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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사드 배치, 김정은 돕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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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사드 배치, 김정은 돕고 싶나? [특별기획 : 코리아, 제2의 핵시대를 묻는다(4)] 김무성의 '무대포' 사드 배치 발언
'무대포'다운 발언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월 1일 최근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즉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북핵은 국가의 안보와 국방에 직결되고 우리의 생사가 걸려있는 치명적인 사안인 만큼 국제적 이해관계는 부차적 문제로 누구의 눈치를 볼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마디로 '중국 눈치 보지 말고 사드 배치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정치인, 특히 집권 여당 대표가 가져야 할 '책임성'(accountability)을 망각한 무대포식 발언이다. 본인은 이러한 발언을 통해 '안보에 강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겠지만, '묻지마식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태롭게 할 '트로이의 목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검토' 발언 이후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고 한다. 미국 정부와 군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집권 여당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함으로써 '사드의 정치화'는 불가피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일부 언론은 야당의 입장이 뭐냐고 다그칠 것이고, 이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 입장을 밝히면 '종북주의'와 '친중 사대주의'로 몰아가려고 할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 속에 내포된 사드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그는 마치 사드가 없어서 한국의 안보가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대북 억제의 힘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제(MD)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한 강력하고도 압도적인 한미동맹의 보복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사드는 북핵을 막는데 별로 실효성도 없고,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단거리 미사일 등 사드 회피 수단을 늘리려고 할 것이다.

김 대표는 또한 사드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단세포적 이해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능력을 갖고 있는 쪽이 방어력까지 강해지면, 그 방어용 무기는 어떠한 공격용 무기보다 강한 것이 된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이 1972년 탄도미사일 방어(ABM) 조약을 체결했고, 40년 동안 이 조약을 '전략적 안정과 세계 평화의 초석'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무대포 정신의 백미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자'는 것이다. 화끈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김 대표의 '책임성' 결핍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발언을 통해 정치인으로서의 주가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국익 손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중국의 입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직접 나서 사드를 챙길 정도로 국가적 문제로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수용하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밖에 없다. 양국 내 민족주의 감정이 충돌해 한중 관계의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이미 노란불이 켜진 한국 경제가 빨간불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사드 배치는 전략적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약'이 될 수도 없다.

또 주목할 것이 있다. 사드 배치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사드를 회피할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갖고 있거나 개발 중이다. 반면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는 일대 파란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북핵에 대한 국제공조의 균열을 키워 북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사드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우려가 합리적인 것인가의 여부이다. '눈치' 운운하면서 감정적으로 접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한결같은' 공식 입장은 "모든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안전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중국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입장이 '기우'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 이유를 설명해주면 된다. 그런데 한국이든, 미국이든, 사드 논란이 불거진 지 2년이 넘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왔다. 왜 그럴까? 미국의 '이중 게임' 속에 그 답이 담겨 있다.

미국은 한 입으로 두말을 하고 있다. 어떨 때는 사드가 중국과 무관하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입으로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도 중국의 안보 우려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한다. 사드는 '지역 MD'의 핵심적인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사드 역시 중국 견제용과 무관치 않다.

결론적으로 사드 배치론을 들고나온 김무성 대표는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비겁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그리고 실제로 이게 이뤄지면 김 대표 개인적으로 손해 볼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내 반대파와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수록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고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대다수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이 '가짜 안보 프레임'에 장단을 맞춰져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 사드를 비롯한 MD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MD 본색 : 은밀하게 위험하게>를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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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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