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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이 스크린도어 정비사 대변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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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이 스크린도어 정비사 대변할 수 있나?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선거제도 ⑧
2015년 4월 초부터 시작됐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활동이 별 성과 없이 8월 말로 임기가 종료됐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중앙선관위 산하에 독립기관으로 두기로 한 것과 내년 총선에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이 전부였다. 정작 반드시 처리됐어야 하는 중요한 안건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총선에서 유권자의 절반에 이르는 투표수가 사표가 되어 문제가 심각한 기존의 선거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지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선거구 조정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어떻게 배분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이것들은 여야 지도부에서 일괄 타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필자는 선거제도의 변경보다 중요한 정치개혁은 없기 때문에 진작부터 지도부가 나서서 제대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관련 기사 : 4.29 재보선이 선거제도보다 중요한가?)

그런데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기로 한 것은 사실 큰 문제이다. 지역구 확대에 따라 필연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다수 정치전문가들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다. 정치학자, 시민단체, 진보성향의 정치인 등은 우리의 의원 수가 OECD 평균보다 부족하고, 또 행정부 견제부족과 소수에 따른 과도한 특권 등의 근거를 들어 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의원 수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인원을 동결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국민 여론을 더 중시한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론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헌재결정에 따른 선거구 조정에서 지역구가 증가하는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비례대표 확대에는 찬성의견이 더 많았다, 그런데 거대 양당은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 데에는 동조하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의원들은 비례대표 축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고, 또 그들과 그 주변에서 이것이 마치 현실정치의 한계인 양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묵인하거나 동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이기적인 요구일 뿐이다. 그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와 같은 지역구 의원들이 그동안 우리가 직면해 온 비정규직,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했었어야 하고, 또 앞으로도 할 것으로 기대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그들은 지역이기주의에 빠져있을 뿐이다. 지역구를 더 늘리고자 한다면 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지에 대해 정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구 의원들이 최근 서울 강남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정비기사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러한 비정규직은 계속해서 더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이들을 대변해야 할 정치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개특위를 포함하여 거대 양당은 국민이 원하는 비례대표를 늘리는 데에 동의해야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국정을 돌보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관련 기사 : 국회의원 수 줄이면 정치가 나아질까?)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전체 의원정수를 확대하지 않으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은 없을까? 방법은 있다. 그동안 필자가 주장해 온 것이 바로 그것이며, 최근 중앙선관위의 제안도 이와 동일하다.

그것은 현행 국회의원 300석을 지역구 200석과 비례대표 100석으로 배분하자는 것으로, 현재 246개의 지역구 의석을 일부 축소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당위적 이유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현재 상당수의 지역구 인구수가 25만 명에 근접하고 있어서, 16개 광역시도별로 일부 지역구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으로 선거구 획정이 손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는 문제(☞관련 기사 : 지역구 국회의원, 오히려 줄여야 한다…왜?)에 대해 그 조정방안을 광역시도 선거구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해 왔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부산, 대구, 경북, 경남, 제주의 선거구 조정에 대해 살펴보겠다.

▲ [표1]. 부산, 대구, 경북, 경남, 제주의 선거구 조정안 비교. ⓒ조성복

위 5개 지역 간 기존의 의석당 인구수 차이는 심할 경우 3만 명에 이르고 있다. 표1에서 보듯이 헌재가 결정한 기준을 단순히 따르더라도, 이러한 격차는 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의 제안대로 의석당 평균인구수에 따라 의석수를 설정할 경우, 그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다만 제주도의 경우, 광역단위 의석 배분에서 결정된 대로 의석을 1석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의석 당 평균인구수가 많은 것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 [표2]. 평균인구에 따른 부산의 선거구 조정결과 (18석→14석) *기존 지역구 인구는 2012년 총선 인구 기준 / 평균인구(B)는 25만 5759명 ⓒ조성복

부산은 기존 18개 지역구를 14개로 줄여야 한다. 먼저 중구동구와 영도구를 통합한다. 두 번째로 북구강서구 갑과 을을 통합하여 25만 명을 초과하는 부분을 부산진구 갑과 을에 배분한다. 세 번째는 남구 갑과 을을 통합하여 남는 부분을 수영구와 조정한다. 끝으로 사하구 갑과 을을 통합하여 서구와 조정하면 선거구 조정이 완료된다.

▲ [표3]. 평균인구에 따른 대구의 선거구 조정결과 (12석→10석) *기존 지역구 인구는 2012년 총선 인구 기준 / 평균인구(B)는 25만 5759명 ⓒ조성복

대구는 동구 갑과 을을 통합하여 북구 및 수성구을과 조정한다. 그리고 달서구 갑과 병을 통합하여 달성군과 조정하면 선거구 조정이 완료된다. 그 밖의 지역들은 약간의 조정을 통해 평균인구수에 근접하고 있으며, 특히 세 군데 지역은 아무런 조정 없이 이미 평균인구수와 거의 일치한다.

▲ [표4]. 평균인구에 따른 경북의 선거구 조정결과 (15석→11석) *기존 지역구 인구는 2012년 총선 인구 기준 / 평균인구(B)는 25만 5759명 ⓒ조성복

경북의 선거구 조정은 먼저 김천시와 상주시를 통합하고, 안동시와 문경시/예천군을 통합하여 일부 인구를 군위군/의성군/청송군에 넘긴다. 그리고 영주시와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을 통합하고, 끝으로 영천시와 군위군/의성군/청송군을 통합하면 기존 15석을 11석으로 줄일 수 있다. 이미 5~6곳 지역구는 아무런 조정 없이 평균인구수에 근접하고 있다.

▲ [표5]. 평균인구에 따른 경남의 선거구 조정결과 (16석→13석) *기존 지역구 인구는 2012년 총선 인구 기준 / 평균인구(B)는 25만 5759명 ⓒ조성복

경남은 3석의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데, 먼저 창원시마산합포구와 창원시마산회원구를 통합하여 초과인구를 창원시진해구로 이양한다. 이어서 진주시 갑과 을을 통합하여 통영시/고성군과 조정한다. 끝으로 의령군/함안군/합천군을 분할하여 함안군은 의령군은 밀양시/창녕군과 통합하여 하나의 선거구를 만들고, 의령군/합천군은 산청군/함양군/거창군과 통합하여 하나의 선거구를 만들면 된다. 이미 지역구 6곳은 그대로 평균인구수에 근접하고 있다.

▲ [표6]. 평균인구에 따른 제주의 선거구 조정결과 (3석→2석) *기존 지역구 인구는 2012년 총선 인구 기준 / 평균인구(B)는 25만 5759명 ⓒ조성복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인구수가 가장 작은 제주도는 광역별 의석배분에서 기존 3석에서 2석으로 조정되었다. 그래서 의석 당 평균인구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많은 편이다. 제주시을과 서귀포시를 통합하고 일부 인구를 제주시갑과 조정한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비례의석이 1석 배정되기 때문에 제주도의 전체의석은 현재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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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복
조성복 교수는 1986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7년 30대 중반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2000~2007년까지 쾰른 및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2007년 쾰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베를린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후 2010년에 귀국하여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국회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냈습니다. 저서로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독일 사회, 우리의 대안> <독일 연방제와 지방자치>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등이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조교수의 사치'를 통해 우리 사회현상과 정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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