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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30% 빠져도 괜찮다, 진짜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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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30% 빠져도 괜찮다, 진짜 문제는…"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2016년 세계 경제 전망
2016년은 한국에 총선이 있고 미국에는 대선이 있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 해이다.

지난 3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 단절을 선언하므로 양국의 분쟁이 중동 전역의 격돌로 확대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수소탄 핵실험 성공'을 선언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엄청난 위험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면 2016년의 세계 경제, 특히 미국과 중국 경제의 전망은 어떤가?

한마디로 전망은 별로 밝지 못하다. 잘해야 지난해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한다. 새해 초부터 중국발(發) 증권 시장의 급락과 과도한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세계 금융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유수의 국제 경제 연구 기관들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1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 들어서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물론 2016년 세계 경제를 좌우할 두 국가는 '성장의 쌍두마차'인 중국과 미국이다. 지난 20여 년보다 중국의 견인차 역할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수많은 국가에는 연 6.5%대의 중국 성장률은 아직도 절대적인 위력을 가진다.

따라서 축소된 중국의 세계 경제 견인차 역할을 미국이 보완해야 할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16년에 네 번에 걸쳐 1%의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인데 이럴 경우 미 달러 가치가 더 강화되면서 세계 경제, 특히 신흥국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따라서 2016년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며 미국 경제의 견실한 3%대의 성장은 지속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 현안이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1) 미국과 중국 증권 시장의 전망 2) 미국과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선 2016년 첫 주에 사상 최대 규모의 증권 시장 급락을 맞은 미국과 중국 경제의 2016년 성장 전망을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는 1월 9일부터 1월 11일까지 이루어졌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 [표 1] 세계 증시 폭락(%) (2016년 1월 4~8일).

전희경 : 새해 첫날부터 크게 요동치는 국제 금융 시장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하려 합니다.

중국 증권 시장이 새해 첫 개장일인 1월 4일 무려 6.9%나 폭락하며 사상 초유의 조기 폐장 사태가 발생했고, 지난 7일에도 7.0% 급락하며 개장 29분 만에 거래가 중단되었습니다. 지난 4일 증시의 안정적인 거래를 돕기 위해 새로 도입한 '거래 일시 정지(Circuit Breaker)' 제도가 오히려 증시 폭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7일 도입 4일 만에 폐기되었고요. 결과적으로 새해 5일 동안에 상하이 지수가 무려 10.0%나 급락하고 그 여파로 세계 증권 시장이 연쇄 폭락하는 격동 속에 미국 증권 시장의 급락도 심각했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박영철 : 매우 심각했습니다. 2016년 첫 주(1월 4일~8일) 동안 다우존스지수는 6.2%, S&P 500지수는 6.0%, 나스닥지수는 7.3% 폭락했습니다. 미국의 CNBC 보도에 의하면 다우존스와 S&P 500지수의 새해 첫 주 폭락으로는 미 증시 사상 최고치이며, 지난 1주일 동안에 증발한 미 증시의 총액은 무려 1조3600억 달러, 약 1500조 원입니다. 한국의 2014년 GDP 총액(1조4100억 달러)이 날아간 셈입니다.

전희경 : 대단한 규모이군요. 중국발 세계 금융 시장의 위기가 오는 것인가요?

박영철 :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 같은 상황은 오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이번 중국발 세계 증권 시장의 폭락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계 증시가 닷새간 5000조가 증발했다며 난리가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엄청나게 커진 것은 사실이나 이 같은 변동성은 단기적 현상일 개연성도 크고 오히려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에 의해 발생한 '증시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이번 중국 증시 폭락이 지난 4일 예상보다 낮게 발표된 제조업 구매자 관리 지수, 위안화 가치의 하락 등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촉발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불안감이 '경착륙'이 우려되는 실물 경제를 반영하기보다는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2배로 폭등한 증시의 '거품'이 꺼지는 '조정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거기다 중국 금융 당국의 증시 운영 미숙과 조급한 직간접 개입이 화를 키웠다는 해석입니다. 따라서 이번 증시 폭락은 중국 금융 시장의 선진화와 개방화 정책이 치러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최근의 증시와 실물 경제의 비동조화(Decoupling) 현상으로 이번 증시 폭락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의 조기 경보라고 보는 시각은 크지 않습니다.

