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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만에 재회한 부부…북측 남편 손 못 잡는 남측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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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만에 재회한 부부…북측 남편 손 못 잡는 남측 부인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시작…오랜 세월 탓에 한 때 서먹
1년 8개월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됐다. 남북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지만, 60년이라는 오랜 세월 탓에 잠시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20일 오후 3시(현지시각)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됐다. 남측 부인인 이순규(85) 씨와 북측 남편인 오인세(83) 씨는 65년만에 재회의 기쁨을 누렸다. 오 씨는 "할매 나는 말이야, 고생도 하고 아무것도 몰랐던 말이야. 전쟁으로 인해서 우리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인 이순규 씨는 "65년 만에 만났는데 그냥 그래요. 보고싶었던 거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지. 평생을 떨어져 살았으니까 할 얘기는 많지만 어떻게 (3일만에) 다 얘기해.. 나는 결혼하고 1년도 못살고 헤어졌으니까"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 남측 부인 이순규(왼쪽) 씨와 북측 남편 오인세 씨가 65년 만에 다시 만났다. ⓒ연합뉴스

오 씨의 아들인 오장균(50) 씨는 "1949년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해서 6개월 20일 정도 살았는데, 아버님은 1950년 6월 경에 동네 사람이 훈련 열흘 정도만 받으면 된다고 해서 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고 헤어지게 된 사연을 전했다.

북측 남편 채훈식(88) 씨와 남측 부인 이옥연(88) 씨도 65년만에 다시 만났다. 채 씨는 부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이 씨는
"이제 늙었는데 (손) 잡으면 뭐해"라면서 애써 눈길을 피했다.

채 씨는 아들에게 "너희 어머니가 나 없이 혼자서 가정을 책임지고...아버지를 이해해다오. 나를 위해서 (너희 어머니는) 일생을 다 바쳤다"면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채 씨는 "나는 10년을 혼자 있다가 통일이 언제될지 몰라서..."라며 북측에서 재혼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측 부인인 이 씨는 고개를 돌렸다.

채 씨는 1950년 8월, 전쟁이 발발된지 2개월이 지난 시점에 행방불명됐다. 아들인 채희양 씨에 따르면 "어머님 말씀으로는 당시 전쟁 시기라 징집이 많이 됐는데 아버님도 안동 훈련소 갔다가 돌아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온 그날 밤 주무시다가 잠깐 다녀올게 하시고는 그 길로 연락이 두절됐다"며 헤어진 경위를 전했다.

갓 돌을 지나 아버지와 헤어졌던 남측 채희양(65) 씨는 아버지인 채 씨를 보자마자 "아버지 제가 아들입니다"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함께 상봉에 나온 채 씨의 남측 손자들이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채 씨 역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얼굴도 기억하기 힘든 남측 딸 이정숙(68) 씨를 만난 북측 아버지 리흥종(88) 씨는 이 씨가 "나 정숙이야"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거린 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상봉에 함께한 리 씨의 동생 이흥옥(80) 씨는 리 씨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자 '오빠'라고 부르며 달려나갔고 이후 딸 이정숙 씨를 리 씨에게 소개했다. 그런데 리 씨는 두 살배기 때 헤어졌던 딸을 잘 알아보지 못했고 주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버지와 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딸 이 씨는 "아버지, 딸 정숙이 보고싶었어요?"라고 물었고 아버지 리 씨는 "소원 풀었어"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한편 북측 가족 중에는 동반 가족 없이 홀로 상봉장에 나온 경우도 있었다. 남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나온 김종근(85) 씨는 조카들을 만나자 환하게 웃으며 차분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들은 사진과 가족관계도를 꺼내서 한 명 씩 안부를 확인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남북 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환영 만찬, 21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에 이어 22일 마지막 날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상봉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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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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