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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와 합의요? 사과가 먼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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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와 합의요? 사과가 먼저 아닌가요?" [인터뷰] 카페 '드로잉' "사과 없으면 합의도 없다"
"그건 오래된 이야기다. 아티스트들이 유행에 뒤처진 지역, 즉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고 그러자 주변이 고급화되면서 주변 물가가 높아졌다. 비슷한 이야기가 서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지역 아티스트들과 케이팝 대형스타로 더 유명한 싸이 간 법적 분쟁이 연관되어있다. ~ 중략 ~

싸이의 '강남 스타일' 유튜브 비디오는 지금까지 24억 뷰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비디오는 서울 강남 지역을 '화려한 라이프스타일'로 상징화(상품화)해 사용했지만, 이 지역은 일반적으로 주택 고급화(집값 상승)의 피해 지역 사례로 거론되는 곳이다."

미국 예술매체 <artnetnews>는 10월 22일 'South Korean Pop Star PSY Battles with His Artist Tenants in Seoul'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다. Brian Boucher 기자가 쓴 이 기사는 가수 싸이와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측과 분쟁을 언급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언급하며 이러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가수 싸이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미국연합통신 <AP>도 같은 날 'PSY feuding with artist tenants of his Seoul building'라는 제목의 기사로 현재 분쟁 상황을 소개했다.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12월 1일 싸이가 컴백을 준비해서일까. 가수 싸이 측이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9일 언론을 통해 건물만 인도해주면 승패를 떠나 모든 법적 분쟁을 취하하고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와 합의한 대로 11월 30일까지 싸이의 한남동 건물을 인도하면, 약속한 대로 합의금 3억5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 또한 그간 제기된 민‧형사상 소송도 모두 취하할 것을 밝혔다.

▲ 지난 3월, 강제집행을 위해 카페를 찾아온 용역 직원. 용역 직원들은 집기를 들어낸 이후, 3미터 높이 펜스를 설치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합의? 사과가 먼저다"

카페 '드로잉'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 1년 가까이 끌어온 사태는 모두 마무리된다. 드로잉 측은 이를 받아들일까. 12일 오전 한남도 카페 '드로잉'에서 만난 운영진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싸이 측 사과가 없다면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시혜적으로 주는 합의금은 받을 수 없다는 게 이들 생각이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어요. 폭력사태도 발생했고, 불법으로 혼자 사는 여성 집에 들어와 강제집행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것 관련해서는 일절 사과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고는 언론에다 합의하자고 여론전을 펼쳐요. 이런 행동이 합의하자는 태도인가요? 일련의 행동에 대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카페 '드로잉' 운영자 최지안 씨는 "현재 제시된 합의안은 이미 양현석 대표와 합의했던 안"이라며 "그때는 안 된다고 해놓고서 이제 와서 합의하자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싸이 측 대리인 양현석 대표와 카페 '드로잉' 측은 지난 5월 19일 합의안을 만들었다. '드로잉' 측은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금액마다 항목도 별도로 있었다. 또한, 테이크아웃드로잉과 계약을 맺은 작가들의 전시기간인 11월 30일까지 카페를 운영하도록 합의했다. (관련기사 ☞ : "우리가 싸이에게 돈 뜯으려 했다고요?")

앞에서는 합의하자고 하면서 뒤에서는 가압류

잘 될 듯했지만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싸이 측 변호사가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정을 요구한 것. '드로잉' 측이 싸이 측에 제기한 폭행에 관한 형사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카페 '드로잉과 '드로잉'에 관련된 디자이너 등에 제기한 민사소송뿐 아니라 건물주와 변호사가 제기한 형사소송 모두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교섭 기간 중 싸이 변호사는 '싸이 법률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변호사 개인 자격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5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드로잉 운영진 3명에게 3000만 원의 손해배상과 이번 사태 관련 글을 쓴 디자이너 권준호 씨에게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드로잉에서 작품전을 열었던 신제현 작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합의안을 만든 양현석 대표는 변호사 개인 문제라 자기가 나설 수 없다며 손을 놔버렸다. 이후 강제집행, 불법 가택 침입 등이 벌어졌다. (관련기사 ☞ : 독신녀 집 무단침입한 싸이 측, 법대로 하는 건가?)

최지안 씨는 "양현석 대표가 얼마 전 '드로잉' 측에 연락 와서는 이전 5월에 합의한 안대로 합의하자고 했다"며 "그러면서 문제가 되는 싸이 측 변호사는 배제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하지만 그간 일어났던 강제집행, 불법 가택 침입, 가압류 등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말할 뿐"이라며 "지금도 여전히 황당한 가압류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합의를 하자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 싸이 측은 '드로잉' 운영자 송현애 씨를 대상으로 또다시 가압류를 제기했다. 그것도 송 씨 소유가 아닌 다른 이 소유 가게 보증금에 가압류를 걸었다. 게다가 송 씨는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중단 가처분을 받았다. 가압류를 걸 수 없음에도 이를 진행한 셈이다. '괴롭히기'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최 씨는 "이러면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합의하자고 한다면 누가 받아들이겠는가"라며 "우리는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합의안 관련 선을 그었다.

▲ 지난 9월 24일 YG 사옥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제현 씨. ⓒ프레시안(허환주)

"보상 받고 나간다고 해도 회복될 수 없다"

'드로잉' 측은 지난 1년간 논란으로 손님들 발걸음도 뜸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는 우리 가게를 가리키며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많다. 그간 '드로잉'이라는 이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지난 1년간 논란으로 그런 노력은 다 사라진 듯하다. 우리는 임차인으로 공간에서만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껏 살아온 우리의 신용에서도 내몰렸다. 이는 돈 보상 받고 나간다 하여 회복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다."

최 씨는 "싸이 측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온 우리의 가치를 짓밟았고 여러 사람을 볼모로 잡았다"며 "언론플레이를 통해 지속해서 광장에 우리를 세워놓고 돌팔매질을 했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사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런 상황에서 설사 보상금을 받고 다른 곳에서 다시 '드로잉'을 한다 해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제껏 있었던 일 관련, 사과가 있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드로잉‘ 측은 12월 '대망명'이라는 주제로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진행한다. 3일 동안 24시간 내내 진행되는 공연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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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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