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야권의 현역 국회의원 3명이 경선에서 패배하며 '물 갈이' 명단에 이름을 추가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10여 곳의 경선 결과를 공개했다. 각 당에서 지역구 현역 의원 1명씩이 원외 후보에게 패배했다. 지역구에 도전한 더민주 비례대표 의원 2명도 명암이 갈렸다.
더민주 이윤석 탈락…비례 김광진도 지역구 도전 실패
더민주 경선에서는 전남 영암.무안.신안에서 지역구 재선인 이윤석 의원이 서삼석 전 무안군수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이 의원은 더민주 현역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역구 관리에 열성을 쏟기로 이름이 나 있었다. 서 전 군수는 그러나 58.8%의 득표를 얻어, 이 의원에게 무려 17.6%포인트차의 대승을 거뒀다. 서 전 군수는 여성도 정치 신인도 아니어서 가점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비례대표 의원들 가운데, 전남 순천의 김광진 의원은 노관규 전 순천시장에게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반면 서울 송파병의 남윤인순 의원은 조재희 전 청와대 비서관(노무현 정부)에게 승리를 거뒀다. 최종 득표율은 59.2%대 46.2%였지만, 합산이 100%를 넘는 것에서도 보이듯 남윤 후보는 여성 가산점 10%를 받았다. 가산점을 빼면 겨우 3%포인트 차의 박빙 승부였던 셈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 판결 확정으로 비례대표 순위를 승계받은 신문식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의 측근인 곽동진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이 맞붙은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지역구 경선은 19일로 미뤄졌다.
정치에 도전한 '청년 후보'들도 희비가 갈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는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에서 청년 몫 혁신위원을 지낸 35세의 이동학 전 위원이 한명숙 전 총리 측근으로 꼽히는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에게 패배했다. 반면 더민주를 탈당하고 새누리당 행을 택한 조경태 의원의 지역구 부산 사하을에서는, 31세의 오창석 전 팩트TV 아나운서가 김갑민 변호사에게 승리를 거뒀다.
오 예비후보는 문재인 대표에 의해 당에 영입된 인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영입인사라도 더민주에 영입된 후 '한-미 FTA 추진 당사자가 더민주에 입당하는 것이 정체성에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인천 계양갑에서 유동수 전 인천도시공사 감사에게 20%포인트 넘는 격차로 대패했다.
광주 북을에서는 이형석 전 광주시 부시장이 이남재 전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손학규 대표 때)에게 압승했고, 경기 화성병에서는 오일용 현 지역위원장이 떨어지고 권칠승 전 청와대 행정관(노무현 정부)이 승리했다. 강원 춘천에서는 안철수 대선캠프 비서부실장 출신인 허영 전 강원도지사 비서실장(최문순 지사 때)이 현역 지역위원장인 황환식 위원장에게 승리를 거뒀다. 허 전 실장은 대선 당시는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지만, 박선숙 전 의원이나 김형민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 등과 마찬가지로 고(故) 김근태 의원을 따르는 민평련 출신이었다. '뿌리'는 더민주였던 셈이다.
국민의당, 광주 북갑 후보에 김경진…전정희는 탈락, 추미애 지역구에선 사제 대결
같은날 치러진 국민의당 경선에서는, '호남의 심장' 광주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국민의당은 '새 정치'를 주창해 왔음에도 광주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 비율이 높은 상황에 직면해 있었고, 때문에 현역 의원이 정치 신인과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 숙의배심원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물갈이'가 얼마나 이뤄질지도 주목 대상이었다.
이 제도가 최초로 시행된 곳은 더민주 강기정 의원이 공천 배제된 광주 북갑. 정치평론가로 활동해온 김경진 변호사가 김유정 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국성근 전남대 교수를 꺾고 승리했다. 김 변호사는 첫 숙의배심원단 경선에서 무려 68.8%(정치 신인 가점 20% 합산)의 압도적 득표를 얻어 다른 후보들을 물리쳤다. 국민의당은 광주에서 연이어 19일 3곳(서갑, 광산갑, 북을), 20일 2곳(광산을, 동.남갑)에서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치른다.
일반 여론조사 경선도 11곳에서 치러진 결과가 발표됐고, 전북 익산을에서는 더민주 탈당파로 이 지역구 현역인 전정희 의원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전 의원을 꺾고 공천을 따낸 이는 같은 지역구에서 3선을 내리 지낸 조배숙 전 의원이었다. 경기 의정부을 경선에선 정희영 전 판사가 구 새정치연합 인터넷소통위원장 출신인 장화철 전 위원장을 꺾었다.
서울에서는 더민주 추미애 의원 지역구인 광진을에서, 추 의원의 대선 예비후보 캠프 특보 출신인 황인철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관이 후보로 선출돼 각자 다른 정당 소속 후보로서 추 의원과 일전을 겨루게 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이 지역구에 정준길 변호사(☞관련 기사 : 금태섭 "정준길 통화 첫마디, '너 안철수랑 친해?'")를 내보낸다.
공교롭게도 황 전 비서관은, 전날 더민주 경기 남양주을 경선에서 승리한 김한정 전 비서관 등과 함께 'DJ의 마지막 비서진' 4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들 '마지막 비서진'들은 모두 이번 총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황 전 비서관과 최경환 전 비서관은 국민의당 행을, 김 전 비서관과 이훈 전 국정상황실장은 더민주 잔류를 택했다. 2:2로 당이 갈라진 얄궂은 상황이다.
황·김 전 비서관은 각자 다른 당에서 경선을 통과했으나, 최·이 전 비서관은 힘겨운 승부를 앞두고 있다. 최 전 비서관은 오는 20일 국민의당 광주 북구을 경선에서 김하중 전 새정치연합 법률위원장과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치르고, 이 전 실장은 전날 치러진 더민주 서울 금천구 후보 선출 경선에서 2위로 결선에 진츨, 현역인 이목희 의원과 최종 승부를 가린다. 이 전 실장과 이목희 의원의 결선 투표 결과는 당초 이날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다음날로 연기됐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경선 지역과 승리자 명단.
<더불어민주당. 11곳>-남윤인순(서울 송파병), 노관규(전남 순천), 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 황창하(서울 노원병), 오창석(부산 사하을). 김찬진(인천 중.동.강화.옹진), 유동수(인천 계양갑), 이형석(광주 북을), 권칠승(경기 화성병), 허영(강원 춘천), 한태선(충남 천안).
<국민의당. 12곳>
-김경진(광주 북갑), 이한수(전북 익산갑), 조배숙(익산을),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황인철(서울 광진을), 김기옥(서울 강북갑), 김신호(서울 은평갑), 장환진(서울 동작갑), 차성환(서울 송파병), 정희영(경기 의정부을), 황인직(경기 부천원미갑), 명원식(충남 홍성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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