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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소폭탄 시험 강행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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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소폭탄 시험 강행한 까닭은? '김정은 시대' 여는 축포 의미…미국과 협상 촉구
북한은 왜 수소폭탄 시험을 감행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내부적으로 김정은 시대를 여는 하나의 상징으로써 수소폭탄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높이면서 장기적으로 북한의 구상대로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을 짜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부터 올해 신년사,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 등을 한 묶음으로 봤을 때, 북한 정권 내부에서는 이른바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한,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김정은 시대는 수소폭탄과 함께 시작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북한은 5월까지 국내용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갈 것"이라며 "남한도 4월 총선까지 국내용으로 이 문제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있어서 당분간 남북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5월 당 대회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수소폭탄 시험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당 대회 전에 안보적인 문제는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당 대회는 경제 성과만을 가지고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보 문제 해결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시험으로 인해 북한이 경제적인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 대회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중에 군사·안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경제 성과인데, 수소폭탄 시험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당 대회를 축하하고 기념하려면 경제가 중요한 한 축"이라며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시험으로 이러한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 북한이 6일 12시 30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 탄력받나

북한은 이번 시험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평화협정 및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미국이 응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핵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우선순위로 끌어올리려면 지금 시점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공표하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북한의 판단이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대북제재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도 유리한 상황에서 미국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김준형 교수 역시 "미국은 이 시점에서 북한과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협의가 종료되면서 한-미-일 간 군사적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라 미국이 북한과 마주 앉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인데, 한-미-일이 하나의 군사 동맹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불가역적인 군사협력의 제도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新) 냉전 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을 바라보고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엽 교수는 "올해는 미국 대선 때문에 북핵 문제가 진전되기 어렵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결정되기 전에 가급적이면 빨리 몸값을 올려두고 협상을 위한 총알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을 만들겠다는 전략적 포석이 담겼다는 평가도 있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나 남한이 북한의 핵 정책이나 활동에 대한 통제 기제가 작용하지 않는 기간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위상을 굳히고 미사일 강국으로 올라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즉 북한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 이를 통해 동북아 국제정치 판을 자신의 의도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이번 조치로 미국과 한국, 일본의 차기 정부가 북한과 북핵 문제를 대하는데 있어 운신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오바마도 그렇지만, 현재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아주 경쟁적으로 강력한 대북 비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설사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강력한 조치를 먼저 취하지 않는 한 북-미 간의 대화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북-미, 북-중, 북-일 간 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차기 정부가 북한에 대해 굉장히 제한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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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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