증시 폭락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최근에 급락하는 위안화 가치입니다. 예상되는 올해의 미 금리 인상의 결과로 나타날 달러 강세와 대비되는 현상으로 중국 자본 유출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희경 : 그런 해석도 있군요. 미국 증시의 폭락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요?

박영철 : 이번 미국 증시 폭락도 중국의 경우와 비슷하게 과열한 증시의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현재까지 미국 실물 경제는 '미적지근한' 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하여 미국 증시의 3대 지표들은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과 제로(0) 금리 정책 덕분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놀라운 호황을 누려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미 증시의 3대 지수,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소위 '직전 최고치의 10% 정도 하락'하는 '교정 구간(Correction Territory)'에 진입했다는 평가입니다. 그 증거의 하나로 '버블 현상'을 점검하는 지표 중 하나인 주가수익비율(PER : Price per Earning)이 최근에 17.4까지 올라왔는데, 이는 지난 10여 년의 평균치 15보다 매우 높습니다. 즉, 주가가 기업의 수익에 비해 높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최근 한국 증시의 평균 주가 수익 비율은 12 정도입니다.

전희경 : 하지만 단기간의 조정이 심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요? 그런 경우 그 조정 폭은 어느 정도일까요? 앞으로 1~2개월 안에 증시가 10% 또는 30%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요?

박영철 :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증권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닥터 둠(Dr. Doom)' 마크 파버(Marc Faber)는 2~3개월 안에 미 증시가 20%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증시 예측은 한국의 지방 선거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하버드 대학 교수 로렌스 서머스도 "증시 예측은 선거 여론 조사보다도 못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증시의 구체적인 예 하나를 들겠습니다. 증권사들은 특정 주식의 '목표가'를 발표합니다. 앞으로 6개월 안에 주가가 이 목표가까지 올라온다는 예측입니다. 그런데 실제는 어떤가요? 지난주 한국 증권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의 증권사 목표가 예측이 정확히 맞은 경우가 겨우 최고 29%에서 최저 5%였다고 합니다. 참말 엉터리 예측입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만든 예측이 이 정도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실물 경제와 관계없이 각국의 중앙은행이 풀어 놓은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크게 상승한 주가는 언젠가 크게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실물 경제의 기초 체력이 완전히 소멸한 경우가 아니면, 증시가 10%, 아니 30% 폭락한다고 해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최근의 증시는 증시 본연의 임무인 '안정적이고 가격이 저렴한' 자본 조달과는 거의 상관없는 대형 투자 은행과 금융 자본가, 금융 엔지니어들의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날로 악화하는 소득 불평등의 진범으로 의혹을 받으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같은 경우에는 우매한 시골 사람들의 패가망신과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증시는 '필요악'의 구실마저 제대로 하는지 의문입니다.

전희경 : 교수님은 세계 증시의 폭락이 갑자기 올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온다 해도 그 정도가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아니래서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씀인가요?

박영철 :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난주에 발생한 세계 증시의 폭락이 단기간에 크게 악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동시에 확산하는 심리적 공황(Panic) 사태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좋은 예가 한국 증시입니다. 지난 몇 년간 큰 상승도 없고 하락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코스피 종합 지수는 약 2.2%의 하락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기관 투자가가 증시 거래의 70%를 차지하고 금리가 제로(0)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증시가 연금 운영 기관이나 자선 사업 재단에 유일한 자산 증식의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증시의 호황이 노년층 은퇴자에게 유일한 소득 증가 수혜를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개인 군단이 80%를 차지하는 중국 증시에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입니다.

전희경 : 올해 첫 주에 발생한 미국과 중국의 증시 폭락이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 같은 상황을 불러올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일부 경제 전문가는 세계 실물 경제 쪽이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군요. '중국 경제가 올해부터 경착륙할 것인가?'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고요. 그리고 미국의 2016년 GDP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군요. 세계 경제를 이끌고 가야 할 '쌍두마차'의 견인력(Horse Power)이 매우 취약하다는 우려가 드는데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적절한 지적입니다. 동의합니다.

