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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중국과 러시아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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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리스 위기? 중국과 러시아를 주목하라! [주간 프레시안 뷰] "메르켈은 왜 오바마에 굴복했나"

지금 세계의 이목은 온통 그리스에 쏠려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가 그리스 국민들의 삶, 나아가 공정하고 평등한 유러피언 드림의 꿈을 파탄 낼 것인가에 쏠려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가 태동하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을 앞세운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경제질서는 보다 평등한 경제 개발, 보다 공정한 인간적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위기 와중에 AIIB 공식 출범

그리스와 유럽연합 간의 외채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 6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협정식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왔던 세계 금융 질서의 재편을 위한 중국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자금 대출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이 은행에는 한국을 비롯해 57개국이 가입했습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참여했습니다. 올 연말께 공식 출범할 이 은행은 자본금은 982억 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중국이 30.34%에 해당되는 297억 8천만 달러를 부담해 최대 지분국이 됐습니다. 중국은 투표권에서도 26.06%를 확보해 주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됐습니다. 비회원국 지원, 총재 선출 등 주요 안건들은 75%의 찬성을 확보해야 통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가 8.52%를 냈고 러시아(6.66%), 독일(4.57%), 한국(3.81%) 등이 주요 출자국입니다.

그 동안 아시아 지역의 개발 지원은 미국과 일본이 지배해 온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IB 주도국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날 협정문 서명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단결과 협조, 개방과 포용의 정신으로 아시아 인프라 발전과 공동 번영에 적극 이바지하자"며 "이 은행이 기존 국제금융기구와 협조해 더 나은 국제경제 규범을 발전시키고 각국의 수요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브릭스, SCO 정상회담을 동시 개최한 이유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창설을 위한 움직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 서부 바시키르공화국의 수도 우파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브릭스(BRICS) 정상회담 및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이 그것입니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남아공 등 각 대륙 신흥 경제 강국들의 협력체입니다. 세계 인구의 40%, 세계 GDP의 30%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 간의 협력기구입니다. 여기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현재 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란이 가입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미국과 서유럽을 제외한 주요 강국들이 참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러시아가 브릭스 및 SCO 정상회담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연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한 미국의 군사 포위 및 경제 봉쇄를 뚫어내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리 우샤코프는 7일 러시아 언론 R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러시아는 브릭스 및 SCO의 의장국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두 기구의 정상회담을 동시에 여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두 기구는 건설적이며 안정적인 국제 상황을 추구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와 중국은 두 기구 모두의 회원국이며 인도는 브릭스 회원국이자 SCO에는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구 대국이자 경제, 군사 강국인) 이 세 나라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국제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회원국 간 경제 협력 문제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사태와 그리스 위기 등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재정지원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또한 이란의 SCO 가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협상이 타결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후에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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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벌써 5번째 러시아를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사업과 푸틴이 추구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간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야흐로 유라시아 경제 협력이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이미 이번 회동에서는 경제협력의 가시적 성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브릭스 5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원국의 외환위기 때 긴급 대출을 해줄 수 있는 960억 달러 규모의 달러기금 조성에 정식 합의했습니다. 중국이 가장 많은 410억 달러를 냈고 러시아, 인도, 브라질이 각각 180억 달러, 그리고 남아공이 50억 달러를 출연했습니다. 오는 7월 30일 이 기금이 공식 출범하게 되면 회원국이 그리스와 같은 외채위기에 빠졌을 때 이 기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이 그리스 구제금융 때 요구했던 것과 같은 가혹한 긴축 요구는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약화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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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브릭스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출범에 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자본금 1천억 달러 규모의 이 은행은 이미 지난 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창설에 대한 기본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면 올해 말 중국 샹하이에 본부를 둔 신개발은행이 활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초대 총재로 선임된 인도 출신의 쿤다푸르 카마스 총재는 내년 4월 1일 첫 대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신개발은행이 회원국의 경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습니다.

러시아 2위의 민간은행인 VTB의 안드레이 코스틴 총재는 "신개발은행은 러시아에게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World Bank)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다. 왜냐하면 세계은행은 러시아에는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신개발은행이 "브릭스 최초의 경제협력기관이라면서 앞으로 이 은행이 브릭스 회원국 간 협력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했습니다.

한편 코스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간 무역 결제를 달러가 아닌 회원국 통화로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중국 위앤화와 러시아 루블화가 주요 결제 통화가 될 것이라면서 이 방안이 성사될 경우 브릭스 회원국 간 교역의 40-50%는 달러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브릭스 회원국의 GDP는 세계 GDP의 30%를 차지합니다. 그동안 달러가 석유 거래를 비롯한 국제 교역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미국은 막강한 달러 패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브릭스 교역의 위앤, 루블 결제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달러 패권은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달러를 앞세운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력이 약화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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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은 왜 그리스 위기를 막지 못했을까?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그리스 위기를 막지 못한 것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책임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로써 메르켈이 위대한 독일 총리로 기억될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스 위기의 악화로 유럽 통합의 꿈이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메르켈은 오는 11월 22일로 재임 만 10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메르켈은 유럽 최대의 경제 강국 독일을 이끌면서 '유럽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유럽 문제에 관해서는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입니다. 당연히 그리스 외채 문제도 메르켈이 좌지우지 해왔습니다. 메르켈의 과제는 유럽 통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그리스 사태를 위기로 키우면서 유럽 통합의 꿈은 사실상 끝이 났습니다. 서독을 서방진영의 일원으로 확실하게 편입시킨 콘라드 아데나워, 동서독의 화해를 성사시킨 빌리 브란트, 독일 통일을 이룩한 헬무트 콜에 맞먹는 명재상의 반열에 오를 기회도 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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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은 메르켈이 일찌감치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든가, 아니면 과감한 부채 탕감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전자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일찍부터 주장했던 방안입니다. 그러나 메르켈은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 채 사태를 위기로 키워버렸습니다. 그저 IMF를 비롯한 트로이카(IMF,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뒤에 숨어 사태를 수수방관했습니다. 메르켈이 그리스에 대한 과감한 부채 탕감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독일 국민의 혈세로 게으르고 무책임한 그리스 국민들을 구제한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때문, 또는 재정건전성(유로존 회원국의 흑자 재정) 유지 등 신자유주의적 이념에 사로잡힌 때문이라는 식의 설명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식의 설명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는 <슈피겔>의 지적대로 애당초 구제금융 작업에 IMF를 끌어들인 것이 실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IMF가 참여하는 순간부터 메르켈은 오바마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바마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미국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를 위해 강력한 부채 회수를 요구했고 메르켈은 결국 굴복했던 것입니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 가운데) ⓒAP=연합뉴스

<슈피겔>은 메르켈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이유는 독일의 주권이 미국에 예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적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미국의 군사적 보호(또는 지배)를 받고 있는 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이후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적 전통이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변질된 것도 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독일은 군사주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름의 군사주권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독자적 경제체제를 수립하려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미국이 이런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대하면서 군사,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독자적 경제체제를 수립하고 여기에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면 할수록 미국의 세계에 대한 경제 지배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군사주권이 없으면 경제주권도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그리스 위기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유럽연합은 이제 더 이상 세계가 본받아야 할 공정하고 평등한 경제체제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유러피언 드림'은 종말을 고한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시도하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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