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미국 하원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Trans-Pacific Partnership)' 협정을 논의할 때 사용하도록 '무역촉진권한(TPA 또는 Fast-Track Authority)' 법안을 통과시켰다. 6월 24일에는 미국 상원도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는 지난 6월 29일 이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언론은 이 TPA 법안 통과로 인해 TPP 협정이 올해 안에 체결 가능해졌으며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경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TPA와 TPP를 둘러싼 미국의 정계와 경제계의 치열한 '정치 싸움'의 종합적인 분석과 파급 효과를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에게 물었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이뤄졌다.
전희경 : 결론에나 걸맞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바마는 이제 자신의 최종 목적인 TPP 최종 타결을 올해 안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그 같은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이번 TPA의 의회 통과로 TPP의 올해 안 최종 타결 가능성은 분명 커졌습니다만, 그렇다고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우선 TPP의 협상 자체가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의 최종 합의에 이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12개국을 포함하는 이 TPA의 가장 강력한 경제 국가 중 하나인 일본과의 합의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고 합니다. 구체적 내용은 극비에 부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 의원(매사추세츠 주)은 협의 중인 소위 '투자자-정부 소송제(ISD)'의 내용이 오바마 행정부의 비밀주의에 부딪쳐 어떻게 최종 결말이 날지 전혀 알 방법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도 아직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 노조 위원장 리처드 트럼카는 TPA 법안의 의회 통과 직후에 '이번 전투는 졌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습니다. 최종 합의된 TPP의 내용이 공개된후에 있을 의회의 '찬반 투표'에서 치열하게 싸우겠다는뜻입니다.
전희경 : 이번 TPA 법안의 미국 의회 통과를 지켜보면서 국제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의회의 동의 과정이 매우 전략적이고 복잡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언론도 그렇게 느꼈는지 "TPP, TPA, TAA, AGOA"라는 비꼬는 듯한 기사 제목을 달았더군요.
미국 의회 운영에 생소한 한국 독자들을 위해 다음 두 가지를 정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자주 나오는 용어(TPP, TPA, Fast Track authority, TAA, TE, AGOA 등)를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두 번째로, TPA 법안이 최종적으로 미 의회를 통과하기까지 약 2개월을 하원과 상원에서 투표 결과가 부결과 통과의 반전을 반복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연계 법안(Linked Bills)'과 '별개 법안(Standalone Bills)'이란 무엇인가요? 이 같은 '법안 묶음(Bill Packaging)' 투표 전략이 성공한 원인은 무엇인지요?
박영철 : 우선 경제 용어를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1)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Trans-Pacific Partnership) 협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칠레 등 경제 규모가 매우 작은 4개국이 시작한 자유 무역 협상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1월 이 협상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면서 참여국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일본의 참여 의사 표명으로 TPP는 12개국이 참여하는 거대한 다자간 무역 협상으로 변신했습니다. 체결될 경우 세계GDP(2014년) 36%, 총 무역 규모 26%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 무역권이 형성될 전망입니다.
2) 무역촉진권한(TPA, Trade Promotion Authority) 또는 무역협상신속추진권한(Fast-Track Authority) 법안은TPP의 신속한 타결에 필수 요건으로서 이 권한이 대통령에게 부여되면, 의회는 대통령이 다른 협상 국가와 합의한 국제 무역 협정을 보완 수정 없이 단순 찬반 투표만으로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오바마와 공화당이 전적으로 지지하는 법안입니다.
3) 무역조정지원(Trade Adjustment Assistance) 법안은 TPP 때문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의 재훈련을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입니다. 민주당과 노조, 시민 단체가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법안입니다. 오는 7월 말에 종료되는 법안이 이번에 다시 연장되었습니다.
4) 무역규제강화(Trade Enforcement) 법안은 TPP 협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율 조작과 불공정 거래 등의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법안입니다. 오바마, 공화당 그리고 민주당, 노조, 시민 단체 모두가 지지하는 법안입니다.
5)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 (Africa Growth and Opportunity Act) 법안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나라들의 상품이 미국에 수입될 경우 '무관세' 특혜를 주는 법안입니다. 4개 법안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법안입니다.
전희경 : 지난 5월 12일 미국 상원에서 TPA 관련 법안 4개에 대한 첫 번째 투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5일 하원에서 최종적으로 TAA 패키지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이 법안과 관련된 4개 법안에 대한 투표가 14회 정도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하고 중요한 질문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시간 낭비와 부질없는 당파 싸움같이 보이지만, 이 같은 의회 투표 과정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미국 민주주의적 정책 결정과 이견 분출을 조율하는 순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민주당이 집요하게 요구한 TPP 협상 내용의 열람이 일반인들에는 금지되고 극소수의 의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락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문서를 열람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 의원도 이 문서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무역 협상 고문이었던 마이클 웨셀은 "TPP에 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오바마의 비밀주의로 인해 불가능했다"고 비난합니다.