▲ [표 2] 세계 경제의 2016년 GDP 성장률 전망(%).
세계은행은 201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1%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다음 해인 2009년의 0% 이후 최악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지난 4일에는 2016년 세계 GDP 성장률을 3.3%에서 2.9%로 크게 인하했습니다. 올해 성장률이 작년 성장률보다 나쁠 것이라는 뜻입니다.

[표 2] 에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세계 최대 경제 블록인 유럽연합(EU 32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작년의 1.5%에서 1.7%로 미세한 증가를 합니다. 최근 경제 성장이 돋보이는 독일의 경우도 2016년에 0.3포인트의 작은 성장률 증가를 기록할 것입니다. 세계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 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작년보다 조금 높은 2.7%로 예측하는데, 골드만삭스는 오히려 작년보다 낮은 2.2%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은 변수가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인상 폭, 그에 따른 달러 강세의 수출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해외 수익 감소, 제조업의 둔화, 소득 불평등의 심화 등 GDP 성장의 발목을 잡을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셋째, 세계은행과 골드만삭스 두 기관이 다 같이 중국의 작년 성장률을 6.9%로 추산합니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의 중국의 올해 성장률 예측은 현저히 차이가 납니다. 세계은행은 6.7%, 골드만삭스는 더 낮은 6.4%를 예측합니다. 성장률 방정식에 필요한 가정(Assumptions)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전희경 :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중국 등 신흥 국가들이 역할이 더 중요해 지는데 이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의 전망은 어떤가요?

박영철 : 불행히도 지난 20여 년간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BRICs) 전체의 2016년 성장 전망도 작년보다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인도가 유일하게 건전한 8%대의 성장을 기록하고 러시아와 브라질은 작년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축소하는 수준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일본은 작년보다는 좀 높지만, 여전히 낮은 1%대의 성장에 머물고, 한국의 경우는 작년보다도 못한 2%대의 성장률에 고착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전희경 : 2016년 세계 경제 전망이 생각보다 밝지 않군요. 세계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의 늪에 완전히 빠질까 걱정이 되는군요. 최근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의 암울한 전망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 금융 시장의 불안정, 원자재 가격 하락, 특히 저유가 충격에 허덕이는 산유국 및 신흥국의 성장 둔화 때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정확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우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뜻은 "경기가 활황에서 불황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정부의 '3인방' 정책(통화 정책, 재정 정책, 구조 개혁 등)에도 불구하고 소비, 생산, 투자, 수출 등 경제 활동이 급격히 냉각되는 상황"을 뜻합니다.

전희경 : 그렇다면 중국 경제가 현시점에서 경착륙할 우려가 있는지요? 있다면 그 피해 정도는 어떨까요?

박영철 : 최근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자문하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봐야 합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다음 4가지를 제시합니다.

1)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의 한계와 새로운 성장 모델 발굴 2) 과거의 과잉 투자와 치솟는 정부 빚 3)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국가 기업 청산 4) 금융 시장의 자유화와 개방화, 즉 위안화의 국제 기축 통화화, 환율, 금리, 증권 시장 등.

첫째,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점에 도달한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과학원의 보도에 의하면, 작년 중국의 GDP 성장률이 약 6.9%로 추산되는데 이 성장률의 기여도 분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장률(100%)=소비(60.2%)+투자(38.5%)+순수출(1.3%)

