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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유승민과 초당적 의견 그룹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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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부겸 "유승민과 초당적 의견 그룹 만들고 싶다" [인터뷰] "'박근혜 심판론'으론 필패…문재인, 이순신 리더십 보여야"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삼수생이다. "지역주의, 기득권, 과거라는 세 개의 벽을 넘으려 한다"면서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만 세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여당 입장에서 김 전 의원은 껄끄러운 존재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지만, 40%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얻어 새누리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수성갑 지역 민심을 다져왔던 김 전 의원은 최근 또다시 "정치의 비정함"을 맛보기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같은 지역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김 전 의원은 김 전 지사에게 공개편지를 써서 "한국 정치에는 비극이 하나 있다. 영남에서 태어나 민주화 운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든 경우"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도 김 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선전하고 있다. 그런 김 전 의원이 최근 <공존을 위하여-우리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더난 펴냄)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대담집을 출간했다.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의원이 자주 거론한 단어는 우리 사회의 '격차'와 '갈등' 해소였다. 김 전 의원은 "현재 우리 사회에는 빈부 격차를 비롯한 많은 갈등이 있는데, 문제는 이를 조정할 만한 경험도 능력도 우리가 쌓아오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정치권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합리적 보수'의 상징이 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나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진보 개혁 그룹으로서 당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당적을 떠나 "정치인의 책임 윤리를 사고할 수 있는 (초당적인) 의견 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합리적 개혁과 보수'의 연대를 강조한 김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미래의 아젠다가 아니라, 변경할 수 없는 과거를 놓고 국민을 또 갈라놓았다"면서 "우리 공동체가 완전히 갈라질 것을 생각하면, 국가 지도자로서 현명한 처신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분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전 의원은 "이른바 친노와 비노 간에 적대감과 불신이 극에 달했다"면서 "어떤 정치를 해도 '우리를 위한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우리 세력을 제거하려는 음모'라고 보니까 끊임없이 악순환만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에게 "억울하지만 백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장에 나선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전홍기혜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새누리당에서는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이 나오고 있는데, 요즘 대구 민심은 어떤가?

김부겸 : 조금 착잡한 것 같다. 대구가 당 대표이든 대통령이든, (윗선에서) 언제든지 사람을 갈아치워도 별문제 없는 지역 대접을 받는 데엔 화가 나 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대구 시민의 기대만큼 못 해준 정치인에게도 화가 나서 마음이 복잡한 듯하다.

게다가 대구 경제가 참 힘들다. 자식들이 취직이 안 된다. 1년에 1만 명 이상이 대구를 떠나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런 중에 제가 정치적 실험을 한다니까 저를 지켜보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대구 시민들이 느끼는 답답함이 아직 실질적인 정치적 변화나 역동성으로 나타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견고하고, 국정 교과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는 흔들리지 않는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그런가?

김부겸 : 대구 시민들이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고,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육영수 여사다. 대구 시민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모성본능과 비슷하다. 박 대통령이 힘들고 정치를 못할 때는 안타까워하고, 대구 시민이 보기에 사사건건 시비나 거는 듯한 야당을 야속해 한다.

하지만 대구 민심이 요지부동은 아니고, 조금씩 선택이 흔들리긴 한다. 대구가 보수, 수구의 아성이라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누군가 '당신이 애호하는 기류와 이런 건 다를 수 있지 않나' 하는 얘기를 안 해줬을 뿐이다. 다만, 대구 시민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나 질서를 지켜왔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쉽게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는 묘한 의무감 같은 게 있다. 물론 세대 간 의사 결정의 간극은 있다. 20~40대는 세대의 가치를 공유하지, 지역의 가치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와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40%가 넘는 득표율을 얻었다. 많은 야당 지지자들이 '김부겸 신화'가 이뤄질지 기대하다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출마에 걱정하더라.

