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열린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에서 양측은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자신들의 주권사항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남북 간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남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공동위원회 남측 수석대표인 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은 16일 공동위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북측은 노동규정에 따라 임금을 자신들이 정한대로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우리 쪽은 임금 문제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차원에서 임금 문제도 유연한 입장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이야기했지만 북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연간 임금 상한선 규정을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남한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최저임금 50달러와 연 임금 상한선 5% 조항 삭제 △임금의 50% 수준으로 지급하던 가급금(초과수당)을 50~100%로 상향 등을 요구했다.
남북 양측이 회의 의제를 두고 각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강조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도 이번 회의가 사실상 결렬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이 단장은 "우리 측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구상을 설명하고 3통 문제 개선, 임금제도 선진화, 출퇴근 도로 및 남북 연결도로 개보수, 탁아소, 임산부 영유아 대상 보건 의료 분야 지원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은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에 대해 남한의 5.24조치를 거론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장은 "북측은 출퇴근 도로 등 기반시설 보수에는 관심을 보였으나 3통 문제 등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를 회피하는 등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양측은 차기 회의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 단장은 "구체적이고 편리한 날짜를 유연하게 북측에 요구했지만 북측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구체적 일자를 합의하지 못하고 회의를 종료했다"고 전했다. 북측의 요구란 임금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양측은 통상적으로 회의를 마무리하는 이른바 '전체회의'도 생략했다. 회의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양측의 이견이 컸다는 방증이다. 공동위원회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원총국 부총국장은 회의가 끝난 후 평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안 한 것보다 못했다. 앞으로 이런 회담 할 필요 없다"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1년 만에 공동위가 재개된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단장은 "공동위가 재개돼서 여러 현안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3통 문제와 같은 발전적 정상화에 대해 북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아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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