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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문재인 대표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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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영선 "문재인 대표 하기에 달렸다" [정치통] "안철수 신당, 새로운 자극제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분의 절정을 찍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그 안 의원의 탈당 회견 직전까지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 사이에서 최후의 중재역을 맡았던 이가 박영선 의원(3선, 서울 구로을)이었다. 박 의원은 16일 저녁 <프레시안>과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가 공동 주관한 '정치통(通)' 공개 방송에서 문·안 두 정치인과 대화하면서 느낀 점을 털어놨다.

박 의원은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당일인) 13일 오전 9시 40분부터 10시 55분까지 '이 일을 내가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문 대표와 안 의원을 전화로 중재했다"며 "그 통화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신의에 어긋나는 것 같다. 다만 안 의원이 미리 탈당을 준비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안 의원이 탈당해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려 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문·안 두 사람에 대해 "굉장히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며 "정치에 물들지 않았다는 것은 공통점인데, 스타일, 특히 화법이 굉장히 다르다"고 했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표 화법이 이렇습니다.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가 문 대표를 찾아가서 '당 대표 나오시지 말고 김부겸 전 의원을 밀어주시면 어떠냐'고 했는데, 그 때 대답을 이렇게 하시더라고요. '박지원·정세균 의원 두 분이 안 나오시면 내가 안 나가겠다.' 그럼 이 대답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이 되세요? 대부분 '아, 안 나올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도요,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문 대표가 '천정배 신당, 정의당과 합쳐지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통합 전당대회를 하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 문장은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겁니까? (진행자 :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하하하. 그런 화법을 갖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안 전 대표는 이걸 이해를 잘 못 하시는 거에요.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천정배 신당과 정의당이 함께하는 통합 전당대회가 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은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데, 얼핏 듣기에는 '내려놓을 수도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화법의 차이에서 오는 미스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실패)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안 전 대표의 화법은, 본인이 잘 아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굉장히 말씀을 빨리 하시고, 정말 강하게 얘기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잘 모르는 주제나 이런 데서는 단답형이거든요. 대답을 잘 안 하세요. 아직 입장이 정리가 안 된 것도 대답을 잘 안 하십니다. 그러니까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대답을 잘 안 하고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면 그것을 긍정적인 사인으로 받아들이시는 거에요. 그런데 안 전 대표가 생각해 보겠다고 얘기하는 건 '안 하겠다'는 뜻입니다. (청중들 웃음)"

박 의원은 문 대표가 앞서 제안한 이른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대해서도 "문 대표 입장에서는 안 의원이 오케이(OK)를 했다고 생각하고 제안한 것인데, 안 의원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서 일이 꼬였다"며 "또 안 의원은 박원순 시장은 왜 끼었는지. 현직 시장이라서 선거에 개입을 못 하는데 '문-안-박 연대'에 있는 것을 보고 이게 (문 대표가 대표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한 것이) 과연 진심인지 의구심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바로가기 :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비대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이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카페 '에무'에서 정치통 공개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탈당하냐고 자꾸 묻는데…文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어"

박 의원은 이날 전반적으로 문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문 대표가 이날 "박근혜 정권을 신(新)독재로 규정한다. 그냥 보수정권이 아니라 수구 극우정권으로 규정한다"고 강경 발언을 한 데 대해 박 의원은 "당 대표로서 해야 할 이야기지만 제가 보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잘라 말했다. 박 의원은 "말은, 그 말하는 사람의 이미지와 동일시될 때 힘을 갖는다"며 "낙엽이 켜켜이 쌓이듯 쌓인 내공에서 말이 나와야지 갑자기 강성 발언을 한다고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통계적으로 당 지지율이 낮아서 '이래서 총선을 어떻게 이기냐'는 질문이 나오면, 당 대표는 어떻게 이길까 고민하고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그런데 문 대표가 지난 9월부터 한 일이, 다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부분이 미흡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보면, 총선까지 공천권을 쥐고 가려고만 했지 총선에서 어떻게 이기겠다는 의지 표명을 확실히 안 했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오픈 프라이머리 이슈를 흐려 버린 것은 잘못"이라며 "문 대표가 처음에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말끝을 흐렸고, 오늘에 와서야 상향식 공천이라는 단어를 꺼내 핵심 전략으로 발표했는데 그 부분은 잘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라는 지적도 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질문을 만나는 기자마다 한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다른 의원들의 탈당 여부에 대해 말하면서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탈당하냐 안 하냐를 많이 궁금해하고 기자들도 매일 질문을 하는데 그 답은 문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완전히 바꿀 각오를 갖고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같은 스탠스(기조)로 계속 간다면 절반의 성공밖에 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제3당 출현에 대한 국민의 바람은 있어도 정치권에서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도 "(안철수 신당은) 2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야당이 쪼개지면 절대 안 된다는 절절한 마음을 가진 국민들께는 안 의원의 탈당이 너무나 애석한 일일 것이고, 반면 '나는 여당도 야당도 싫다'거나 '새로운 제3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제3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바람이 있다면서 "과거에 친박연대라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당도 엄청난 의석을 가져갔다. 국민들 마음 속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양당제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3정당의 출현을 바라는 것은 무당층인데, 무당층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세력이 나오면 기존 정당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찌그러질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날 정치통 공개방송 진행은 김종배 시사평론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가 맡았다. 왼쪽부터 김종배 평론가, 박영선 의원, 유승찬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청문회, 작년 9월에 했어야"

