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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없는 정치 개혁, 파벌 다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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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없는 정치 개혁, 파벌 다툼뿐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정치 개혁의 모습
최근의 현실 정치는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친박'과 '비박'의 계파 싸움으로 얼룩져 있고, 야당은 혁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친노'와 '비노'의 파벌 다툼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진보 진영의 소수 정당들은 연합을 시도하지만 이미 존재가 시들어졌다. 그 어디에도 긍정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정치 상황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이에 현실 정치의 불판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들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어찌 보면 지금이 가장 강하게 요구가 이뤄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정치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어떤' 정치 개혁인지를 논의해야

문제는 정치 개혁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어떤 정치 개혁이어야 하는지'이다. 현실 정치의 판을 바꾸거나 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대부분 전문가뿐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국민도 원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목적을 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떠한 제도와 수단들을 새로 만들어낼 것인지, 그리고 기존의 어떤 것들을 대체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지금의 낡은 정치판을 갈아엎는 일은 이 목적, 제도, 수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들의 판단과 선택의 확고한 기준으로 삼는 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지난 20년 동안 반복해온 실수를 피하고,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초석을 세울 수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 개혁을 고민하면서 문득 떠오른 과거의 경험이 있다. 말년에 자신의 고민을 정리한 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프랑스의 한 정치학자는 정치를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남들이 비웃을지 모르지만'이라는 토를 달았다. 얼핏 이해가 잘 안 가는 말이었다. 국민 다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여겨온 필자에게, 프랑스 더 나아가 서구 유럽에서는 이런 주장이 어쩌면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이 노학자의 말에는 현재 '정치'가 갖는 의미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치란 '권력 투쟁'을 중심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지고 실제로 그렇게 제도화된 권력, 소위 통치 권력 내지는 공권력이라고 불리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다른 이해 집단이 싸우는 것, 그리고 그 싸움에서 나타나는 권모술수와 주고받기를 정치의 본연의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당을 이해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구는 '동일한 생각과 이해에 기반을 두고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형성되고 활동하는 조직'이다. 이 또한 '권력 투쟁'과 협잡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적과 수단이 바뀌어 버린 현실 정치

이런 기준에 따르면, 독재를 노리는 조직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권력 획득의 목적이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이해를 관철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여당 내 친박과 비박 사이에, 그리고 야당의 친노와 비노 사이에 보이는 내년 총선에서의 국회의원직을 위한 다툼이 바로 이런 의미의 정치를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정치에 대한 이런 왜곡은 언론에 의해 자행되고 재생산되는 측면이 매우 크다. 보수언론과 종편 프로그램들이 정치를 다루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결코 국민 다수의 행복을 말하기보다는 어떤 정치인이 권력을 어떻게 쟁취하거나 유지하는지 거의 매일 떠들어댄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정치의 본질인 양 호도한다.

이런 왜곡은 다수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으며, 어떤 세력이 권력을 잡더라도 자신들의 행복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게 한다. 더 나아가, '차악의 선택'이라는 즉 자신들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방해가 덜 되는 세력에게 표를 주도록 암암리에 조장하고 있다. '국민 다수의 행복 보장 및 증진'은 가장 중요한 목적이 아니며, 판단과 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도 아니게 되었다. 목적은 사라지고 오직 권력 획득이라는 수단만이 남아 있는, 그리고 모든 것이 이 수단에 함몰되어 버린 그야말로 수단과 목적이 전치된 상황이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 다수의 행복 보장 및 증진'에 있다

정치 개혁의 문을 열어야 할 지금, 이제는 정치를 권력획득, 권모술수, 이기적 이익을 위한 협상 등이 아니라, 보다 '국민을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과거에 존재했거나 현존하는 모든 공동체는 제도화된 권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관장하는 사람이나 조직들이 항상 존재했으며, 이들 사이에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도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핵심은 권력 획득의 목적과 권력의 정당한 사용에 있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란 일면적이거나 특정 행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목적, 제도, 수단, 그리고 과정이라는 네 가지의 다면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각 차원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체계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다. 이 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목적의 설정이며, 제도, 수단, 과정 등은 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여기서 앞서 제시한 프랑스 노학자의 규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즉 정치란 '한 공동체의 구성원 다수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목적으로서의 정치를 의미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수단들을 현실 정치판에 정착시켜야 한다. 현실에서 헌법, 정당법, 국회법, 선거법 등은 여러 기관을 만들고 이들의 역할과 기능들을 규정하며 일반 국민의 행태까지도 규정하고 있다. 이것들이 정치 제도들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수단들이지만, 이를 넘어서는 수단들도 있다. 예를 들어, 여야 간 또는 청와대와 여당 간에 여러 통로를 통해 협의하고 합의하는 관행도 일종의 수단이며, 시민단체들이 여야와 함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관행도 이에 속한다. 이것들은 공식적으로 제도화는 되거나 특정의 양식으로 굳어져 있진 않지만,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비정기적으로 또는 비공식적으로 작동한다.