김부겸 : 지난 16일 리얼리터 여론조사에서 14.2%포인트 앞섰지만 그건 수치상이고, 정당이 우리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민심이 바뀔 수 있다. 그래도 45~50% 정도는 저를 지지해준다. 제일 눈물겨운 일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국가 지도자로서 현명한 처신 아냐"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은 100% 국민 통합을 얘기했지만, 우리 사회에 갈등이 요즘 들어 더 커진 것 같다. 특히 대통령이 국정 교과서 의제를 던지고 나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 갈등이 고조됐는데, 국정 교과서 사태는 어떻게 보나?

ⓒ프레시안(최형락)
김부겸 :
정말 어쩔 수 없이 국민을 또 갈라놓았다. 그것도 미래의 아젠다로 가르는 게 아니라, 변경할 수 없는 과거를 놓고 갈라쳤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면 이런 카드는 쓰면 안 된다. 행정부 시행령으로 하는 분야라 야당으로서는 저지할 수단도 없어서 참 안타깝다.

어느 역사학자가 "사람의 얼굴과 생각, 목소리가 다르듯이 역사를 보는 눈은 인간의 인식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나의 생각과 안목으로 통일하려 하느냐"고 말하던데, 제 생각도 그렇다. 우리 안에 이념 편차와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역사교과서로 단일화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우리 공동체가 완전히 갈라질 것을 생각하면, 국가 지도자로서 현명한 처신은 아니다.

그렇다고 서로 싸워서는 문제를 풀 길이 없으니까, 우선 양쪽이 한발씩 물러나서 전문가 토론에 맡기자는 것이다. 정치권은 선무당이다. 부분만 보고 선무당 잡는 여당이나, 친일 미화라고 싸움 프레임 거는 야당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에서 교과서 문제 외에도 노동 개혁 법안, 경제 활성화 법안 등 처리를 압박했는데, 어떻게 봤나?

김부겸 : 우리로선 화가 나는 일이다. 싸움은 엉뚱한 데 붙여놓고, 본인은 국민에게 돋보이는 용어는 다 가져갔더라. (☞관련 기사 : 목소리 커진 朴 대통령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인데…")

지금 국민 다수는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를 사회적 강자라고 보고 있다. 제일 급한 게 일자리 문제라고 본다. 대통령이 그런 데서 균열을 내면서 아젠다를 던지던데, 저는 노동 개혁의 과제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머리에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우리한테 막 던지셨다는 점이다. 국민이 이해 못 하는 방식으로 드라이브를 걸면 어떻게 해결하겠나?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도 동의하지 않는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 아닌가?

"공존의 토대 속에서 갈등 해결책 모색해야"

프레시안 : 최근 신간 제목이 사회 갈등에 대한 평소의 고민을 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김태훈 칼럼니스트와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더난 펴냄)라는 제목의 대담집을 냈는데, 어떤 내용과 고민이 담겼나?

김부겸 :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분열과 갈등에 대한 책임 없이는 대한민국은 한발 앞으로 못 나간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빈부 격차를 비롯한 많은 갈등이 있는데, 문제는 이를 조정할 만한 경험도 능력도 우리가 쌓아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가가 그런 노련한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것 같다. 그러면 각 주체가 현실적인 고민을 꺼내놓고,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 분야별로 제가 현재 인식하는 고민을 털어놨다. 정치·경제·사회적 강자들이 약자들, 못 가진 자들을 윽박질러서는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 그 해결책을 어떻게 공존의 토대 속에서 모색해보겠느냐는 것이 일관된 주제다.

보통 이런 책을 내면 미리 질문지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김태훈 씨가 "짜인 각본대로 할 생각 없다"면서 돌직구를 날리더라. 우리 사회 곳곳의 아젠다를 툭툭 찌르는데, 제 나름대로 의정 현장에서 부딪힌 지식, 대구에서 겪은 정책적 경험을 소화해서 답변 드렸다.

프레시안 : 질문 중에 가장 아팠던 돌직구는 무엇이었나?

