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울릉도가 수상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울릉도가 수상하다 [초록發光] 에너지 '자립' 섬인가, 에너지 '기술' 섬인가?
2016년 시작과 더불어 전라남도에서는 2025년까지 '탄소 제로 에너지 자립 섬 50개 조성'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산업 육성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자립 섬' 조성을 위해 울릉도에 첫 삽을 뜬 이후 올해 전라남도에서도 이와 같은 계획을 발표하게 되면서 에너지 자립 섬 조성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 원가도 높고 작동 과정에서 나오는 소음과 연기 등으로 도서 지역 환경 오염원이기도 했던 디젤 발전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자립 섬 조성 사업은 도서 지역 환경성도 높이고 동시에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률도 높이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2012년부터 태양광과 풍력 설비,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적용하여 전력의 8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얻고 있는 가사도의 경우, 디젤 발전기를 이용할 때보다 발전 비용도 훨씬 낮아졌다고 한다. 경제적인 이득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계획대로 62개 도서의 디젤 전력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하게 되면 유엔 기후변화협약 파리 협정에 따른 국내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이 갖는 이런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5년 2월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고한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 조성 사업자 모집 공고'에 따르면, 사업자는 "디젤 발전을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여 발생하는 차액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로 사업 계획을 제안하도록 되었다.

즉, 이에 따르면 사업자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디젤 발전 유지비와 신·재생 에너지 설비에서 생산하는 전력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기반을 두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이 최근 계속되는 저유가와 신재생 전력 거래 가격의 저하로 사업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유가가 낮아지면서 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유지비가 줄어들었고 신·재생 전력 생산의 높은 비용을 보전해줄 수 있는 인증서(REC)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립 섬 조성을 순수하게 민간 투자 사업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사업 시작부터 어려움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사업성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에너지 자립 섬 조성이라는 사업 목표 달성이 가능한가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자립 섬'이라는 의미가 섬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력을 섬 자체에서 생산 조달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하자면 적정 수요 예측과 수요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디젤 전력을 신·재생 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는 사업 계획을 제출하는 사업자에 의해 진행되는 자립 섬 조성에서는 이런 수요 예측과 관리는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 개발 정책과 어촌 마을 기업 활성화 등으로 도서 지역에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데 이런 도서 지역 전반적인 환경 변화 등은 자립 섬 조성에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예측에 따라 독립적인 마이크로그리드, 제한된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와 보조 전력 설비와 저장 설비를 갖추어 놓았다가 지역의 전력 수요가 급작스럽게 증가하면서 도서 지역 전체가 블랙아웃 상황을 맞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인구 1만 명이 거주하며 관광객 증가 등으로 전력 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울릉도 에너지 자립 섬 조성 계획 과정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울릉도 사업 계획에서는 2017년까지 울릉도 전체 전력의 30%,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100%를 공급할 예정인데, 전체 수요 예측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설비 발전량 예측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계획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민간 사업자의 수익을 맞추자면 2020년까지도 디젤 비중을 40%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290명이 거주하고 있는 가사도에서 실증된 기술을 1만 명이 거주하는 섬에 적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 것이다. 가사도에 비해 더 많은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가 요청되는데, 이에 따르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 문제로 인해 울릉도의 경우에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지열 발전소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지열 발전소 설치와 연관된 토지 수용 등의 문제들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계획에 이런 종합적인 문제들이 반영되고 있지 않아 자립 섬 조성 과정이 화려한 비전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은 에너지 자립 섬을 도서 지역 주민의 기본 인프라로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에너지 신산업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도서 지역의 에너지 자립은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요 관리를 통해 적정 수요를 유지하면서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외부 의존을 줄여나감으로서 달성될 수 있다.

에너지 수요 관리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되고 또한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 확산을 위해서도 지역 주민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 수용성은 지역 주민 소유가 확대될 때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에너지 자립 섬 조성 사업은 이에 반해 가사도 등의 마이크로그리드와 신·재생 설비 기술력을 빠르게 사업화하기 위해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이들 기술 사업을 확산해보겠다는 관점에서 계획되었다.

에너지 신기술에 근거한 에너지 신산업 창출이 이 사업의 기본적인 목적이다. 때문에 도서 지역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고려하거나 지역 주민의 에너지 수요 특성 반영, 지역 주민의 설비 소유 확대 등의 정책 요소들은 거의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디젤 발전을 대신하는 전력 설비 구축이 중요하고 이들 설비가 들어설 곳의 주민 수용성,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선에서의 주민 참여만 고려할 뿐이다. 에너지 자립의 주인이어야 할 도서 지역 주민들은 사업자들의 실험 대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에너지 자립 섬은 섬에 마이크리드와 저장 장치와 같은 첨단 설비와 재생 에너지 설비만 갖추어진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쓰는 에너지를 스스로 관리하고 에너지 생산에도 직접 참여하는 주민들이 존재할 때 자립 섬이 만들어진다. 자립 섬 조성 사업은 기술 확산 사업이 아니라 이러한 에너지 시민 확산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