'국민 다수의 행복 보장 및 증진'이라는 목적을 제도와 수단을 통해 달성해 가는 과정 또한 정치의 주요한 측면이다. 사실, 이 과정은 일반 국민의 참여와 직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만약 국민이 참여하게 된다면 자신들이 공유하는 행복과 그 조건들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데 일차적인 초점을 맞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치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 다수의 직간접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정당, 정치가, 고위 행정가 등에게 이 목적을 자신들의 인식과 판단의 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현실 정치판에서 추방하는 것도 정치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의 궁극적 목적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치 개혁은 단순한 정치 세력의 교체만으로 이해될 수 없다. 즉 친박에서 비박으로의 교체나 친노에서 비노로의 교체가 아니다. 그리고 보수 세력에서 진보 세력으로의 교체도 아니다. 핵심은 국민 다수의 행복을 제대로 보장하고 증진할 수 있는 세력이 현실 정치판에서의 주류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다수의 행복 보장 및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하며, 이들은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적 능력이나 정무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박근혜 정부의 2013 세제 개편안에 반대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12일 서울 여의도 도심 거리에서 열린 '중산층·서민 세금 폭탄 저지 특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에 주장되는 것이 가치와 정책에 기반을 둔 정당 내지는 정치 세력의 등장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의 정치 세력들은 기득권 유지와 보수적 질서 유지라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제도화된 통치 권력을 잡고서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소수 집단의 이익을 그대로 유지·보존하거나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즉,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이익이 아니라, 통치 권력을 잡는 동안(선거 이후 다음 선거까지) 이를 사유화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려고 하며, 이를 위해 지저분한 권모술수를 자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정치의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기며, 이를 국민 다수에게도 강제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대한민국호는 정치의 의미 자체를 바꾸는 대변혁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정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해 실제로 통치 권력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것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번의 정치 개혁 이후 대한민국호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란 복지국가의 온전한 실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 국민 다수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시키는 것인가?'에 있다. 그 구체적 모습을 알아야 국민 다수는 그것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거나 지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 복지국가 운동 내지는 복지국가 정치가 있다. 복지국가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이 될 수 있다.

복지국가 정치의 관점에서 복지국가란 크게 세 가지의 측면이 포함된 포괄적인 것이다. 하나는 사회복지 정책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국가를 의미한다. 여기서 국가란 청와대, 행정부, 의회, 정당, 공권력, 재정 등을 포함하는 제도들의 총합을 의미한다. 즉, 통치 제도로서의 국가가 국민의 복지 향상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삼고 여러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복지국가이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은 국가라는 통치 제도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 내에서의 구성원 덕분에 달성될 수도 있고, 비영리 기구나 마을공동체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즉, 공동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사람들이나 조직들이 통치 제도로서의 국가와는 별개로 국민 다수의 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복지국가의 '국가'는 '나라' 또는 '공동체'의 의미가 있다. 한자로 '국가(國家)'의 '국(國)'이 나라를 의미하는 것처럼, 공동체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되며, 공동체 차원에서 국민의 복지가 최대화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첫 번째 의미와 두 번째 의미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공동체로서의 국가(넓은 의미의 국가)가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치 제도로서의 국가(좁은 의미의 국가)가 국민 다수의 행복 보장과 증진을 제1차적 목적으로 삼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자원을 보다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통치 제도로서의 국가는 공동체로서의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국민 다수의 복지를 강화하는 활동을 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며, 그런 활동의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을 핵심적 책무로 삼는다. 따라서 통치 제도로서의 국가와 공동체로서의 국가가 국민 다수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데 유기적으로 공헌하는 것이 바로 복지국가의 가장 넓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복지국가의 건설이 복지국가 정치의 핵심이다.

복지국가는 '정치의 정책화'와 '정책의 정치화'가 일상인 공동체이다

결국 오늘날 대한민국호의 현실 정치를 개혁한다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을 가장 넓은 의미의 복지국가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 다수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것은 구체적 차원에서 보면 정책을 통해서 실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란 복지국가가 주축으로 삼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실제로 형성하고 결정하며 현실에서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정책은 단순히 일상의 사회적 위험들을 제거하기 위한 사회복지 정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 부문에서의 국민 다수의 행복은 경제 정책을 통해서 확보된다. 경제 민주화 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민 다수는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으며, 이의 충족은 국민 다수를 행복하게 만든다. 따라서 문화 정책도 복지국가의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이렇듯 복지국가 정치는 국민 다수의 행복과 결부된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유형의 정책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처럼 정치와 정책은 복지국가라는 틀 안에서는 동전의 앞뒤가 된다. 즉, 정치는 정책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국가 정책은 언제나 '국민 다수의 행복 보장 및 증진'이라는 목적을 추구하는 정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즉 정치는 '정책화'되고 정책은 '정치화'되는 것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나라가 바로 복지국가이다. 따라서 복지국가 정치나 복지국가 운동은 결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이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조만간에 도달할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번의 정치 개혁은 바로 이런 측면까지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제 정치 개혁의 목표와 과정은 명확하다. 국민 다수의 행복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와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력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즉, 앞서 제시한 복지국가의 세 가지 측면을 목표로 삼아, 이를 달성하기 위한 냉철한 이성을 갖추고 현실 정치의 권모술수적인 능력도 갖춘 세력이 현실의 정치판을 접수하여 새로운 정치의 장을 현실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 정치 운동이 이번의 정치 개혁과 맞닿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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