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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시리아 해법, 가속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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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시리아 해법, 가속도 붙었다 [주간 프레시안 뷰] "중동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 미국"
시리아 내전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푸틴은 지난 20일 저녁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내전 해결 방안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2011년 2월 시리아 내전 발생 이후 아사드가 시리아를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영국 BBC 방송은 내전 상황에 대한 아사드의 자신감이 커진 것과 함께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해법이 군사 개입에 이어 외교 방안으로 진전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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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러시아와 미국은 시리아 영토 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전투기와 미국 전투기 간의 우발적 사고 방지를 위한 양국 국방부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개입을 공식적으로 용인했음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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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9일 캐나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으로 압승한 쥐스탱 트뤼도 차기 총리는 20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시리아 및 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 공습에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 전투기 6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 RT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야말로 국제 테러리즘과의 대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세계적 지도자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시리아 사태 해결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러시아로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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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러시아 개입 없었으면 반군들에 더 많은 영토 빼앗겼을 것"

아사드는 20일 러시아 정부가 제공한 비행기 편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과 3시간 동안 회담을 가진 후 21일 귀국했습니다. 그는 "시리아의 통합과 독립 유지를 위한 러시아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면서 "모스크바의 군사 개입이 없었다면 반군들은 더 많은 영토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푸틴은 러시아의 개입은 시리아 합법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으며 시리아 반군 중에는 구소련 공화국 출신 4000여 명이 포함돼 있는 만큼 개입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이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한 전문가는 내전 종식 방안의 일환으로 아사드의 국외 망명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담이 끝난 후 푸틴은 시리아 내전의 관련 당사국인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터키 에르도안 총리, 그리고 이집트 및 요르단 최고지도자들과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아사드 정권에 적대적인 사우디와 터키가 푸틴의 외교 해법에 즉각 동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불과 2~3주 전만 해도 푸틴의 평화 해결 제안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이들 국가들이 그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푸틴의 외교적 승리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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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관련 당사국들이 푸틴의 외교 해결 제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월 30일 러시아의 군사 개입 이후 내전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중동 전문 기자로 꼽히는 영국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곧 무너질 것만 같았던 시리아 정부군이 몰라볼 정도로 강력해졌다고 전합니다. 러시아 공군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반군의 근거지를 속속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전 단위도 200~400명에서 800명으로 늘어났으며, 현재 정예 4개 사단이 터키 국경 방면으로 진출 중이라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스라엘마저도 러시아의 공습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피스크에 따르면 시리아 내 러시아 공군기지와 이스라엘 국방부 간에 핫라인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양국 전투기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특히 그동안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의 시리아 및 이란 병력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던 이스라엘 전투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을 두려워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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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퓌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미 전문가 "러시아, 중국, 인도의 중동 개입 바람직"

현재 미국은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에 대해 반대도 협력도 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방해할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한때 미 국방부의 중국정책 팀장을 맡았으며 현재 존스홉킨스대학 대서양관계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린 박사의 <아시아타임스> 기고문은 미국 정부의 속내를 보여줍니다.

그는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한 P5+1(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 방식을 시리아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미국은 셰일 에너지 개발로 에너지 자급을 넘어 수출까지 하게 돼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반면 중동 에너지 자원에 대한 최대 투자국인 중국, 그리고 이슬람 테러리즘의 위협에 직면한 러시아, 인도 등이 시리아 및 이라크 등의 테러 대처에 나서는 것은 세계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미국은 이제 중동 지역 테러 문제에 별 관심이 없으니 더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러시아, 중국, 인도가 나서보라는 얘깁니다. 그의 주장을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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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박사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 P5+1의 외무장관이 뉴욕에 모여 P5+1 방식에 의한 시리아 문제 해결책을 논의했습니다. 회담이 끝난 후 유럽연합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이란핵문제 해결에 공헌한) P5+1 방식을 지역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시리아 문제가 최우선 해결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서방 동맹국들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지구동맹'을 결성했으나 여기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또한 유엔 승인 하에 아프간 및 이라크 반군 세력 격퇴를 위한 정부군 양성 계획(나토 훈련 계획: NTM-1)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러시아, 중국은 배제돼 있습니다.

