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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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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 의미는? 安의 '멘토'- 朴의 '경제 가정교사' 이어 '文의 대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해 '조기 선대위원장'을 맡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 대표는 14일 오후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박사께서 우리 당과 함께해 주기로 했다"면서 "저는 최고위와 논의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 출범시키고 김 박사를 위원장으로 모시려 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수석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내며 총선 경제민주화 공약을 맡았고. 대선 때에도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 분야 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 이전에는 안철수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법륜 스님,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함께 그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문 대표는 회견에서 김 전 수석에 대해 "학자로, 정치인으로 경제민주화를 필생의 신념으로 추구해온 분이고, 오늘날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의 상징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최대의 과제는 세계 최악 수준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불평등을 해소하고 새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김 박사는 우리 당을, 시대적 과제인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에 실패했다"며 "김 박사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경제민주화 가치의 아이콘이었다. 우리가 박근혜 정권에 걸었던 기대는 처참히 꺾였지만, 박근혜 정권이 그 가치를 버렸다고 해서 시대정신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수석이 오는 15일 직접 언론과 만나 입당의 변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문재인 "공천 권한 일체 내려놓겠다…천정배와 대통합 추진하고 대표직도 내려놓겠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조기 선대위는 과거의 선대위와 달리, 선거 사무에 관한 전적 권한을 넘겨받아 선거 사무를 총괄하고 최고위는 일상 당무를 하는 취지로 제안된 것"이라며 "최고위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논의를 모아 나가겠다. 적어도 당 대표인 저는 공천에 관한 일체 권한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등 선대위가 총선 관련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문 대표는 하지만 '김종인 선대위'라도 시스템 공천을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라며 "시스템에 대한 관장을 선대위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 대표는 김 전 수석이 '조기 선대위'의 단독 위원장을 맡는 것은 아니라며 "원래 밝힌 대로 호남, 특히 광주·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인선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남은 공동선대위원장은 1명이냐'는 질문에 "정확히 몇 명 있다고 최고위에서 특정하지 않았고, 광주·전남 지역(출신의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에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문 대표는 "차제에 제 거취까지 말씀드리면, 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대표직도 내려놓을수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야권 대통합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그 실현을 위해서 (대표직을) 내려놓을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며 "천정배 의원은 이미 창준위 단계까지 가 있어서, (선대위원장) 영입이라기보다는 야권의 대통합 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를 내려놓는 것으로 통합의 물꼬를 조금 트고 싶다"고도 했다.

김종인 '박근혜 공신' 이력에 당내 반발 우려…文 "당 구성원 흔쾌히 동의할 거라 생각"


다만 당 내 일각에서 김 전 수석이 박근혜 캠프의 경제정책 책임자였던 이력 때문에 반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날 기자회견에서부터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은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당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으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접어야 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 당 구성원들이 흔쾌히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며 "당 내부나 지지자들의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가 소득 불평등 해소이고 그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민주화라는 가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 박사를 모시는 게 도움이 되리라 본다. 한편으로 아직 우리 당의 동요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안정시키며 확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양해를 구했다.

또 문 대표가 선대위에 권한을 넘기고 2선 후퇴를 할 경우, 문 대표와 함께 후퇴해야 할 최고위원들도 반발의 가능성이 있다. 문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가 아니라 "최고위와 논의해 모시려 한다"고 하거나, 선대위에 선거 사무를 일임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당내 논의를 진행하겠다", "최고위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논의를 모아 나가겠다"고 한 것도 이같은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수 대변인은 "김 전 수석이 오면 총선기획단을 꾸리는 문제부터 논의하지 않을까 한다"는 얘기를 기자들과 하면서 '인선은 김종인 위원장이 전권을 갖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 부분은 최고위원들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제가 '전권을 김 위원장 혼자 갖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부분도 내일 김 전 수석이 오시면 논의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노태우 정부). ⓒ프레시안 자료사진
김종인 영입의 의미는?…文-安 '인재 영입 경쟁' 끝판왕


문 대표가 전격 발표한 '김종인 영입'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여한 '공신'이지만, 당시 야당도 동의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의 입안을 담당했을 뿐 정치인 박근혜 개인에 충성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게다가 정권 출범 이후에는 '팽(烹)'을 당했다는 평이 다수다.