전희경 : 그렇다면 교수님은 이번 TPA 법안 의회 통과가 순전히 오바마와 공화당 원내 지도부의 '꼼수' 투표 전략의 산물로 보시는지요?
박영철 : 그렇다고 봅니다. 왜 이 같은 투표 상황이 발생했는가? 우선 오바마와 공화당, 그리고 민주당의 TPA에 대한 철학과 전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와 공화당은 수출 증가를 통한 지속적인 실물 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믿는 TPP를 올해 안에 체결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TPA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NAFTA 협정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 중인 TPP 협정이 미국 고용의 해외 이전과 심각한 노동 임금 정체, 그리고 악화하는 소득 불평등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지원하는 법안을 골라서 4개 법안을 만든 것입니다. 즉 공화당이 지지하는 법안 3개(TPA, TE, AGOA)와 민주당이 지원하는 법안 3개(TAA, TE, AGOA)를 합쳐 4개 법안(TPA, TAA, TE, AGOA)을 마련한 것입니다.
전희경 : 그랬군요. 이제 남은 문제는 "하원과 상원을 다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어떻게 이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느냐"가 되겠군요. 오바마와 공화당의 원내 지도부가 합심하여 만든 법안 통과 투표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박영철 : 오바마와 공화당의 투표 전략은 TPP와 TPA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을 설득하여 찬성표를 던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바마 본인은 내년 총선에서의 개인적 유세 지원과 지역 경제 지원 정책을 미끼로 민주당 당원을 설득했다고 하는데 일부 언론은 이를 '뇌물(Bribery)'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화당의 원내 지도부는 이 "4개의 법안을 어떻게 '묶어야(Packaging)'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까"에 투표 전략의 초점을 맞추어 '연계 법안'과 '개별 법안' 상정을 번갈아 시도했습니다.
전희경 : 서너 번의 실패와 성공을 거친 후 지난 6월 25일 최종적으로 TPA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군요. 최근 4~5년에 발생한 대외 경제 현안 중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받는 TPP 협정 체결에 관한 치열한 공방을 벌인 주요 당사자들, 즉 오바마와 공화당, 그리고 민주당과 시민 단체들의 찬반 주장과 경제적 논리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오바마 대통령, 공화당, 민주당과 노조 등 순서로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TPP에 관한 논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오바마의 입장과 경제 이념이라고 봅니다. 요약하면 다음 3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나, 오바마는 자유무역협정의 순진한 신봉자이다.
둘, 오바마는 미국 경제의 '패권주의(Exceptionalism)'의 신봉자다.
셋, 오바마는 TPP 최종 체결을 자신의 '경제적 업적'으로 남기려 한다.
전희경 : 오바마가 자유무역주의의 순진한 신봉자라 말씀하시는 근거가 무엇인가요?
박영철 : 우선 오바마가 미국의 TPP 참여 의사를 발표한 시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것은 2007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선고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미정부의 부실자산 긴급 구제 프로그램(TARP)이 한창 진행 중인 2009년 11월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TPP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칠레 등 경제 규모가 미소한 나라들이 모인 초라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불과했습니다.또 전임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던 유럽연합 28개 국가와의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협정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경제 상황에서 오바마는 금융 위기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실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최근까지 별 관심을 끌지 못한 다국적 무역 협정(Multinational FTA)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한 것입니다.
오바마는 TPP 협정의 '비용과 편익' 계산에서 편익이 비용을 월등히 추월한다고 주장합니다. 급성장하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수출입을 증가하여 미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시에 협정으로 손실을 보는 계층, 즉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의 손실을 보는 노동자들을 위한 재교육과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런 경우 TPP는 미국 실물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희경 : 오바마가 미국의 경제 '패권주의'의 신봉자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박영철 : 오바마는 TPP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명할 때마다 '미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거나 또는 '미국이 높은 수준의 세계 무역 규범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이 세계 금융을 거의 독점적으로 주도하고있습니다만 실물 경제, 즉 GDP 성장 면에서는 매서운 중국의 도전을 받는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이 최근 미국의 세계 1위 경제국 타이틀에 도전할 정도입니다. IMF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14년에 '구매력(PPP)'으로 계산한 GDP 지표로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국가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예는, 중국이 몇 년 전부터 미국 독주를 견제할 목적으로 IMF의 이사회 쿼터 제도 개혁을 주창했으나 별 진전이 없자,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창설하였습니다. 미국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이 은행 창립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최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경제 및 군사 주도권을 급속히 확장시키며 지정학적 위험을 조성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TPP 홍보에 '안보' 항목을 넣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바마는 TPP 프레임을 이용하여 미국의 경제 '패권주의'를 강화, 적어도 현상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봐야 합니다.
