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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친박계 '과유불급' 사퇴론은 사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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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오 "친박계 '과유불급' 사퇴론은 사당화" 중진들 "유승민, 의총서 이미 재신임…왜 최고위서 또 논의하나"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 '구하기'에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나섰다. 1일 오전 전체 비공개로 진행된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중진 의원 대다수는 '유승민 사퇴론'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비박계 '맏형'과도 같은 이재오 의원(5선)은 친박계의 유승민 사퇴 주장을 민주정당에선 있어서는 안 되는 '사당화'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회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결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런 탓에 각 의원의 발언은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회의가 끝난 후 언론에 전달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는 당과 청와대에 모두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태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국회법 처리'라면서 '유승민 거취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라고도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유승민 사퇴 주장에 적극적이었던 당 지도부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의견, 의원총회의 결과를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 있는 자리"라면서 "거꾸로 청와대의 의견을 의원들에게만 전달하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사퇴를 주장한 서청원·이정현·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지난 전당대회 때 다들 수평적이고 대등한 당·청관계를 공약해 우리가 뽑아줬다"면서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회의가 있다.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라고도 주문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 불가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명예 퇴진론'에 대해 "퇴진에 명예로운 퇴진이 어디 있느냐"면서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서로 다른 견해가 모여 하나의 최선의 견해를 만드는 게 정치고 정당인데, 자기와 같은 생각만 하는 사람만 있고 다른 사람은 나가라고 하면 사당이 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비박 중진들 "유승민 이미 의총에서 재신임…최고위서 왜 또 논의하나"

4선의 이병석 의원도 나섰다. 그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리더십에 레임덕이 없는 이유를 이야기한 후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정·청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면서 "지금의 갈등은 분파적인 작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협상하던 당시 "의총에서 협상권을 전적으로 유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던 거 아니냐"면서 "그 이후 (25일 의원총회에서도) 4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결과를 도출했다. 대통령 거부권을 우리가 존중해야 하지만 유승민 사퇴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병석 의원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재신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던 의원총회 이후 "최고위원들이 따로 회의를 열어 사퇴를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것이다. 향후 거취는 유 원내대표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4선의 심재철 의원은 '당·청 소통 강화'를 강조하며 "정무수석을 빨리 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무수석 자리는 조윤석 전 수석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여야 합의 도중 돌연 사퇴하고 44일째 공석 상태다.

정병국(4선) 의원도 "최고위원회가 수습은커녕 문제를 키우는 것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후 "지도부가 중진의 의견을 참조해 정국을 잘 풀 거야 하는데, 지금까지 개진한 의견이 잘 반영이 안 되는 점"에 대한 지적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 의원 또한 작금의 당·청 갈등은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이를 어떤 한 사람한테 책임을 지워 희생양을 만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퇴 의총' 열겠다던 친박…이인제 "거취 묻는 의총은 파국"

이 같은 비박계 중진 의원들의 '따끔한 질타'에도 회의에 참석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유승민 사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재의 요구된 국회법을 표결 안 하는 것도 상당히 유감"이란 의사를 밝히며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우리가 다 알고 있다. 왜 외면하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태 수습을 위해선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단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사퇴는 빠를수록 좋다"면서 "중진들의 의견은 들은 것이다. 의견 개진한 것을 들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간 꾸준히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이인제 최고위원 또한 이날 역시 "유 원내대표가 파국에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의총을 하지 않는 것은 좋겠다. 이는 당·청이 파국으로 가는 길"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김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현황과 추가경정예산 보고와 관련된 발언만 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상황이 변한 게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이날 회의를 비공개로 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갈등과 분열을 하루빨리 수습할 수 있도록 '하실 말씀은 다 하시되 대변인 통해서 발표해달라'고 (참석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날에도 의원들에게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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