작년 중국의 성장에 순수출은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30여 년 10% 이상의 고도성장 엔진이었던 수출의 역할이 이제 끝난 셈입니다. 그 빈자리를 소비가 메꾸어야 합니다. 가계의 소비와 저축 패턴이 변하고 기업의 생산 결정 모델이 변하고 이에 상응하는 정부 대책이 변해야 합니다.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는 구조 변화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성장 모델의 변화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개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미국의 경제 전문가는 중국의 과잉 투자와 치솟는 정부 부채 문제가 경착륙을 불러올 위험 요인이라고 보는데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사회간접자본과 중화학 공업에 치중했던 과거의 투자 정책을 과감하게 개혁해야 합니다. 과잉 투자로 인한 자원 배분 비효율성의 대가가 엄청납니다. 특히 지방 정부의 과잉 투자 대부분이 정부 부채로 연결되어 있어 건전한 재정 운영의 암으로 존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희경 : 한 때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중국의 국가 기업이 최근에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어 경착륙을 불러올 위험으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박영철 : 과도한 빚과 수익성이 낮은 국가 기업을 정부가 계속 수혈하고 있습니다. 바로 '좀비 기업'입니다. 이 기업을 정리하므로 얻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엄청나다는 연구 보고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중국이 경착륙을 피하고 연착륙을 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정부 엘리트 관료 주도의 경제 정책을 과감하게 시장 세력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군요. 특히 중요한 금융 정책인 환율과 금리 책정을 시장 세력에 말기라는 말입니다. 또 위안화의 기축 통화화의 촉진과 증권 시장의 선진화 등 금융 시장의 개혁과 개방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군요.

박영철 :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금융 시장의 후진성이 지적됩니다. 특히 최근에 중국의 금융 섹터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로렌스 서머스 교수에 의하면 작년 중국 경제 성장률의 20%가 3차 산업의 금융 섹터에서 발생하고 GDP 대비 금융 섹터의 비중은 거의 영국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만큼 금융 섹터의 효율성 제고가 시급한 관제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환율 제도의 개혁, 위안화의 IMF SDR 바스켓 편입, 증권 시장의 선진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희경 : 경착륙을 피하기 위하여 중국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혁이 어려울 것 같은데 성공적으로 끌어낼까요?

박영철 : 어려운 질문입니다. 누구도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1~2년 안에 이 모든 조치와 개혁을 이루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기초 체력과 중국 정부의 개혁 의지 등을 고려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IMF의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중국의 건전한 성장은 한국같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제 성장에 필수 조건입니다.

전희경 : 마지막 주제인 미국 경제 상황으로 가겠습니다. 2015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09년 이래 최저치인 2.5%로 추산되고 2016년 성장률은 2.2~2.8%로 예측되는군요. 그리고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는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요. 지난 12월의 고용 지표는 신규 채용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29만 명을 기록하며 고용 시장의 청신호를 알렸지만, 지난 12월의 미국 제조업지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은 48.2%를 기록하며 제조업의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군요. 교수님께서는 2016년의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박영철 : 위에서 본 것처럼, 2016년 미국 경제의 GDP 성장률 예측에 관해 세계은행은 2.7%, 골드만삭스는 2.2%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동의합니다. 올해 경제 성장을 이끌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물 경제에서 고정 자본의 부진으로 노동 생산성 향상이 발생할 소지가 보이지 않고, 제조업, 특히 오일 섹터의 지속적인 부진이 예상되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스케줄에 따라 예상되는 달러 강세로 수출의 부진과 미 다국적 기업의 해외 수익 감소가 우려되고, 임금 상승의 정체 지속으로 소비 주도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은 변수가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인상 폭, 그에 따른 달러 강세의 폭이 어떻게 가시화 되는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전희경 : 지난주의 세계 증시 폭락 후 일부 미 언론은 미 연준이 지난달에 발표한 금리 인상 스케줄을 바꿀 필요성을 제시했군요.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미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점진적'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금리 인상의 '확정된 경로'가 없다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1%대의 금리 인상이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주의 세계 증시 폭락 때문에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에 조정이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희경 : 2016년 11월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이번 대선의 첫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와 코커스(Caucus)가 2월 초에 곧 시행되는군요. 이번 대선에서 미국의 소득 불평등과 월스트리트의 개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고요. 다음 기회에 이 문제를 다루어 볼까 합니다. 오늘 인터뷰의 결론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2016년 중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앞으로 4~5년간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GDP 성장률 6.7% 수준을 달성 하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침체 내지 위기를 불러 올 것이 확실한 두 번째 시나리오는 6% 이하의 성장률로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의 성장 모델이 완전 붕괴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는 몇 년 안으로 다시 7~8%의 성장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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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
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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