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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배제' 강기정, 눈물의 필리버스터…문재인 "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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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천 배제' 강기정, 눈물의 필리버스터…문재인 "짠해" 무제한 토론 62시간째…김경협이어 11번째 서기호 등판
새누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펼치고 있는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이 26일 오전 7시 60시간을 넘어섰다. 오전 9시 현재 62시간째 계속되고 있으며,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서는 11번째 토론자인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강기정, 눈물 쏟으며 연설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고 마무리

전날 밤, 문화방송(MBC) 메인뉴스 앵커 출신임을 과시하듯 화려한 입담을 뽐낸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4시간 47분간의 연설을 마치고 오후 8시 54분께 연단에서 내려갔다. 뒤이어 '등판'한 이는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이날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사실상 20대 총선 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공천관리위가 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을 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해 달라고 요청한 것. 그러나 강 의원은 새벽 2시까지 5시간 4분 동안 연설을 이어 가며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임하며 감개무량한 듯 지난 18대 국회 때 본회의장 몸싸움을 벌였던 일을 언급했다. 당시 강 의원은 몸싸움 때마다 앞장서는 의원으로 유명했다.

강 의원은 "제가 두 번에 걸쳐 사법 처리를 받았다. 한 번은 종편 반대한다고 싸움이 나서 제가 벌금 500만 원을 받았고, 또 한 번은 4대강 저지한다고…"라고 하다가 눈물을 쏟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죄송하다"며 뒤로 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

강 의원은 "동료 의원들하고 멱살을 잡고…. 국민이 (의원들 몸 싸움을) 싫다고 하는데, 그 방법 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제 소신에 비춰볼 때 4대강·종편·집회시위법이 그렇게 가서는 안 되는데 별로 막을 수가 없고, 그냥 다수당의 힘으로 날치기해서 가는데 그것을 어떻게 막냐 이거다"라며 당시 몸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걸 안 막고 점잖게 말로 하자니 저의 젊은 피는 용서를 못 했다"며 "이런 필리버스터같은 수단이 없으니까 점잖게 싸우지를 못하겠더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례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연설을 마쳤다. 그는 "꼭 불러 보고 싶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의 '영혼 결혼식'에 바쳐진 대표적 민중가요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강 의원의 연설 도중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마음이 짠하다. 공천 배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도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광주가 어려울 때 끝까지 당을 지켰던 사람답다"며 응원을 보냈다.

▲더민주 강기정 의원이 25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협 이은 '11번째 투수'는 '가카 빅엿' 정의당 서기호

강 의원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 10분까지 5시간 10분 동안 연설을 했다. 김 의원은 필리버스터 연설에 지지자들의 의견을 '실시간 반영'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고, 이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김 의원은 연설 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의견을 주시면 발언 시간 중에도 실시간으로 받아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단말기 갖고 (본회의장에) 들어간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앞서서도 두어 차례 "어떤 내용으로 하면 좋을지 의견이나 자료를 부탁드린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필리버스터에 담겠다"고 팔로어들에게 요청했었다.

김 의원은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그린 세상이 2016년의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는 게 단지 저만의 생각일까"라며 "착잡하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어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연단에 올랐다. 서 의원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부각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이슈에서는 당사자기이도 하다. 지난 2011년 당시 서울북부지법 판사였던 그는 대법원이 판사들의 SNS 사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트위터에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재임용에서 탈락해 법복을 벗게 된 그는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서 의원이 연설을 시작한 지 3시간 정도가 지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제와 관계 없는 발언'이라며 고성을 질러 한동안 연설이 끊어지는 일이 있었다. 서 의원이 토론 도중 말을 멈추자 사회를 보던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3시간 동안 토론하고 있는데, 필요하면 3분 내로 본회의장에 부속된 화장실에 다녀오시라"고 '배려'를 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그러나 "준비를 완벽하게 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사양한 후 연설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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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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