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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영 "창비·문동 침묵은 비평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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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영 "창비·문동 침묵은 비평의 죽음" "창비, 문동이 오만한 정치권력과 뭐가 다른가"
문학평론가 오길영 충남대학교 교수가 신경숙(52) 작가의 표절 사태에 대한 창비와 문학동네의 침묵을 두고 "비평의 죽음"이라며 절망감을 표했다.

오 교수는 15일 자신의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두 가지 유감 : 윤지관의 궤변과 문학 권력의 침묵'이라는 글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창비와 문학동네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구에 불응했다. 신 씨 표절 사태와 관련한 논란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 교수는 "이번 토론회 불참은 묵살의 한 표현"이라며 "다시 한 번 오만한 권력의 모습을 확인한다"고 개탄했다.

이어서 "'우리'가 힘을 가졌으므로, 너희들이 뭐라고 떠들든 상관없이 우리는 갈 길을 간다. 그게 지난 수년간 우리가 확인한 오만한 정치권력의 모습이었다"며 "지금 창비나 문동(문학동네)이 보이는 모습이 그런 정치권력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되물었다.

오 교수는 이번 사태가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두 출판사가 침묵을 지키는 현상을 두고 "내가 간곡히 제안했던 '백낙청 체제' 혹은 '문학 권력 체제'의 자발적 해체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신경숙이라는 상품 가치를 끝까지 옹호할 수 없다면, 그들이 지닌 상징 권력의 힘을 활용하여 또 다른 문학 상품을 개발하고 옹호하고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은 출판계의 태도가 "가뜩이나 나락에 떨어진 한국 문학의 어두운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 것"이라며 "이미 독자들은 한국 문학의 민낯을 확인했고 더 나은 읽을거리와 '문학 상품'을 찾아 떠나고 있다"고 비관했다.

오 교수는 다산연구소 소식지에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미숙한 시인은 흉내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말을 인용해 신 씨를 감싼 윤지관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도 비판했다.

윤 교수는 앞서 "작가가 미시마의 작품을 읽었든 아니든, 그 사실을 기억하든 못하든, <우국>의 일부 문장이 '전설'에서 전혀 다른 감정에 결합되어 빛나고 있다면 작가는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신경숙은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주었다"고 썼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중함을 가장한 궤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엘리엇의 표현을 두고 "앞선 선배 작가들이 이미 쌓아놓은 문학적 영토 안에서 활동해야 하는, 후대 작가나 시인이 개척해야 하는 새롭고 독창적인 영토를 만들기가 매우 어려운 과업이라는 것"이라며 "이런 창작의 과정에서 설령 앞선 작품을 인용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인용에 대해 적절한 표기와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오 교수는 "엘리엇의 말이 머나먼 한국에서 어느 표절 작가의 입장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걸 안다면, 엘리엇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라고 탄식했다.

오 교수는 윤 교수가 "오랜 기간 동안 창비의 문학론을 강력하게 옹호"해 왔다며 "창비 편집진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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