그러나 자국 내에 상당한 무슬림 인구를 포함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 인도는 이슬람 테러리즘의 잠재적 피해 당사국들입니다. 특히 중국은 이라크의 석유 및 가스 자원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라는 점에서 이라크 상황이 불안정해진다면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 9월 대탱크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 전투기 CH-4B 등 이라크 정부에 대한 군사지원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중국이 주도하는 샹하이협력기구(SCO)는 인도, 파키스탄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이슬람국가 등 이슬람 극단세력에 대한 회원국들의 대처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인도 또한 러시아와 사이버 분야에서 대테러전쟁 공조를 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이슬람국가와 연계된 무장세력의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쿠르드족도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개입을 환영하면서 이에 대한 서방의 공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슬람국가와의 전투에 선봉대 역할을 해 왔던 이들은 최근 미국이 터키의 쿠르드 소탕 작전을 묵인한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집트도 지난 6월 SCO에 가입 신청을 냈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전투를 적극 지원하지 않은 데 대한 대응입니다. 이집트는 지난 6월 러시아, 그리고 9월에는 중국과 지중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가졌습니다.

린 박사는 러시아 주도의 대테러 국제공조에 이미 이란, 이라크, 시리아 정부가 참여했고 중국, 인도 등 SCO 회원국 및 이집트 등이 암묵적 지지를 밝힌 만큼 유엔의 공식 승인 하에 이들과 미국, 유럽이 공동전선을 편다면 이슬람국가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보다 효과적이고 진정한 지구적 동맹이 결성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러시아, 중국, 미국, 이란, 이집트, 요르단, 터키, 카타르, 사우디 등이 시리아 내전의 관련 당사자들로서 "최고의 효과적 대테러전쟁을 위해 상시적 소통 채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아프간과 주변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나토와 러시아, 중국, 인도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러시아, 중국 등을 배제한 미국 주도의 아프간 평정이 실패로 드러난 만큼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범세계적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만일 미국 및 나토와 인도, 중국, 러시아 등이 함께 손을 잡는다면 분명히 보다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린 박사는 지난 해 이후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 격퇴 작전이 실패한 이유는 지상군 병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프간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역의 이슬람 극단 세력이 이슬람국가 휘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현재 시리아 반군 중에는 2000여 명의 체첸 출신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즈벡 정보기관은 약 5000명의 우즈벡 용병들이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도 2000~3000명의 이슬람국가 전사들이 진출해 있으며 중국은 이들이 중국 국내에 침투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샹하이협력기구는 자체 평화유지군 창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만일 유엔이 승인한다면 이슬람 테러 세력과의 전쟁에 대규모 병력과 자금을 댈 의사를 밝혔습니다. 최대 10억 달러의 전쟁 자금과 세계 어디에든 파병할 수 있는 8천명의 전투 병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중국에게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안정은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이 지역들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06년 레바논전쟁 이후 1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데 이어 남수단(1천명), 말리(5백명) 등에 병력을 파견해 놓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중국인 기술자 및 노동자 5만~10만 명이 상주해 있습니다. 한마디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안정은 미국보다 중국에게 더 중대한 과제가 된 셈입니다.

린 박사는 결론적으로 "유엔 승인 하에 중국을 비롯한 유엔 국제연합군, 또는 유럽 등 다국적 혼성군이 중동 사태에 개입하게 된다면, SCO 회원국 등은 국제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진정한 지구적 동맹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은 빠져 있을 테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러시아, 중국, 유럽 국가들이 잘해보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방해를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린 박사의 의견은 개인적 견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미국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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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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