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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 좋다" vs. 김종인 "경제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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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 좋다" vs. 김종인 "경제 실정" '경제 위기론' 설파하던 박근혜, 말 바꾼 이유는?
'경제 위기론'을 펴던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우리 경제가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7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경제 불안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제 위기론'의 진원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인데, '경제 불안 심리'를 차단하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경제 실정 심판론'이 불거지는 것을 우려한 태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최근 세계경제를 비롯해 국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지금의 어려움이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투자와 소비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면 정상적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국민들께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 대책에 전력하고, 국민과의 소통 노력도 강화해 주기를 바란다"며 "인사수석실은 인사혁신처와 협업해 핵심 개혁 과제 담당자들과 대민 접촉 공무원들이 국민 체감 성과에 적극 매진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성과 평가와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는 분석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 체감 성과'를 내도록 대민 접촉 공무원들에게 사실상 지시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 놓았다. 박 대통령은 "대외 여건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만큼 하고 있는 것은 당초 소비절벽이나 고용절벽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 연장, 재정 조기집행 등의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1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역설했었다.

박근혜, 도대체 경제 위기라는 것인가, 아니라는 것인가?

이쯤 되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위기인가?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 위기론과 경제 긍정론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요약하면 '지금은 괜찮지만, 국회가 잘못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은 발목 잡는 '국회 심판론'이고 나아가 '야당 심판론'으로 귀결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전략적이다. 서비스법, 노동법 등을 처리하라며 국회를 압박할 때는 '위기론'을 강조하다가, 경제 관련 부정적인 지수나 전망이 발표되면 '경제가 괜찮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모두 4월 총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오로지 총선 전략을 위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그간 '경제 위기론'과 '경제 안정론'을 뒤섞어 선거 때마다 재미를 봤다. '위기가 오니 여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논리와 '지금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논리를 병행, 시의 적절하게 활용해 왔다. 지난 지방 선거 때 참패를 면했고, 이후 이어진 두 차례의 굵직한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두 주장의 논리는 모순돼 보이지만, '유능한 여당, 무능한 야당'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목적으로 귀결된다.

▲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그러나 현재 경제 관련 객관적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KDI 경제동향'을 통해 수출, 고용, 소비,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의 부진이 계속 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심리 지수는 하락했고, 가계부채는 1200조 원을 돌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판단'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외수(수출) 불황이 내수 불황으로 전염되는 단계"라고 현 상황을 분석한 뒤 "이를 내버려두면 장기간 경기 회복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영, 민영 경제 기관들이 지표를 발표하고 한 목소리로 '경제 위기'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자, 박 대통령은 '경제 안정론'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위기론'을 계속 주장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민생이 어려운 점이 여당으로서 가장 악재이고, 야당이 이걸 공격하는 것을 방어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간 '노동 시장 개편'과 '서비스 산업 발전법(서비스법)' 처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위해 경제 위기론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서비스법, 파견법은 해법이 아니라는 반론에 부딪힌다. 문제의 핵심은 내수 경기 둔화다. 박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파견법과 서비스산업법은 불완전 고용을 늘려서라도 전체 고용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인데, 오히려 '임시직' 대량 허용으로 고용 상태가 불안정해지면서 내수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반박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김종인, 박근혜의 '오락가락' 틈새 공략"경제 실정론" 부각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 틈을 공략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경제 실정 방어론'으로 선회한 사이, 선거 전략 기조를 '경제 무능 심판론'으로 설정하고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연일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 성장론 핸드북' 발간 기념 행사에서 "일본이 1993년부터 침체에 빠져 23년 가까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인데 지금 우리도 그런 과정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그런데 우리 경제정책은 구체성 없는 쓸데 없는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낙관론'을 정면 비판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경제 정책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어서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20년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가 발간한 '더불어 성장론 핸드북'은 "새누리당 집권 8년 동안 국민소득 증가율은 반 토막 난 반면, 가계부채는 2배가 되는 등 경제가 곤두박질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효율성 지표나 정부투명성 지표 같이 정권의 직접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들의 국제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급전직하 했다"며 '경제 무능론'을 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3.1절 기념사에서도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여건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경제 위기를 경고하던 대통령이 불과 며칠 만에 180도 입장을 바꿔 낙관론을 펼치고 나선 것은 뜬금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낙관론을 내세우며 현실의 위기를 부정하려는 것 같다"며 "그동안 입만 열면 야당이 발목 잡아 경제가 이 지경이 됐다고 야당 탓, 국회 탓을 하더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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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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