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정부는 지난 7월에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력수요를 뻥튀기해서 예측을 했습니다. 정부는 2029년까지 매년 2.1%씩 전력 총소비량이 늘어난다고 예측했습니다. 2.1%면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1인당 전력소비량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2년 2.5% → 2013년 1.8% → 2014년 0.6%'로 떨어져 왔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매년 2.1%씩 증가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예측이 아닙니다.
매년 2.1%라는 것은 상당한 증가율입니다. 누적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복리' 이자가 붙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정부는 올 여름의 피크타임 전력소비량이 8090만 kW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7691.6만 kW에 그쳤습니다. 정부예측에 비해서 거의 400만kW가 못미친 것입니다. 400만kW라면 원전 4개 분량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최대전력소비량도 정부예측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전력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얼마나 엉터리 정책을 펴고 있는지는 아래의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이 됩니다. 아래의 그림은 전력거래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최근 5년 간 최대전력 실적입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 여름의 공급예비율은 피크타임 기준으로도 16.5%에 달했습니다. 공급예비율이란 최대 전력수요에 비해 얼마나 많은 발전소들이 남아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즉, 고장이 나거나 정비에 들어가 있는 발전소를 제외하고 필요하면 발전에 투입할 수 있는 예비발전소 비율을 말합니다.
이 공급예비율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10%를 밑돌았지만, 2014년 이후에는 10%를 넘어서서 올해 여름에는 16.5%까지 올라갔습니다. 예비발전소가 충분한 수준을 넘어서서 넘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뻥튀기 수요예측의 증거는 계속 추가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한전이 발표하는 <전력통계속보>를 분석한 결과를 오늘(9월 3일) 발표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의 전력판매량은 39,394GWh로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7월 전력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요? 지금 한국의 에너지다소비 업종 중 상당수는 구조 개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전체 전기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소비 증가율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산업용 전력소비 증가율은 지난 2014년 1분기 4.3%, 2분기 2.8%, 3분기 2.5%, 4분기 1.4%, 2015년 1분기 0.9%, 2분기 0.7%로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철강, 반도체, 섬유산업의 감소폭이 뚜렷합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이들 업종의 전력소비량이 떨어지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명백한 사실을 무시하고 엉터리로 '뻥튀기' 수요예측을 한 것입니다.
관심있는 언론들은 올 여름에 화력 발전소 10곳 중 6곳이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전소 가동순서가 후순위인 천연가스(LNG)발전소들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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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인데도,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같은 대규모 발전소들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니, 한심한 상황입니다.
지금같은 상황이면, 정부의 예측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전력소비량은 그렇게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나치게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면, 오히려 전력소비량은 정체 내지 감소추세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금도 발전소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핵발전소는 필요치않다는 것을 올해 여름의 전력수요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핵마피아들의 이권을 위한 엉터리 계획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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