김부겸 : 정치인 일반에 대한 국민의 분노도 그대로 막 쏟아내고, 야당의 진지하지 못함, 무능력에 대해서도 쏟아내고, 정치인이다 보니 저도 살면서 인간적으로 굴절이 있는 부분에서도 조사해서 질문이 들어오고 그랬다. (웃음)

"이순신은 얼마나 억울했겠나? 문재인도 이순신처럼"

프레시안 : 이번엔 야당에 대해 질문하겠다. 현재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 문제도 크지만, 팔로우십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김부겸 : 제일 핵심은 이른바 친노와 비노 간에 적대감이나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어떤 정치를 해도 '우리를 위한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죽이거나 우리 세력을 제거하려는 음모'라고 보니까 끊임없이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프레시안 :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이순신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김부겸 : 야권이 지리멸렬하면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나? 제1야당 대표가 책임지고 야권 전체를 추슬러야 한다. 논리적, 정서적으로 반대자를 제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야권 전체 세력을 모아도 우린 범보수 연합에 안 된다. 우리 공동체가 닥친 가혹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문 대표가 억울하고 분하고 답답하고 서러워도 넘어서야 할 책임이 있다. 선조한테 버림받고 고문당하고 백의종군을 강요당했지만, 왜군으로부터 조선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장에 나섰던 이순신 장군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겠나? 그런 리더십으로 문재인 대표가 수습해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의 급격한 보수화와 비교해보면, 만약 야권이 분열돼서 참패한다면 한국 사회 그 다음 진로는 누구도 낙관할 수 없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안철수만 나쁘다고 봐선 안 돼"

프레시안 : 당내 갈등이 촉발됐던 정치적 계기는 혁신위원회 활동이고, 결국 이는 총선 공천 문제와 연관된다. 혁신안이 통과돼서 공식적으로 당에서 하위 20%를 잘라내야 하는데, 공천 문제로 들어가면 주류와 비주류 간에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추진할 힘을 다시 모아야 하지 않나?

김부겸 : 각 당 대표를 비롯해 야권에 참여하는 세력 혹은 인물들이 더 절박해져야 한다. 이 사람들이 전부 다 과거의 관성에 젖어서 '내가 헤게모니를 쥐면 뭔가 문제가 풀릴 것이다. 알아서 고개 숙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현실은 그보다 심각하다.

혁신위에 대해 '친노 프레임'이라 반대한다기보다는, 국민과 정당 간에 불신이 있는데 혁신위는 제도적으로 풀겠다니까 사람들이 실감을 잘 못 한다는 점이 문제다. 혁신위는 나름대로 고민을 던졌고, (하위 20%를 탈락시킴으로써) 새로운 정치인을 충원하는 길을 만들어놨는데,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평균적으로 3분의 1은 교체됐다. 정파적 음모 때문에 혁신위가 하위 20%를 공천에서 탈락하는 안을 냈다고 보는 건 지나치다고 본다. 다만, 20% 자른다고 국민이 새정치민주연합이 많이 바뀌었다고 볼까? 그건 아니다. 우리 당에서 국민이 듣고 싶은 자성의 목소리, 자신의 기득권을 던지는 모습이 나오지 않은 것이 핵심이다.

프레시안 : 혁신안 발표 이후 안철수 전 대표가 보여준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안 전 대표는 '자체 혁신안'을 내면서 계파 싸움의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부상했다.

김부겸 : 안철수 전 대표가 현실 정치가 갖는 여러 모순되고 불합리한 현상에 대한 자기 나름의 입장을 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처음에 (문재인 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직을 제안받았을 때는 '내 몫이 아니다'라고 거절했다가, 혁신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면서 '혁신위가 변질했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저도 그런 모습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안철수 세력이라는, 당당한 자기 목소리를 낼 만한 세력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그분들의 목소리와 요구에 대해 아무 답을 안 해줬다는 점은 문제다. 안 전 대표가 대안 없이 혁신위 자체를 깔보는 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안 전 대표만 나쁜 놈이라고 봐서도 안 된다. 안 전 대표가 던진 안에 대해 몇 가지 수용할 만한 것들이 있지 않았나. (☞관련 기사 : 안철수 "文, 언제까지 DJ·노무현 타령만 할 건가?")

