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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은 왜 레임덕 대만 총통을 만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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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中 시진핑은 왜 레임덕 대만 총통을 만났나?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시진핑과 마잉주의 정상 회담

서로 상대방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 대만(타이완)이 싱가포르에서 분단 66년 만에 파격적인 최초의 정상 회담을 가졌다. 세계적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권 말기 레임덕으로 존재감을 상실한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간의 회담에서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한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다.

중국의 오성홍기를 상징하듯 빨간 넥타이를 맨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말로, 대만의 청천백일기를 연상케 하는 파란 넥타이를 맨 마잉주 총통은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로 첫마디를 꺼냈다. 그리고 두 정상은 양안 교류의 출발점이자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92 컨센서스(共識)'를 재확인했다.

이제 중국에 줄 것보다 요구할 것 밖에 없는 대만은 국제 활동 공간 확보를 요구했고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가입이나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참여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또 정상 회담 정례화나 교류 확대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대만의 정상 간 핫라인 개설 요구에 대해 중국은 대만의 해기회(海峽兩岸基金會, 약칭 海基會)와 중국의 해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 약칭 海峽會) 간의 연결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혀 대만을 중국과 동등한 정부로 대접하는 데는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정상 회담은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대만에 일종의 선물을 준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을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공산당과 국민당의 영수 회담이라는 형식을 이용, 2005년 국민당 롄잔(連戰) 명예주석을 필두로 우보슝(吳伯雄) 명예주석, 그리고 국민당에서 분가한 친민당(親民黨) 송추위(宋楚瑜) 주석도 북경으로 초청해 당수 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시 주석은 특히 지난 5월에는, 얼마 전 홍슈주(洪秀柱)를 대신해 새로 국민당 대선 후보가 된 주리룬(朱立倫) 현 국민당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마잉주의 회담 요청 계속 미뤄온 시진핑의 전격적 결정

그러나 정상 간의 회담은 대만 측의 계속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서는 대만이라는 실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거부해 왔다. 특히 자국의 수도인 베이징에서 대만 지도자를 맞이하기 어렵고, 국제무대에서의 회담은 국제 사회에 대만의 지위를 공식화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사된 양안 회담은 다층적 의미를 지닌 '중국식 실용주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양측이 서로를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은 모두 제쳐두고 실질적 만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장소도 양안의 반관반민 대화 기구인 대만의 해기회(해협양안기금회)와 중국의 해협회(해협양안관계협회)가 '92 컨센서스(共識)'를 이끌어낸 싱가포르를 택하면서 역사적 상징성을 부여하는 묘안을 짜냈다.

서로에 대한 호칭도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일반 존칭으로서 영어의 미스터에 해당되는 '셴성(先生)'으로 불렀다. 어떠한 합의문 발표나 공동 성명 없이 각자 자국 국민에게 설명문을 발표해 불필요한 억측 및 기대를 일으킬 유언비어를 최소화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중국식 실용주의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매우 중국적인 기획이었다.

사실 이번 정상 회담은 대만 마잉주 총통의 임기가 6개월 밖에 안 남았고 내년 1월 16일이면 대만의 새 총통이 탄생되는 상황이므로 성사 자체가 불투명했다. 대만의 계속되는 정상 회담 제안에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중국으로서는 최근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어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를 인식하게 되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남중국해 영유권과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만과의 연대가 미일 견제라는 차원에서 중국에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중국과 대만이 역사 공동 전선을 펼 경우 댜오위다오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대만의 대선 정국은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고, 과거 민진당 집권 시기 양안 교류가 중단되고 정책적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는 중국으로서는 사실 차이잉원의 당선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만 총통 선거에의 즉각적 판세 역전보다는 장기적 차원의 포석

때문에 중국은 당장 대만의 선거 판세를 역전시키기는 어렵더라도 대만 민중들에게 협력 지향적인 국민당이 양안 관계의 안정적 유지에 더 유리한 파트너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진핑이라는 세계적 지도자가 향후 대만 문제를 직접 관장한다는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장기적 포석 차원인 것이다.

대만의 마잉주 총통도 중국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 기간 내내 중국과의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교류가 대만 경제의 회생을 이끌 것이라는 큰 방향을 유지해 온 마잉주 총통의 전략은 성과가 미흡했다. 대만을 중국에 전면 개방하는 3통(三通 : 우편, 왕래, 무역의 개방)의 실시와 양안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ECFA를 체결했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경제 종속이 심화되고 기존 대만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급격히 저하되는 등 지나친 친중 정책이 경제의 후퇴를 가져왔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사실 마 총통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처럼 분파를 만들지 않았고 부패 문제에도 자유로운 지도자였다. 하지만 경제 관리의 실패는 정치적 곤경으로 이어졌고, 집권 초기에 강조한 외교 공간 확대를 주창하는 '활로(活路) 외교' 역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 회담의 성사는 적어도 대만이 공산당 이외의 세력이 통치하는 지역이라는 인정과 함께 마잉주가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역대 대만 지도자 중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정치적 돌파를 통해 장기적으로 분열될 수도 있는 국민당을 미래 재집권 세력으로 만들 기초를 닦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대만의 정상 회담 참여는 당장의 선거 판세 역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한 번의 정상 회담으로 양안관계가 갑자기 새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내년 대선 정국을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가 주도하는 상황이므로 향후 양안 관계의 추이에 대해 중국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차이잉원 후보 역시 자신이 지난 20여 년 양안 교류의 경험과 성과를 중시하는 '현상 유지' 정책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미국 방문 시 이러한 정책 기조를 미국에 충분히 설명했고 민진당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조율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양안 관계의 큰 흐름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양안 교류의 역사에서 불안을 느끼는 쪽은 대만이다. 중국 경제의 부상과 이에 따른 국제 지위의 상승은 대만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었고,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통일 방식을 강요하는 데 불만이 많다.

평화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불만이며, 민중들은 중국의 과도한 경제력이 결국 대만을 복속시킬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반면에 대만인의 운명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만의식(臺灣意識)'으로 불리는 자주 의식은 매우 고양되어 있어 힘으로 밀어붙이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양안 관계에서도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 시대가 온 것이다.

양안 관계를 바라보면서 분단의 현실에 있는 남북한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양안 관계와 남북한 관계는 기본적으로 국력이나 체제 등에서 반대의 경우이기 때문에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양안이 보다 실질적인 교류 차원에서 민간 교류를 적극 진행한 결과 곡절은 있었지만 정부 간 대화를 촉발하였고 결국은 양안의 정상이 만나는 회담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점에서 비록 북한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의 건설적 제의를 거절하고 핵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실용주의적 차원에서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남북 교류의 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북한 탓을 하기보다는 적극적인 민간 교류 시도는 물론이고 연락 사무소 설치 등 보다 전향적인 정부 간 대화나 정책 등을 과감하게 제안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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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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