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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땅이 신영복이라는 산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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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땅이 신영복이라는 산을 품었다" [현장] 고(故) 신영복 교수 영결식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의 아들 신지용 씨가 오열하는 어머니 유영순 여사 손을 꼭 쥐고 아버지 영정 뒤를 좇았다. 이들 뒤로는 운구 행렬이 뒤따랐다. 발인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신영복 교수가 떠나는 마지막 길에 헌화했다. 하얀 국화꽃이었다. 18일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진행된 고 신영복 교수 영결식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성공회대 교내 성당 1·2층에는 추모객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처 성당에 참석하지 못한 추모객들은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복도까지 가득 메운 채 영결식 생중계를 지켜봤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영결식장 곳곳에서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결식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 씨는 "그간 고인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는데 오늘 많은 분이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니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 난다"며 "사실 그냥 안 돌아가신 거로 해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우리'라는 땅이 신영복이라는 산을 품었다고 생각하겠다"라며 "그 산을 품고, 그리고 그 산이 꿈꾸는 세상을 우리가 잘 키워나가야겠다. 함께"라고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머도 잊지 않았다. 김 씨는 "제 방에도 선생님이 써 주신 '더불어 함께'라는 글자가 걸려 있다"면서 "그 글자를 혼자 잠자면서 보고 있노라면 언제쯤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성공회대

"오늘 선생님의 긴 강의가 끝나고 있다"

신영복 교수가 성공회대에 올 당시, 성공회대 총장이기도 했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이 교육감은 "지금 시대가 어둠과 절망이 압도하고 권력이 역사를 되돌리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선생님은 지금 어디로 가시려 합니까"라고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 교육감은 "선생님은 '언약(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라고 했다"면서 "오늘 선생님의 긴 강의가 끝나고 있다. 이 시간은 선생님이 사람들에게 준 언약"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이제는 우리 차례다. 이 언약을 단호한 결의로 꽃으로 피워야 한다"며 "선생님도 우리가 살아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자리는 별리(別離)의 자리가 아닌 언약의 자리"라고 밝혔다.

"나의 고민을 나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신 스승"

공연 기획자로 잘 알려진 탁현민 씨는 신영복 교수의 제자다. 그는 이날 추도사를 통해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했다. 시작은 웃음이었다.

"성공회대는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신영복 선생님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분에게 수업을 듣고 싶어 성공회대에 입학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성공회대를 '상공회의소'로 잘못 듣고는 왜 거기에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학교가 온수역에 있는데, 나는 옥수역인 줄 알고 거기에 가서 학교를 한참 찾은 기억도 있다. 아직 나와 비슷한 이들이 상당수 있는 듯하다. 입학처 관계자가 하는 말이 면접을 보는데 지원자 중에는 신영복 선생님의 <먼나라 이웃 나라>에 감명을 받고 성공회대에 지원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영결식 참석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탁현민 씨는 웃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났고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매주 만나 내가 쓴 글을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평가받는 시간도 보냈다. 결혼식 때는 주례를 맡아주셨고, 내 아이의 이름도 지어주셨다. 나는 선생님과 각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동안 선생님의 빈소를 지키면서 이상했던 점은 조문객 모두가 어떻게 저마다 선생님과 각별하다고 생각하는가였다. 모두가 위인이 떠날 때 느끼는 슬픔이 아니라 자기 몸의 한 부분이 허물어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은 늘 사람을 대할 때 상대편의 입장과 동일함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고민을 나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문장이나 수사가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실천을 보여주셨다. 그게 저마다의 특별한 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성공회대

"이 자리는 영원한 스승 신영복을 맞는 자리"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는 고인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진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대사 중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것은 자연을 통해 영원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며 "이 자리가 자연인 스승을 보내는 자리지만 반대로 영원한 스승 신영복을 맞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선생님의 삶과 인품은 우리에게 새로움을 주는 고전이었다. 그런 선생님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관계를 만들어나가기에는 아직 너무나 아쉽고 애통하다"고 고인을 떠나보내는 심정을 드러냈다.

고민정 KBS 아나운서는 고인에게 붙임성 있게 다가가지 못한 점을 후회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선생님을 닮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못난 내가 부끄러워 선생님 앞에서는 늘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고 회고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이제는 그런 행동조차 할 수 없기에 목이 멘다"라면서도 "앞으로 제자라는 이름표가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 위에서 내려다봐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은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께 발인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고인의 시신은 영결식이 끝나고 벽제 시립 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된다. 장지는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달 16일 차려진 고인 빈소에는 첫날 3500여 명, 둘째 날 4000여 명, 이날 350여 명 등 모두 7850여 명이 찾았다. 빈소에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노회찬 전 의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안희정 충남지사, 이인영 의원, 유시민 의원, 박원석 의원,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등 각계 인사도 찾아 조문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유인태 의원, 노회찬 전 의원, 안경환 전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성공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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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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