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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종식 이끌 '푸틴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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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종식 이끌 '푸틴의 한 수' [주간 프레시안 뷰] 미국의 군사적 폭주, 제동 걸릴까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라는 '푸틴의 한 수'가 시리아 내전 종식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부터 악화된 난민 위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푸틴의 이슬람국가(IS) 격퇴 및 평화협상 제안에 적극 호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까지 아사드 정권 제거에만 열을 올리던 미국도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평화협상이 시작된다 해도 4년 반이나 계속된 시리아 내전의 해결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협상이 재개된다면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추진해온 적대적 정권에(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등) 대한 전복 공작은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미국의 태도 변화, 그 이유는?

이제까지 시리아 내전에 관련해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아사드 정권의 제거였습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아사드 퇴진이 시리아 내전 종식의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케리 외무장관의 유럽 순방에서 이러한 태도에 변화가 드러났습니다. 아사드의 즉각 퇴진에서 한 발 물러선 것입니다. 게다가 러시아, 이란의 협상 참여도 환영한다면서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이달 초 단행된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개입에 대해 당초 강한 경계심을 보였던 것과는 영 딴판의 태도 변화입니다.

러시아는 이달 초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러시아 해병 200명을 비롯한 군사고문단과 함께 지대공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배치했고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조립식 건물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4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미국 정부는 그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보였습니다. 시리아 내전을 빌미로 러시아가 중동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위험한 움직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9~20일 케리 장관의 영국, 독일 방문 이후 드러난 입장은 당초와는 크게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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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케리 장관은 지난 19일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후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아사드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왔다"면서도 아사드의 퇴진 시기에 대해서는 "첫 날 혹은 첫 달이 될 필요는 없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또한 악화되고 있는 난민 문제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반드시 협상을 해야 한다"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혹은 영향력이 있는 그 어떤 나라든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는 협상의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푸틴 및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극력 자제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서방 외교관들의 단골 메뉴였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또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지원 문제를 아예 꺼내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러시아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 민스크 협정만이 해법이며 모든 당사자는 이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푸틴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애를 쓴 것이죠.

다음 날 독일에서는 놀라운 발언이 나왔습니다. 케리 장관과 회담을 마친 프랭크-월터 스타인마이어 외무 장관이 "우리는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점증하는 군사적 개입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는 이어 미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은 "당분간 각자의 국익을 제쳐두고" 당면 현안 해결에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앞서 푸틴은 "우리는 지정학적 야망을 제쳐두고 이른바 이중기준을 버려야 한다. 특정한 테러그룹을 직·간접적으로 동원해 자국이 좋아하지 않는 외국 정부를 전복하려는 따위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온건 반군을 이용해 아사드 정권을 제거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행태를 겨냥한 것입니다. 나아가 스타인마이어 장관의 발언은 푸틴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국익은 아사드 제거입니다. 반면 러시아의 국익은 아사드 정권 유지입니다. 시리아는 중동의 몇 안 되는 러시아 우방국이며 시리아 타르투스항은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 해군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지이기 때문입니다. 아사드가 제거되면 타르투스항 사용권마저 사라지는 것이죠. 당면 현안은 세계의 공적이 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고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내전에 의한 시리아 난민의 유입은 유럽에는 최대 골칫거리입니다. 세계가 당면 현안에 힘을 모으자는 것은 푸틴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푸틴의 제안을 외면한 채 아사드 제거에만 골몰해 왔습니다. 미국의 우방인 독일의 외무 장관이 미국의 국익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을 한 셈입니다. 그럴 만큼 유럽 난민 위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미국 역시 유럽 우방국들에 떨어진 '발등의 불(난민 유입)'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린 것입니다. 이에 따라 케리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아사드 정권 유지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비판을 입 밖에 내지 못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푸틴은 유럽 국가들이 엄청난 난민 유입 위기에 몰리면서 시리아 내전 종식을 간절하게 원하는 상황을 틈타 군사 개입이라는 강수를 둔 것입니다. 국제 공조에 의한 IS 격퇴 및 협상에 의한 시리아 내전 종식이라는 자신의 방안에 유럽 국가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파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게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등을 떠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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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실무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크렘린 궁 홈페이지


그런데 21일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모스크바의 푸틴 대통령 관저를 전격 방문한 것입니다. 약 3시간에 걸친 이 깜짝 방문에는 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 합참의장이 수행했습니다. 중동 지역에 러시아 군대가 진입한 상황이라면 이스라엘은 당연히 최대 동맹국인 미국을 찾아 대책을 논의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워싱턴이 아닌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우선 오바마의 이란 핵타결로 더 이상 미국을 믿을 수 없게 된 사정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세계 2위의 군사강국인 러시아와 맞붙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성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시리아 공습에 참여해 왔습니다. 시리아의 방공망이 초토화 됐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공습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대공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제공하면서 공습에 따른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만에 하나 러시아가 지상군을 파병한다면 러시아 군대와 전투를 벌여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예상됩니다. 결국 네타냐후는 러시아 군사 개입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스라엘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푸틴을 찾게 된 것입니다. 러시아와의 군사 충돌만은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총리의 푸틴 방문은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의 외교적 입지가 강화됐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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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로 돌아간 미국의 아사드 제거 작전

사실 푸틴은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협상에 의한 내전 종식을 추구했습니다. 반면 오바마는 무력에 의한 아사드 제거를 추진했습니다. 200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의 폭로가 이를 잘 말해줍니다. 영국 <가디언>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러시아가 아사드 퇴진을 전제로 한 내전 종식을 제안했으나 미국 등 서방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죠.

