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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따위가 대수냐?"…중국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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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따위가 대수냐?"…중국이 변했다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신창타이
올해뿐만 아니라 미래 중국을 설명하는 화두로 떠오른 '신창타이(新常態)'라는 말은 '뉴 노멀(New Normal)'을 중국식으로 번역한 말이다.

'뉴 노멀'의 사전적 의미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이다. 특히 경제학적으로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부상한 새로운 경제 질서, 즉 금융 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각국의 정부, 기업, 가계가 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고용이라는 4저 현상이 구조적인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로 고착화된 현상을 지칭한다.

같은 용어이지만 기존의 뉴 노멀이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중국의 신창타이는 새로운 중국적 기준을 제시하고 이 상황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 제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신창타이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고정 자산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어 수출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끄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무망하다는 현실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중국 내에서 논의가 진행되었던 조방(粗放)형에서 집약형으로의 발전 방식 전환 그리고 내수를 통한 성장 모멘텀 확보가 그 핵심이다. 따라서 구조 조정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와 내수 진작을 위한 도시화 정책이 향후 발전 정책의 축이 되었다.

'리커노믹스' vs. '진핑노믹스'

그러나 신창타이 원년인 올해 중국 경제의 성적표는 예상을 하회하고 있다. 연초 성장률 목표였던 7% 달성이 어렵게 되었으며 증시의 요동 속에서 중국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 GDP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부양보다는 구조 조정을 통해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리커노믹스(리커창 총리가 주도하는 경제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올 여름 증시 파동을 잠재우기 위해 우리 돈으로 약 300조 원이 넘는 부양 자금을 공급했고, 환율의 시장화라는 이름으로 위안화의 평가 절하도 단행했다. 리커노믹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진핑식 처방으로 불리는 '진핑노믹스(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경제 정책)'가 득세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중국의 침체된 경기는 여전히 회생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진핑 체제 들어 처음 독자적으로 향후 5개년 경제 사회 발전을 규정하는 '13.5 규획(제13차 5개년 계획)'이 18기 5중전회(10월 26~29일 개최)에서 논의되었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확정되어 시행될 이 규획은 지난 2년간 계획되고 실천 중인 다양한 정책과 실행 방안의 청사진이다. 구체적 내용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인민일보>에 의하면 지속 가능한 발전과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 건설을 위해 지역과 민족 간의 불균형 해소를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지역 개발은 동부-중부-서부 개발에 동북 지역 진흥 계획이 재차 강조되면서 향후 중국 정부의 핵심 정책 지역으로 떠올랐다. 기존의 일대일로, 징진지(京津冀 : 베이징-천진-허베이 성) 메가시티 건설, 양쯔 강 경제 권역 개발이 제시되었다.

또 국유 기업 개혁을 통한 산업 구조 고도화 및 제조업 세계화를 위한 '중국 제조 2025'나 민영 사이드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ICT 기반 산업 발전을 추동하는 '인터넷+' 정책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논의되었다.

여기에 고령화 사회 극복과 생산 가능 인구 확보를 위해 1979년부터 시행된 한 자녀 정책의 포기 선언, 2억에 달하는 농민공(農民工 : 농촌 호적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 노동자)의 호구(戶口) 문제 해결 방안 논의, 5년 내 빈곤 농촌을 없애겠다는 빈곤 탈출 계획, 그리고 '건강 중국' 건설을 위한 친환경, 양로, 의료 산업 등에 약 10조 위안(한화 약 1800조 원)의 시장을 형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있다.

지각 변동 중인 중국의 발전 패러다임

전체적으로 보면 신창타이는 성장 목표를 낮추고 소득 분배와 지역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며 양적인 발전을 질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성장 속도가 낮아져도 연 1000만 정도의 취업을 해결할 수 만 있다면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GDP 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0년 GDP가 2010년의 두 배가 되는 데는 6.5% 정도의 성장만 해도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 설명대로 성장률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설이 계속 증폭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각종 중국 경제 통계를 분석해보면 내수나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되는 등 미세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효과를 보여주는 수치도 발견된다. 대외적으로는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되는 위안화의 SDR(특별인출권) 편입 등과 같은 호재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권의 속성상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사회 안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이는 중국적 신창타이가 경제에만 국한될 수 없음을 함의하고 있다. 시진핑 이 지속적인 개혁의 심화를 위해 중국이 모든 방면에서 신창타이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지속적인 반부패 운동도 신창타이의 지류에 속한다. 올해 들어, 반부패 사정에 앞장섰던 자신의 측근들을 대거 지방으로 전근시켜 지방에서의 반부패 운동에도 발동을 걸었다.

중국은 이제 경제 사회 모든 방면에서 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공산당이 중국의 발전을 주도한다"는 기존의 틀에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방향타가 되었던 과거의 규율과 관례는 이제 '신창타이'라는 기치 하에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신창타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한 일이 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재정립해야 한다. 중국에서 6%대 성장은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중국이 단순히 발전의 병목에 부딪혀 성장률을 낮춘 것이 아니라면, 중국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이해하고 이에 상응하는 정교한 전략을 짜야한다. 단순히 서방이나 중국의 관점을 비교하고 비판만 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이 너무 준엄하고 시간이 넉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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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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