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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일단 커피값만 들고 나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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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싸이, 일단 커피값만 들고 나타나라 [기고] 싸이가 귀를 열어야 하는 이유
가수 싸이가 한남동에 위치한 건물을 칠십 몇 억에 구입해서 미술가들이 운영하는 카페 겸 갤러리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내보내고 대기업 커피 체인점을 들이려 한다는 소문은 뉴스와 SNS를 통해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언론과 방송은 그 사실을 외면하거나 축소해 보도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싸이의 팬들에게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엉뚱한 오해를 받기까지 했다. 마치 유명인 싸이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파렴치한으로 말이다.

그간의 사정을 잠깐 정리하자면 이렇게 된다. 가수 싸이가 문제의 건물을 구입하기 전 소유주와 '테이크아웃드로잉'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이전 소유주는 재건축을 핑계로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내쫓으려 했고, 우여곡절 끝에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유예기간 2년이라는 법원의 조정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후 소유주는 싸이에게 건물을 팔았다. 그리고 다시 싸이는 법원의 조정안을 근거로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내보내고 대기업 커피 체인점을 들이려 했던 것이다.

▲ 지난 9월 강제집행이 중단된 이후 '드로잉' 카페 앞에 맘상모 회원들이 붙인 피켓들. ⓒ프레시안(허환주)

내가 전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내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왜 싸이가 그깟 임차료 수입을 위해 그런 무리수를 두는 것이냐?'고 물었다. 물론 그 정확한 이유는 싸이 자신이 알 것이다. 문제는 싸이가 택한 방법들이라는 것이 매우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여느 흉포한 건물주들처럼 용역을 고용해 물리적으로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욕보이고 온갖 법적 소송을 통해 심리적으로 괴롭혔다. 즉 위협을 통해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운영하는 세 명의 예술가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연극을 꾸미기까지 했으며, 그가 형식상 속한 YG의 대표 양현석이 마련한 중재안도 무시했다. 여기서 중립적인 일을 자임해도 부족한 경찰과 검찰은 싸이의 폭력에 대한 '테이크아웃드로잉'의 고소를 집행하지 않거나 고소 내용을 누락시켰다. 도리어 담당 검사를 교체해달라는 요구를 '근무 태만'은 교체 사유가 안 된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싸이는 새 앨범을 냈다고 방송에 버젓이 나타나 인터뷰를 하고 거리낌 없는 활동을 계속해 가고 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싸이 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자행한 폭력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했으며 재건축이 아니라 다른 가게를 입점시킬 것이라면 처음 계약대로 생계활동과 예술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싸이 측이 말하는 법원의 조정안은 이전 건물주의 재건축 계획이 전제이니 재건축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싸이가 이전 소유주의 논리를 가지고 나온다면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처음에 계약했던 일본인 건물주가 한 약속이 더 먼저인 것이다. 일본인 건물주와는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원하는 기간만큼 영업할 수 있다는 일본 방식으로 계약했다.

싸이는 상식적인 판단을 할 마음도 없고 무엇이 상식적인 판단인지에 대해서도 무지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에게는 임차료를 더 받을 수 있는 커피 체인점과의 약속만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건물 가격은 100억 원을 훌쩍 넘겨 120~130억에 달한다니 싸이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과정일 뿐일 것이다. 나는 이런 모습이 싸이의 본모습이라는 사실에 무척 슬프고 화가 난다. 잠깐이나마 그가 괜찮은(?) 대중음악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억울하기도 하다.

두 번째 방문에서 들은 내용은 '테이크아웃드로잉' 일대가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기가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탤런트, 배우, 전 축구선수 등이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들을 구입해 들이는데, 가격 상승폭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중진탤런트 ㄱ씨는 아들에게 맥주집을 열어주기 위해 1층의 일곱 상가를 보상금 1000~2000만 원에 내보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다년간 지켜 온 삶의 터전을 헐값에 빼앗은 것이다.

연예인들이 불안정한 자신의 직업 특성상 별도의 수입원을 예비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시가 10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구입하고 기존의 세입자를 부당하게 거리로 내보내는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나는 단언컨대 그들은 자신의 지명도와 상징자본을 통해서 투기를 했다고 본다. 연예인들이 들어온 지역은 이유를 불문하고 부동산값이 상승한다. 솔직히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게 투기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일반적인 현상 위에 싸이의 저 무리수는 가능했던 것이다. 그에게 음악과 치부는 별개의 삶인 것 같다. 나는 예전에 어느 문화웹진에 쓴 '강남스타일 아닌 존재의 스타일'이란 글에서 "'강남 스타일'이 풍기는 이질적이고 허황된 판타지가 혹 강남이 대한민국 사회 내에서 갖는 특권과 타락의 위치를 문화적으로 덮어줄 개연성은 없는지" 의심이 든다고 쓴 바 있다. 불행하게도 그 의심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현실화되고 말았다. 싸이 자신이 '특권과 타락'의 모습을 너무도 빠른 시간 안에 보여주고 만 것이다.

▲ 지난 3월, 강제집행을 위해 카페를 찾아온 용역 직원. 용역 직원들은 집기를 들어낸 이후, 3미터 높이 펜스를 설치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대중음악인이 팬들의 사랑을 받아 그 부수적인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을 나는 옹졸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미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노랫말대로 '사상이 울퉁불퉁한' 그런 대중음악인을 그에게 살짝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강남의 자식이건 아니건, 강남의 고급 나이트클럽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건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계급적 위치와 갈등하면서 독특한 음악을 만들 때 그렇다. 지금처럼 '사상이 불순한' 행태를 벌인다면 싸이는 출신성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싸구려 연예인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테이크아웃드로잉' 사태를 통해 본 싸이는, 그가 지금까지 취해 온 'B급' 포즈가 단순히 트릭이었음을 보여줬다. 불쾌한 것은 그 트릭으로 그는 팬들을 속이고 부와 상징자본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 생각이 어리석고 순진했다 치자. 그래도 싸이에게 한 올의 수오지심이 남아 있다면 그간의 오만한 행동을 사과하고 '테이크아웃드로잉'과 진실한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대중적인 이름값에 차이가 나서 그렇지,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세 주인은 예술가들이다. 내가 보기에는 싸이보다 훨씬 더 멋진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돈이 아니라 자존심과 명예를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싸이는 그들의 자존심 앞에 음악하는 마음으로 나타나길 바란다. 그것은 자신이 가진 명성과 부를 일단 접고 커피값만 들고 '테이크아웃드로잉'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먼저 귀를 기울이라. 당신의 음악에 많은 팬들이 귀를 열었던 것처럼 말이다. 싸이는 수많은 팬들이 자신의 음악에 귀를 열었을 때만이 싸이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그런 부동산 부자 박재상에 지나지 않음을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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