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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친람' 시진핑 '경제도 내 손 거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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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친람' 시진핑 '경제도 내 손 거쳐라!'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관행과 제도 사이에 선 중국 정치
10월 말에 열렸던 18기 5중전회(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번 18기 5중전회에서는 '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제13차 5개년 계획(13·5 규획, 2016∼2020년)'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건의 사항을 의결했다. 또 부패 혐의로 입건된 여러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들에 대한 당의 공식적 처리 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석이 된 일부 직위에 대한 승계 인사가 있었다.

이렇게 18기 5중전회는 중국 정치의 제도화된 일면을 잘 보여주는 정치 행사다. 개혁 개방 이전의 중국은 서방 언론에 의해 '죽의 장막'으로 묘사됐다. 정치의 과정이 매우 불투명하고 내부 정책 결정 프로세스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분명한 정치 일정을 알고자 하는 외부 관찰자들에게 '속을 알 수 없는' 비제도화된 곳으로 묘사되곤 했다.

이번 18기 5중전회가 정해진 일정을 무탈하게 소화하고 폐막한 것처럼, 중국의 정치 일정을 둘러싼 모호성은 이미 상당히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년(2016년) 9월이나 10월경이면 18기 6중전회가 베이징에서 개최될 것임을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개혁 개방 시기를 거치면서 중국 정치는 적어도 공개된 일정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의해 조정되거나 급박하게 변경되는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는 1977년 제11차 당대표대회 개최 이후 변함없이 5년마다 열리고 있다. 1977년 제11차 당대회 이후 2012년 제18차 당대회 개최까지 35년 동안 일곱차례 당대회가 개최되었고 제19차 당대회는 2017년 개최될 것이다. 이미 제도로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당대회 폐회 기간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도 1년마다 한차례 이상 열리는 것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당대표대회가 폐막한 바로 다음날 개최되어 당의 주요 인사(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산위원회 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등)를 결정한다. 두 번째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정치협상회의)가 개최되는 3월 초순의 1주일 전이나 2주일 전에 열린다.

2중전회에서는 주로 총리, 각부 장관 등 국가 지도자 인선 안을 결정하고 총리가 보고하는 '정부 업무 보고' 내용을 검토하며 필요에 따라 헌법 수정에 대한 의견을 결정한다. 세 번째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일반적으로 당대표 대회 개최 이후 1년 시점에 되는 당대표대회 개최 다음 해의 10월이나 11월에 열린다. 여기서는 해당 집권 기간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시진핑 집권 이후의 3중전회에서는 '전면 심화 개혁'에 대한 총체적 목표와 방향이 결정됐다. 네 번째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보통 당 건설 관련 의제가 논의된다. 작년 18기 4중전회에서는 '의법치국'에 관련된 내용이 논의됐으며, 5중전회에서는 주로 '5개년 계획'이 논의되고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환경, 문화 등 시기별 주요 의제가 다뤄지고, 마지막 7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다음 회기 전국대표대회 개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이처럼 중국의 정치 일정이 예측 가능한 정치로 변화하면서, 중국의 정치 불안정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치의 미래를 관찰하는데 있어서도 한층 안정된 제도의 틀을 기준으로 관찰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관행화된 정치가 제도화의 틀 속에 녹아 들어가면서 중국 정치의 불안정성은 대폭 줄어들었다.

총리 전담 경제 문제, 이제는 시진핑도 나서

하지만 이번 18기 5중전회를 통해서 확인된 중요한 사실은, 중국 정치의 기존 관행이 변경되는 또 다른 측면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은 통상적으로 총리의 소관 업무로 인식되어 왔었다. 과거 네 차례에 걸친 5중전회에서는 5개년 계획에 대한 건의의 제안 설명을 모두 총리가 담당했었다. 장쩌민 시기에는 리펑 총리와 주룽지 총리가 담당했고, 후진타오 시기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담당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최된 18기 5중 전회의 '13·5 규획'에 대한 제안 설명은 시진핑이 직접 맡아서 진행했다.

경제는 총리가 담당한다는 관행이 시진핑 집권 이후에 부분적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 한번 확인된 자리였다. 이미 시진핑은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의 명목상 조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경제 정책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물론 시진핑이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으로서 정책 결정의 최종 책임자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관행으로 내려오던 '경제는 총리 담당'이라는 관행이 유독 시진핑 집권 이후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관행의 현상 변경과 새로운 관행의 제도화가 실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18기 5중전회에서 목격되는 관행의 변경은 비단 경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중국이 우선순위로 내세우는 건설 사업에서도 사회 건설보다 문화 건설을 더 중시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동안 여러 정책 문건에서는 사회 건설을 먼저 강조하고 문화 건설을 후순위로 언급했는데, 이번에 그 순서가 바뀐 것이다. 오랜 관행으로 굳어왔던 중점 건설 항목, 예컨대 경제 건설, 정치 건설, 사회 건설, 문화 건설, 환경과 생태문명 건설에서 문화 건설을 사회 건설보다 더 중시했다는 것은, 사회를 문화보다 더 강조하던 오랜 관행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관행과 제도 사이에서 엇박자 나는 제도화 문제

또 18기 5중전회에서는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 건설을 위해서 6개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일명 '인민 주체 지위 견지'라고 '인민'을 유독 강조했다. 당과 기층을 중시하고 특히 '인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시진핑의 정책 방향이 '인민' 중시라는 새로운 원칙으로 발현되고 이는 적어도 시진핑 집권 기간 새로운 관행으로 정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이번 18기 5중전회에서 기존의 관행들이 모두 변경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율을 위반한 간부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처리 결과를 승인하고 당적 박탈에 따른 중앙위원 승계는 기존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 또 당적 박탈 기율 위반자 가운데 군출신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내부 통제에 따른 미공개 관행에 따라 그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 즉 이번 회의를 보면, 관행에 따른 전략적 선택, 그리고 제도에 입각한 관행화가 중첩되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치에는 오랜 기간 비제도화된 관행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합의에 기반한 정책 결정 역시 비제도화된 관행이 정착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 개방을 폭넓게 추진하면서 비제도화된 관행은 점차 제도의 틀로 스며들었다. 시진핑 시기에도 이러한 제도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 보는 것처럼 언제 '관행'을 선택하고 언제 '제도'를 중시할 것인지는 여전히 최고 지도자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분명 비제도적인 정치 문화이다. 이렇게 최고 지도자의 전략적 선택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비제도적 정치 문화가 중국 정치의 '관행'으로 굳어진다면, 이러한 '관행'은 제도화의 길과는 결이 다른 '비제도의 제도화'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치의 제도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오랜 '비제도적 성격의 관행'이 허용되는 중국의 독특한 정치 문화나 환경도 '제도'적 성격을 갖는 요인(factor)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18기 5중전회는 그 점을 또렷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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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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