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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왜 홍준표는 두고 박원순만 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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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왜 홍준표는 두고 박원순만 씹나? [시민정치시평] 진주의료원과 무상 급식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최근 서울시의 청년 수당을 둘러싼 논란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이 논란은 주로 정부·여당으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청년 수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수당은 사회 보장 제도이므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협의·조정, 이른바 사전 협의제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청년 수당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근거가 없는 것임은 제도의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청년 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29세의 중위 소득 60% 이하에 해당하는 청년 중 '사회 밖 청년'(청년 니트, 졸업 유예자, 초단시간 근로자 등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월 50만 원의 활동 지원비를 2~6개월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이 월 50만 원의 활동 지원비는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밖 청년들 중 공공 활동이나 사회 활동 혹은 자기 주도적 활동에 관련된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여 이것이 선정된 경우에 지급한다. 상당히 제한적인 대상에게 한시적으로 그것도 유의미한 활동을 할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시범 사업으로 출범한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사업을 포퓰리즘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문제는 청년 수당이 사회 보장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이다. 정부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의 "사회 보장이라 함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 보험, 공공 부조, 사회 서비스를 말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청년 수당은 실업 및 빈곤의 사회 위험으로부터 미취업 청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사회 보장이라고 주장한다. 또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사회 보장의 한 종류인 사회 서비스를 "국가·지방 자치 단체 및 민간 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 참여 지원 등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라고 규정한 조항을 근거로 청년 수당은 역량 개발과 사회 참여 지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정부는 사회 보장의 방법은 현금 지원과 서비스 등 다양하며 제도의 운영 방식보다는 제도의 성격이 사회 보장 여부의 판단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제도의 취지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의 주장대로 청년 수당은 사회 보장이 맞다고 본다. 정부의 주장은 사회 보장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정의하는 입장에 속하며, 거의 언제나 사회 보장을 소극적으로 접근했던 과거의 입장과 사뭇 다른 주장으로 환영할 만하다. 또한 제도의 취지를 중시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청년 수당은 그 자체로 특색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외국 사례와 비교하자면, 의미 있는 활동을 명분으로 수당을 한시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참여 소득의 성격을 일부 갖고 있고 또 사회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는 점에서 사회 지분 급여의 성격도 일부 갖고 있다(물론 사회 지분 급여처럼 자산 형성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사회 보장은 현금, 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될 수 있지만 취지가 중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정부는 청년 수당이 내포한 참여 소득이나 사회 지분 급여 방법까지도 취지를 중시하여 사회 보장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단히 전향적이다.

물론 정부의 입장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다소 못 미더운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진주의료원도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취지로 관련 시설을 이용하게 하는 사회 보장이고 무상 급식 역시 관련 시설의 이용 및 사회 참여 지원의 방법을 사용하는 사회 보장으로 볼 수 있는데, 진주의료원 폐업 때나 무상 급식 폐지 때에는 협의·조정을 요구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정신을 차리기로 한 것 같다. 기왕에 정신을 차리기로 한 마당에 진주의료원과 무상 급식 건도 재론하는 것이 좋겠다. 더욱이 이 사안과 관련하여 주민소환까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서울시의 정책만 사회 보장이고 경남의 정책은 사회 보장이 아니라면 이건 공평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넘어야 할 산도 많을 것이다. 우선 공모제 방식을 통해 지원 대상자를 선별할 경우 공모에 응할 능력이 있는 청년들이 선정되어 당초 사업의 목적이 흐려질 수도 있는데 이 문제를 최소화 할 구체안이 나와야 한다. 또 기초 보장 수급 청년이 월 50만 원을 받게 되면 그 청년은 생계 급여를 그만큼 삭감당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 중 취업 성공 패키지는 고졸 후 비진학 미취업 청년이나 대졸 후 미취업 청년, 니트족 등 청년 수당의 경우와 유사한 대상자들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참여시키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 취업 성공 패키지는 미취업 청년들을 노동 시장으로 무리하게 밀어 넣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청년 수당이 취업 성공 패키지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줄 필요는 있다.

필자가 보기에 아마도 청년 수당은 청년들의 자발적인 활동 계획을 유도하고, 그 활동 계획이 취업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보다 창의적이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관련되게 유도하며, 더 나아가 그런 유의미하고 자발적인 활동 계획에 대한 지원을 통해 청년들의 꿈 꾸기를 멈추지 않게 하여 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는 점에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여러 제도들과 차별성이 있고 그런 점에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런 창의성에 주목하여 청년 수당을 사회 보장에 속한다고 주장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청년 수당이 사회 보장이 아니게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제도는 여러 측면을 가진 다면체이고 어느 한 측면만 떼어놓고 그것만 사회 보장이라고 한다면 제도의 취지나 성격이 살아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에 올바르게 주목하고 있는 청년 수당을 통해 보다 창의성이 녹아있는 사회 보장의 예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 보장이 아닐까? 게다가 청년 수당은 20여 개에 달하는 청년 보장 제도의 다양한 사업 중 한 가지이므로 이런 넓은 정책적 틀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정부는 아직 협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 결과를 특정 방향으로 미리 단정 짓는 월권 행위를 할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창의성이 녹아있는 사회 보장을 설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지방 자치 단체와 진지하게 협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법령에 규정된 절차대로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진주의료원과 무상급식부터 청년 수당까지 정말로 한번 진지하게 협의·조정을 하기를 바란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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