그에 따르면 2012년 2월 22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 회담에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가 "(서방이) 반군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고, 당장 아사드와 반군의 회담을 주선하며, 아사드가 모양새 좋게 물러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내용의 제안을 했으나 미국·영국·프랑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티사리는 "서방은 아사드가 수주일 안에 쫓겨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자신들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유럽 난민 행렬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고 개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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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13년 8월 아사드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미국이 공습에 나서려 하자 이를 무마하고 내전 종식을 위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푸틴이었습니다.

미국은 최근까지도 이른바 (IS가 아닌) 온건 반군에 의한 아사드 제거의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자그마치 5억 달러를 들여 5000명의 온건 반군을 양성해 시리아 내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미국의 계획은 백일몽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에는 아사드 정부군과 IS만이 주요 전투세력일 뿐, 온건 반군은 유명무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실상은 언론 보도 및 미군 장성의 증언에서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우선 중동 지역을 관장하는 미 중부군의 로이드 오스틴 사령관은 지난 16일 상원 청문회에서 현재 시리아 전투 현장에서 활동하는 미국 양성 반군은 불과 4~5명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영국 BBC는 미국이 양성해 시리아에 가장 먼저 투입한 반군 54명이 알카에다에 의해 전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수년간 중앙정보국(CIA)이 약 1만 명의 반군을 양성했으나 별 쓸모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반군 1명을 훈련하고 무장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자그마치 10만 달러(1억2000만 원)나 됐다고 하는군요. 아사드 제거를 위해 그야말로 돈잔치를 한 셈입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IS의 급부상 이후 미국이 중동전쟁에 쏟아 부은 비용은 모두 40억 달러(4조8000억 원)나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비평가는 현재의 시리아 내전은 '오바마의 베트남 전쟁'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시리아의 호치민(아사드)을 제거하기 위해 끝없는 수렁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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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력에 의한 아사드 제거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미국도 평화 협상 쪽으로 기우는 모습입니다. 물밑 접촉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사력의 시리아 진입이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 15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은 케리 장관에 전화를 걸어 시리아 문제에 관한 군사회담을 제안했습니다. 18일에는 애쉬턴 카터 미 국방 장관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양국 국방장관 접촉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입니다.

다음 주 뉴욕 유엔총회를 주목하라

그러나 아직 시리아 평화협상의 재개가 공식화된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 <아시아타임스>의 외교분석가 바드라쿠마르는 다음 주 뉴욕 유엔총회에서 미국,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주요 관련 당사국들 간의 접촉이 예상되며 여기서 협상 재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는 특히 관련 당사국들이 각기 처한 입장 때문에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푸틴이 강력하게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고 여기에 유럽 국가들이 동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아사드 제거를 도왔던 우방국들도 전투를 계속하기가 어려운 사정입니다. 터키는 쿠르드 반군과의 전투에 발이 묶여 있고, 사우디는 예멘 사태 처리가 우선입니다.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해 영향력을 키우려던 카타르가 이를 포기했고, 이집트는 최근 들어 아사드보다는 IS 등 이슬람 과격파가 더 큰 위협이라는 러시아의 평가에 동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협상 재개의 동력이 크다는 것이죠.

사실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난민 위기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가 빚어낸 것입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2014년말 현재 세계의 난민은 5950만 명인데, 지난 한 해에만 1390만 명이 늘었다고 합니다. 최근 10년간 증가 숫자는 2200만 명입니다. 바로 미국이 주도하고 지원한 이라크 전쟁, 시리아 내전의 여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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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유고슬라비아를 시작으로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 등에 대한 미국의 침공 중 유엔의 승인을 받은 군사작전은 아프간이 유일합니다. 나머지 미국의 침공은 모두 미국의 필요를 위해, 즉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권의 제거를 위한 일방적 군사행동이었습니다. 세계 평화를 짓밟은 건, 바로 미국이었던 겁니다. 또한 미국은 2000년 이후 나토의 동진과 함께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등에서 민주주의를 내세운 은밀한 공작으로 러시아의 세력권을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갔습니다. 이번 시리아 사태에 대한 푸틴의 대응은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산물입니다. 만일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미국의 군사적 폭주에도 일정한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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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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