박 의원은 자신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계기인 세월호특별법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요즘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슴이 아프다"며 "제 입장에서는 청문회를 작년 9월에 했으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를 보니 (유가족들에게) 한이 될 것 같다"며 "(그래서 협상 당시인) 그때 '청문회가 제일 급하다'고 했는데, 다 저런 식으로 '기억 안 난다'고만 하면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진실을 파헤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탄식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 협상 당시의 상황에 대해 "유가족이 원한 것은 특검이었지만, 저는 특검은 마지막 단계이니 그 다음에 합의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 제가 제일 잘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유가족들은 너무 가슴이 아프니 특검을 하면 뭔가 처벌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지만, 제가 법사위에 있어 보니 특검은 별 게 없다. 왜 특검에 환상을 가지시는지 저도 답답했다. 그럼에도 유가족들을 좀더 설득했어야 한다"고 했다.

단 그는 자신이 유가족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협상을 한 것은 아니라며 "저는 유가족들께서 동의를 했다고 들어서 (협상안에) 사인을 했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된 게 아니더라. 유가족 일부하고만 합의가 된 건데 (나는) 그게 전체 유가족들의 합의인 줄 알고 2차 합의를 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대책위 집행부는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오셔서 미안하다고 얘기하신 분도 있었다"면서 "어떤 얘기를 해도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알려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제 책임"이라며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좀더 확인해 봤어야 했다"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선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해 박 의원은 "지금은 재벌 개혁 법안은 국회 통과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권력이 다 재벌로 넘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은 국내 시장에서는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있어서 국내 시장에는 별로 광고를 안 한다. 그러다가 제가 재벌 관련 얘기를 하면 갑자기 전면 광고가 나더라. 저번에 신세계 차명주식 얘기를 했더니 신문마다 이마트 전면광고가 다 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요새는 기사도 안 난다"는 것.

여당 일각에서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경제 비상사태'라는 말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박 의원은 "지난 9~10월, 국정감사 할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소비도 살아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비상사태냐"고 꼬집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과 노동시장 개편 법안들의 통과를 압박하며 국회를 비난하는 데 대해 "그것은 경제 상황을 국민에게 오도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예를 들어) '원샷법'이라는 것은 재벌 특혜, 재벌들 민원을 원샷에 해결해 주는 법이다. 기업 간 합병을 할 때 주주총회 소집 (공고) 기간을 짧게 갖거나 주주총회를 안 해도 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은 소액주주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호되게 당한 여파 아니냐"며 "얼마 전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삼각분할합병과 삼각주식교환을 도입한 것 역시 그 목표는 재벌 3~4세들이 세금 안 내고 기업을 물려받게 하는 것인데, '원샷법'의 요지도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이 총선 주요 의제로 '격차 사회' 해소를 제시하고, 지난 10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화여대 강연에서 "시대정신이 뭐냐고 질문한다면 단연코 우리 사회 격차 해소에 있다"고 말하는 등 총선울 앞두고 새누리당의 '변신'이 점쳐진다는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이 이번에 또 속으시면 정말, 아(한숨), 섭섭합니다. 그 때(2012년 총선)도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을 때 제가 '저건 가짜다'라고 했잖아요. 아… 뭐 저희가 잘 했어야죠. (…) 김종인 전 의원도 '속았다, 그 때는 믿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대통령 되면 흔히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문제인데, 박 대통령은 주변 사람이 없어서 재벌 개혁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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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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