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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야당에는 원희룡, 남경필, 이준석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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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야당에는 원희룡, 남경필, 이준석이 없나? [기고] 인재 양성 없이 야당의 미래는 없다
도대체 야당에는 인물이 없다. 상층 지도부를 봐도 그렇고 중간층과 젊은 연령대를 봐도 그렇다. 어느 곳에도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 그러니 야당의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야당에는 왜 미래의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가? 왜 야당에는 새누리당의 원희룡, 남경필 그리고 이준석과 같은 인물이 존재하지 못할까?

한마디로 야당은 참신한 인물이 진입할 수 없는 기득권적 패쇄적 봉건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선거 때만 후보 단일화나 대연합을 내세우면서 '땜빵' 식으로 임시 변통에만 급급하고, 전가의 보도처럼 충성도와 투쟁성만이 강조되는 전통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야당에는 인물을 키워내는 풍토와 구조가 결여되어 있다. 평소 나의 피와 땀으로 밭에 인재의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정성껏 성실하게 가꾸는 '농사'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이 오로지 가을에 저절로 추수되고 감 익기만을 기다렸다.

또 진실을 말하자면, 거꾸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인물의 출현을 모든 힘을 다해 방지하고 방해해온 것이 야당의 숨길 수 없는 역사이기도 했다. 의원급만이 아니라 외부의 유능한 젊은이가 야권 보좌관 그룹 혹은 당료로 진입했다가 기존 그룹에게 여지없이 "왕따"가 되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한 번 심어 백 번을 거둘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최근 우리의 비극적인 백 년 역사를 반성하면서 "다른 백 년"을 주창하며 활동을 전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관자(管子)>는 "1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10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에 대한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 一樹一獲者穀也, 一樹十獲者木也, 一樹百獲者人也)"라고 했다.

실로 한번 심어 백번을 거둘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진정으로 "다른 백 년"을 준비하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사람을 키우는 교육 사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그 지름길임을 다시금 분명히 권하고 싶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치 후진의 양성을 위한 정치교육 기관이 절실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또 그 길은 가장 멀고 장기적인 길 같지만 가장 빨리 성과를 볼 수 있는 첩경이기도 하다. 될성부른 인물은 항상 우리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발전성이 있는 유능한 인재들은 조직에도 재간이 있어 금세 엄청난 속도로 확장하는 법이다.

시각을 달리해 보면, 심지어 '정수장학회'만 해도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인적 자원의 재생산에 기여해왔고, 나아가 권력 창출의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 정당들이 모델로 삼을 만한 독일 사민당의 강력함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튼튼한 조직 외에도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기관의 효율적 운용에서 비롯되고 있다. 재단의 정치교육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가치들을 사회에 착근시키고 민주적 역량과 시민 참여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하여 교사, 학생, 대학생, 기업가, 정치인 그리고 공공단체 대표자들과 같은 오피니언 리더층이 참여해 의회 민주주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유럽통합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점 거대 야당'보다 야당 병립이 인재 영입에 유리할 듯

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의외로 높은 기대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와 관계 없이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한 야당에 대한 열망과 이 땅의 참다운 정치 개혁을 희구하는 대중들의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인적 자원의 재생산 구조 없이 야당의 미래는 없다. 이른바 야당 '혁신'이란 반드시 인재 양성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과제를 핵심 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양당제가 굳어지고 거대 야당이 독점적으로 군림하는 시스템에서는 계파의 관행과 당료 세력의 강세로 인해 장외의 새로운 인재가 장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협소하고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여러 개의 야당이 병립하는 것이 '재벌 야당'보다 정치 신인의 진출과 인재 발굴에 유리할 것 같다. 이전 시기 이른바 'DJ당'과 'YS당'이 비록 분열은 했지만, 상호 경쟁하면서 인재 영입에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그나마 비교적 유능한 인물군(群)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역사를 상기해보는 것도 유의미하다.

우리의 미래 세대는 기성세대의 전일적 지배 구조 하에서 가진 것도 발언권도 없이 총체적으로 꿈이 질식사하고 '식민지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교육 기관의 활성화는 기성 세대가 반드시 수행해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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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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