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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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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누리당 '공천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 친박과 비박의 '사생결단'…<조선> 등 보수진영 위기감 고조
새누리당 공천에 '한방'이 없다. '김종인발' 야권의 공천 충격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새누리당을 바라보고 있는 보수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은 14일 '대구 물갈이'에 시동을 걸었다. 비박계 3선 주호영, 초선 권은희, 친박계 3선 서상기, 초선 홍지만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권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인사다. 주호영 의원은 친이계에서 친박계로,시 친박계에서 비박으로 권력에 따라 계파를 넘나들었던 인사다. 친박과 비박 두 명씩을 사실상 컷오프 한 것이다. 두 곳은 경선, 두 곳은 사실상 전략 공천 지역이 됐다. 문제는 이 4곳에서 누가 후보가 될 지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점이다. 경선을 통과한 인사가 '진박'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민 '전략공천'의 목적이고 결과다.

전략공천과 별도로 이뤄지고 있는 경선 상황은 어떨까?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1차 공천 경선 결과를, 14일 2차 공천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1차 발표에 포함된 전체 20곳 경선 지역 중 단 한 곳에서만 현역 의원(박성호 의원)이 탈락했다. 현역이 탈락한 지역은 경남 창원의창인데, 이 곳에서는 사실상 '현역급' 인지도의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승기를 가져갔다.

2차 공천 경선 결과 전체 17곳 중 지역구 현역이 탈락한 곳은 두 곳에 불과했다. 안홍준 의원이 윤한홍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에게 패했고, 정문헌 의원이 이양수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패했다. 비례대표 출신 이에리사 의원이 지역구에 첫 출전해 탈락했지만, 그는 '지역구 현역'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경선 지역 37곳 중 지역구 현역 의원 자리는 불과 3명만이 날아간 셈이다. 김무성 대표가 밀어붙였던 상향식 공천의 결과물이다.

친박의 전략공천 칼, 비박의 '경선룰' 방패…결국 둘 다 죽는 길?

이같은 결과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김 대표를 축으로 하는 비박계가 친박계의 공천 학살을 막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밀어붙였고, 이는 현역 프리미엄을 강화한 결과를 낳았다. 이런 흐름에, 독불장군 스타일의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내세운 친박계가 '비박 제거' 정치 공작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양 계파는 벼랑 끝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현재 상황을 토대로 보면 향후 새누리당 공천 방향은 예측하기 쉬워진다. 비박은 경선 룰을 이용해 '현역 불패' 현상을 이어갈 것이고, 친박은 전략공천을 이용해 '비박 학살'을 감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의 목숨을 친박계가 쥐고 있다는 사실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사람 배제" 발언으로 온천하에 알려졌다.

공천 성공의 전제 조건은 두 요소의 조화다. 첫째, 경쟁력 있는 사람을 선출해 내보내는 후보 경선, 둘째, 상대 당과 전체 판을 고려한 전략 공천의 두 축이 맞물려 간다. 당의 컨트롤타워는 종합적인 판단으로 두 축을 적절히 고려해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에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당내 두 세력이 각각 경선과 전략 파트를 장악하고 '밀리면 죽는다'는 각오로 붙으니 결과적으로 경선과 전략 모두 실패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에 가세했다. 당의 선거 전략의 꼭대기에 있어야 할 대통령마저 '정파 정치'의 이전투구에 뛰어든 모양새다.

'유승민 공천 배제설'이 현실화된다면 정치적 논란은 더욱 거세진다. 유 의원의 '공천 자격' 문제를 떠나, 박 대통령이 직접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중도층과 수도권을 철저히 외면한 공천'으로 평가받게 되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 주류는 오직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을 앞세워 '진박 마케팅'으로 선거 정국을 돌파하겠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계파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 따위는 없다. 공천을 쥐락펴락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에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의 배경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있다. 야당의 분열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파의 성공이 국정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전략의 성공 여부는 현재 알 수 없다.

野 '현역 물갈이' 전략에 보수 진영 초조함 드러내

최소한 공천 작업에서는 여야를 비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생겨났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물갈이'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고 있는 중이다. 강력한 의지를 토대로 컷오프를 진행해 친노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보수 언론은 할 말을 잃게 됐다. 그간 야당에 씌웠던 프레임인 '친노 패권 레파토리'에 각이 서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도 못한 공천이다. 완전히 김종인당이 돼 버린 것 아닌가(이상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지지층 이탈'을 걱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의 공격 포인트를 차근차근 제거하고 있다. 야당의 정통성과 선명성을 상징하는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 심판에 임하는 '공격적 전략' 보다는, 당의 약점을 제거해 쟁점을 흐리고 중도를 겨냥하는 '방어적 전략'에 가깝다.

김종인 대표는 친노의 상징적 인물인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정무적 판단"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의 단절, 친노 배제의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호오는 갈릴 수밖에 없지만, 더민주의 선거 전략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 역시 성공 여부와는 별개다.

보수 진영의 '위기감'은 감지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14일자 사설을 통해 "잡음만 컸지 참신한 맛 없는 與 공천, 이러고도 표 바라나"라고 새누리당을 질타했다.

이 신문은 "상당수 현역은 단수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서 이겼다. 앞으로 의외의 경선·공천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현역 물갈이나 새 인물 영입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이 정도 공천 결과를 보여주려고 지난 몇 달간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 것이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 새누리당에서 또다시 분란이 재연된다면 총선 결과는 뻔하다. 이런 여당에 어느 국민이 표를 주려 할 것인가. 이제 야당도 후보 연대를 추진하고 있으니 여당은 야 분열 구도 하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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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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