잉 측은 미흡하지만 양 대표가 중재로 나선 안을 그대로 받았다. 일정 금액의 보상금, 그리고 작가 전시가 예정된 11월 30일까지만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싸이 측 변호사가 문제가 됐다. 애초 양 대표와 협상할 때, 운영진 A 씨의 폭행사건 관련, 형사고소는 취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양 대표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싸이 측 변호사가 이를 거부했다. 싸이 측 변호사는 드로잉 측이 제기한 폭행에 관한 형사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자신이 건 명예훼손 관련 민사소송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싸이 측 변호사는 협상 동안 변호사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5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드로잉 측은 "싸이 변호사는 건물주의 법률 대리인이면서 스스로 새로운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다"며 "드로잉 운영진 3인에게는 폭행에 대해 오히려 공식적으로 사과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한 운영진이 오히려 본인 직원들을 감금, 업무방해했다며 형사고소했다"고 주장했다.

드로잉 측은 "또한 폭력현장을 보고 글을 썼다는 이유로 디자이너, 작가 등에게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총 4000만 원의 보상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강제철거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싸이 측 변호사와 직원들. ⓒ테이크아웃드로잉

"그들을 포기하고 보상금을 받으라고? 그건 아니지 않나"

사실 카페 드로잉 측이 폭행사건 관련, 형사고소만 취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영업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보상금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드로잉 측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드로잉 측 운영진 최진안 씨는 "싸이 측이 가했던 폭력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라며 "이는 싸이가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더구나 폭력을 행사한 대상이 되레 우리 측 지인에게 수천만 원의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보상금도 없고, 소송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협박한다. 이것이 정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최 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연예인에게 돈을 바라고 이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10년 이상 함께 일 해온 동료가 부당하게 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우리와 관계된 작가들이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했다"며 "사실상 그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셈이다. 그들을 포기하고 합의를 할 수 있겠는가.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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