프레시안 : 혁신위가 마지막에 내놓은 전·현직 대표 '열세 지역 출마론'의 경우 의미 있는 제안이긴 한데, 한 편으로는 쇼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기득권 포기라고 느껴질까?

ⓒ프레시안(최형락)
김부겸 :
그렇다. (열세 지역 출마가) 옆에서 강요해서 될 일은 아니다. (☞관련 기사 : 김상곤 "문재인, 부산에 나와라…희생 필요")

우리 당이 취약한 게 인재다. 새로운 세대를 준비해야 할 30~40대 신진 인사, 각 분야 전문가들이 거의 충원이 안 되고 있다. 당의 미래로 보면 심각하다. 그 사람들이 이런 체제에서 어떻게 들어오나?

프레시안 : 내년 총선에 야당이 이기리라고 예상하는 유권자는 매우 적다. 핵심 전략이 있을까?

김부겸 : 전략은 중앙당의 몫이지만, 과거처럼 구태의연한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다면 돌파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해졌다. 우리가 자조적으로 했던 말이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이제 사람들이 야권에 크게 동정하지 않는다. 야권이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야권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란 측면에서도, 우리끼리 작은 차이를 넘어서 하나가 되겠다고 고백하고 살려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프레시안 : 김 전 의원은 박영선, 민병두 의원, 김영춘 전 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과 '통합 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 대비해 '통합 전당대회를 열자'는 박영선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부겸 : 우리끼리 진지하게 논의한 바가 없다. 박영선 의원이 그 이야기할 때, 각자 반응이 달랐다. 저는 총선 전에 흩어진 범야권이 뭉칠 계기 가운데 하나로 이해했는데, 언론은 '새로운 당권 경쟁'이라고 몰고 가더라. 서로 생각하는 상이 다른 것 같다. 박영선 의원이 그런 취지로 말씀한 것은 이해하겠는데,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정당 초월한 의견 그룹 만들고 싶다"

프레시안 : 현재 여야 간 극한 대립하는 구조에 일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이혜훈 같은 합리적인 세력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이 모이는 또 다른 갈라짐을 바라는 사람도 있다.

김부겸 : 국민 마음속에 그런 그림이 있을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섣불리 그리 할 수 없다. 저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다시 영남과 호남에서 당선되면, 몇 사람 더 그분들의 시험에서 통과한다면, 국민이 '이제는 정치권이 지역 가지고 우려먹는 것은 그만하라. 우리 사회가 부딪힌 청년 실업, 빈부 격차, 교육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양극화를 풀어가는 선 위에서 정치 집단이 새로운 대안을 내놓으라'는 뜻 아니겠나?

하지만 이러한 바람이 현실화하려면 먼저 선거에서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같은 합리적 보수는 새누리당을 '합리적 보수가 주도하는 정당으로 바꾸고 싶다'고 하지 않나? 저는 적어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진보 개혁 그룹으로서 당을 바꾸고 싶다. 이러한 노력은 각자 자기가 속한 집단 내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총선이 지나고 제가 시험에서 통과한다면, 우리끼리 진영을 나눠서 무한 정쟁하는 정치 구도를 바꾸려는 노력은 할 것이다. 정당의 사고가 아니라, 정치인의 책임 윤리를 사고할 수 있는 의견 그룹 정도를 만들어보고 싶다. 물론 이 그룹이 정당으로 발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한데, 아직은 너무 섣부른 진단 같다.

프레시안 : 야당의 새로운 비전이나 통합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김부겸 전 의원께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김부겸 : 야당이 이래선 우리한테 '박수 치지 않는 국민'에게 도저히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늘 우리한테 박수 치는 분들만 가지고는 한국 사회를 바꿀 방법이 없다.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당이 지금까지 해오던 구태의연한 풍토에 경각심을 울릴 것이다. 정치를 바라보는 눈, 정치하는 태도 변화를 당에 요청할 것이다. 범야권이 지금처럼 진영 논리에만 갇혀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야권이 변하면, 여권도 변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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