김 전 수석은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가 자신이 만든 경제민주화 공약을 지키지 않고 '창조경제' 등 딴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하면서, <프레시안> 인터뷰 등 언론을 통해 "내가 너무 과욕을 부린 모양이다. 국민들에게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까지 했다.

(☞관련 기사 : [인터뷰] 김종인 "한때 내가 과욕…국민들께 미안하다")


김 전 수석이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라는 문 대표의 언급은, 서강대 교수 출신이던 그가 1981년 정계에 투신한 후 1987년 개헌 당시 헌법 119조 2항 입안을 주도했다는 데에 기인한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이 조항은 6공화국 헌법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조항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조항은 '김종인 조항'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즉 국민의당 간에 벌어지던 인재 영입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김종인이라는 거물급의 영입으로 단번에 더불어민주당이 치고 나가게 된 셈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에는 2명의 탈당 의원이 더 나왔고, 문 대표는 2명의 신인 인사 영입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던 중이었다. (☞기사 하단 박스 참조) 그러나 이제까지 9~10명의 인재를 영입했음에도 '큰 것' 한 방이 없다는 아쉬운 소리를 듣던 문 대표였다. '김종인 영입'은 만루홈런 급의 '큰 것'이다.

또 이번 영입이 안착할 경우, 당 내 비주류로부터 끊임없이 나온 문 대표의 거취 문제 제기도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내분이 얼마나 더 심화될지 전망할 때 지표로 꼽히던 것이 박영선·박지원 두 전직 원내대표의 거취였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호남,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수도권 의원들의 탈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가운데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경우 이미 다음주 탈당을 선언했으나,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경우에는 아직 고심을 계속하고 있던 중이다. 이런 때에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김종인 전 수석이 선대위원장으로 당에 들어온 것은, 탈당으로 향하는 그를 잡아당기는 한 줄기 구심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성수 대변인은 "(김 전 수석은) 우리 당에 가까운 의원들이 많다. 정세균·이석현·박영선 의원과 손혜원 홍보위원장 등이 가까운 분들"이라고 했다.

더민주, 2명 현역의원 탈당에 2명 영입으로 '맞불?'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학용 의원과 김승남 의원은 각각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을 했다. 손학규계 3선 중진인 신 의원은 앞서 '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달 22일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2년 6개월(벌금 3100만 원 및 추징금 병과)을 선고받았다. 신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신 의원은 탈당 회견문에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곧 물갈이 대상의원으로 매도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특히 인천 지역에서 발생한 문 대표 친위대의 극단적 패권주의에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되어 탈당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안철수 신당 등 다른 정당으로 가겠다는 말은 없이 "당분간은 무소속으로 남아서 명예 회복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평련 출신인 초선의 김승남 의원도 탈당 선언을 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거취에 대해 "대안을 찾아보고, 지역 당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하겠다"면서도 '안철수 신당으로 가느냐?'고 묻자 "다른 대안이 없으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해 국민의당 합류에 무게를 실었다.

같은날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낸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예비역 육군 소장)과 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의 '인재 영입' 9호와 10호인 셈이다.

특히 하 원장은 입당 선언문에서 "제가 정치에 뜻을 두고 입당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며 그 중 하나로 "저의 고향인 정읍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해서다. 저는 사랑하는 고향을 떠나 45년 동안 조국의 평화를 지키는 일과 국가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으나 이제는 고향에서 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해 전북 정읍 지역구 출마를 강하게 시사했다. 정읍의 현역 의원은 국민의당 창당에 참여하고 있는 유성엽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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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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