전희경 : 교수님은 오바마가 TPP 최종 체결을 자신의 가장 훌륭한 경제 유산으로 남기려 한다고 보시는지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오바마는 TPP를 이용하여 미국의 실물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자신의 친정인 민주당의 치열한 반대를 무릅쓰고 공화당과 손잡고 이번에 TPA의 의회 통과를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개인 욕심은 쇠도 녹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전희경 : 한국의 의원들이 자주 쓰는 '선당후사'가 아니라 '국익과 사욕의 공존'이라고 평가해도 될까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전희경 : 이제 TPP에 관련한 공화당의 전략과 경제 정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전통적으로 친(親)자유무역주의이며 친재벌이며 친월스트리트이며 또 미국의 경제 패권을, 특히 금융 독점을 통한 세계 금융 패권을 욕망하는 공화당은 오바마보다 더 열렬한 TPP 지지자입니다. 따라서 공화당 의원들은 TPP의 최대 수혜자인 대기업의 엄청난 정치 자금을 받아 왔습니다.
표를 보시면 2008년 8월~2014년 9월 동안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은 정치 자금 826만 달러를 받은 상원 의원이 바로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의장입니다. 반대로 가장 적은 금액14만 달러를 받은 의원은 TPA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입니다.
"2008년 8월에서 2014년 9월까지 TPA 법안을 적극 지원하는 대형 은행, 보험사, 제약 회사 등은 현임 상원 의원들에게 무려 2억1800만 달러의 정치 자금을 지원한 반면 TPA 법안을 반대하는 기업들은 겨우 2300만 달러(9분의 1 정도)를 지원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번 TPA 법안 논쟁은 공화당의 '꽃놀이 패'가 되였습니다. 왜냐하면, 오바마와 '동침'하여 TPA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하고 다음의 두 가지 선물까지 얻게 되었으니까요.
하나는 이번에 통과한 TPA 권한은 6년간 유효합니다. 따라서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이 탄생하면 그에게 주는 훌륭한 선물이 됩니다. 더구나 대기 목록 일 번이 공화당이 열정적으로 지원하는 유럽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입니다.
또 하나는 이번에 오바마와 전통 지지 기반인 민주당과 노조, 시민단체를 분열시켜 놓았습니다.
전희경 : 끝으로 이번 TPA 논쟁에서 민주당 진보 진영과 노조, 환경 단체 등이 주장한 반대 논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민주당 진보 진영과 노조, 시민 단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TPP 체결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선 오바마가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TPP는 '일자리 창출도 못 하고 무역 수지 흑자 발생도 불가능하고 따라서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오바마는 일자리, 산업 간 차이, 소득 분배, 경제 성장과 무역 간의 비용편익 분석을 보여준 적도 없다고 지적합니다
둘째, TPP는 미국 노동자의 임금 정체를 불러오고 소득 불평등을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노조위원장 트럼카는 지난 6월 8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우리의 목표는 무역이 확장됨에 따라 성장은 포괄적이고 번영은 공유되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TPP 협정은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조는 TPP 때문에 노동시간이나 최저임금, 환경법 등 미국 국내법이 무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셋째, TPP 협정에 포함된 거로 알려진 '투자자-정부 소송제(ISD,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조항은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FTA에 포함되는 '단골 메뉴'로 항상 큰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 ISD 조항은 합의한 투자협정 등의 불이행으로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가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권한이 있으며 해당 정부는 이 센터의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노조는 TPP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 조항에 의해 600여 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각 정부의 자치권에 우선하는 통제를 휘두를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민주당 진보 진영의 스타인 엘리자베쓰 워렌 상원 의원이 이 조항이 불러올 대기업의 횡포를 매섭게 질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워렌 상원 의원은 지금까지 진행된 TPP 협정 문서를 열람한 극소수 의원의 한 명이라는 사실입니다.
넷째 진보 진영의 조셉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제프리 삭스 등 유명한 경제학자들도 TPP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TPP가 국가 간 무역 협정이 아니라 다국적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협정이며, 환경문제와 소득 불평등을 악화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섯째, 앞으로 주목할 사항은 2017년 대선에 TPP 협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TPP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합의된 TPP 협정 최종안이 의회의 찬반 투표를 전후하여 또 한 차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될 개연성이 큽니다.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TPP에 관한 입장이 매우 애매하고 곤혹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TPA 법안에 반대한 워렌 상원 의원을 지지한다고 깜작 선언했습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노조와 시민 단체의 표를 얻기 위한 유세 선언으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지금부터 대선 유세까지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가 TPP 협정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전희경 : 이해 당사자들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의원들은 우왕좌왕 하면서 투표하고 싸웠군요. 교수님과 인터뷰를 시작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끝낼까 합니다. 결과는 TPP 협정 체결에 필요한 TPA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오바마가 서명을 하였습니다.
이제 TPP 협정은 올해 안에 타결될까요?
박영철 : 가능성은 크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지난 2개월간 치열한 당파적 정쟁으로 점철된 TPA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가까이서 지켜본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세계 금융과 실물경제에 대한 자국의 주도권을 강화 내지 현상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TPP 체결은 이 같은 오바마의 경제 패권주의 정책 성취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원광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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