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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족, 이제 설악산까지 망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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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족, 이제 설악산까지 망치려나 [주간 프레시안 뷰] 막무가내 환경 파괴, 최문순은 뭐 하나

토건국가 대한민국이 이제 마지막 남은 산지까지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번 기억을 더듬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토건국가' 속성은 정권에 관계없이 유지·강화되어 왔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갯벌을 막았습니다. 당시에도 새만금호의 수질이 악화되어 물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결국 지금 새만금호 내부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등급 수준에 불과해서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천혜의 갯벌을 막는 사업은 막무가내로 진행되었습니다.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위해 2조5천억원을 투입했다는데, 그 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막대한 정부예산만 낭비되었을 뿐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 대운하'를 들고 나와서 강을 망가뜨리려고 했습니다. 반대가 심하자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꿔 강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곳곳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습니다. 22조 원의 사업비도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배임 사건입니다. 돈을 낭비하고 강 생태계만 파괴하고 끝난 4대강 사업은 인간이 생태계를 잘못 건드릴 경우에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때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술 더 떠서 새로운 생태파괴 토건사업을 벌이려 합니다. 더 이상 바다나 강에서는 파괴할만한 곳이 없는지, 이제는 산을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투자를 활성화한다고 하면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명목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이라는 거창한 명목입니다.

그러나 왜 유망 서비스 산업에 케이블카가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숲과 산을 파괴해서 건설하는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국내에 설치된 대부분의 케이블카 사업은 적자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20여 곳 중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3군데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케이블카 설치가 무슨 대단한 사업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입니다.

케이블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산지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산지관광특구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특구'라는 말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법을 무시하는 초법적인 지대'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산지를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여러 법률(자연공원법·산림보호법·산지관리법·초지법 등)을 무시하고, 관련된 규제를 일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사도 25% 이하· 표고 50% 이하로 제한한 산지전용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산을 마구 파헤치고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발해서 짓겠다는 것이 호텔, 의료시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수많은 리조트들이 생기면서 대형리조트들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부영이 운영하던 무주 덕유산리조트도 작년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업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설악산. ⓒ연합뉴스

그렇지만 이런 발상은 실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설악산 정상부에 관광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와 강원도, 경제계의 합작품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로 알려진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7월 16일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지속성장 방안 마련'이라는 제목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정부와 강원도,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설악산 정상부에 최소 4성급 이상의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 세미나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박주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했고, 이들 모두가 이런 방안에 대해 찬성했다고 합니다.

설악산 꼭대기에 관광호텔이라니…. 정말 어이없는 발상입니다. 호텔이 지어지면 그곳까지 사람들이 이동을 해야 합니다. 결국 도로를 닦거나 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국립공원지역인 산 정상부에 대규모 시설이 들어선다면 온갖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리고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결국 여러 면에서 생태계에 큰 훼손을 가져오고, 많은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설을 짓는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런 대규모 개발사업은 결국 외부자본이 들어와서 하게 될 것인데, 그로부터 이윤이 나온다고 한들 외부자본이 갖고 갈 것입니다.

자연환경은 현 세대가 마구 쓰고 파괴해버려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잠깐 자연환경을 빌려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토건국가 대한민국은 자연환경을 자본의 탐욕에게 갖다 바치고 있습니다.

정말 문제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막무가내 식 환경파괴 행위에 야당 소속인 최문순 지사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 새누리당'이라는 얘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과거에 새만금 갯벌을 막을 때에, 전라북도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입을 모아서 '새만금 개발'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름만 바뀐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가 설악산을 파괴하려 합니다. 토건에는 기득권 양당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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