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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유권자의 선택, '2017 대선'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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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종로 유권자의 선택, '2017 대선'을 바꾼다 [4.13 총선 격전지 10] ① 서울 종로구…오세훈 vs. 정세균
여야가 공천을 마무리하면서 20대 총선의 막이 올랐다. 20대 총선의 격전지는 언제나 그랬듯, 서울 및 수도권이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의 의석수는 지난 19대 총선에 비해 무려 10석이 늘은 122석(서울 49석, 경기 60석, 인천 13석)이다. 지역구 총 253석 중 절반 가까이(48%)에 해당한다. 이 곳에서 승기를 잡는 당이 총선 승리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정치 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권역별로 보자.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의석수가 많은 지역은 영남권(경북 13석, 대구 12석, 부산 18석, 경남 16석, 울산 6석)으로 65석이다. 호남권(전북 10석, 전남 10석, 광주 8석)이 28석이고, 충청권(충남 11석, 대전 7석, 충북 8석, 세종 1석)이 27석이다. 그리고 강원권 8석, 제주권 3석이다.

새누리당이 영남권에서 약 60여 석을, 충청권에서 20여 석, 강원권에서 8석을 차지한다고 치면, 야권은 호남권 28석, 제주권 3석, 기타 10여 석을 차지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수도권을 빼면, 새누리당은 90여 석을 차지하게 되고, 야권은 40여 석을 차지하게 된다. 한국 정치에서 상수로 볼 수 있는 지역 구도의 특성을 반영한 일반적 예상치다.

'수도권 전투'에서 새누리당이 '반타작'(61석)만 하면 과반 의석(151석)을 넘길 수 있게 된다. 여야가 비교적 팽팽하게 맞섰던 18대 총선의 수도권 전쟁에서 새누리당은 112석 중에서 43석(서울 16석, 경기 21석, 인천 6석)을 얻었고, 민주통합당은 65석(서울 30석, 경기 29석, 인천 6석)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풍'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혁신풍'으로 막아내 얻은 숫자다. 반타작은 아니지만, 영남, 강원, 충청권의 선전에, 심지어 호남권 당선자까지 낸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152석)을 얻었다.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르다. 쉽게 말해 영남권, 충청권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선거구 조정으로 사라진 의석과 일부 영남 지역의 야권 돌풍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은 이를 수도권에서 만회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해야 과반 의석을 넘길 수 있다. 물론 상황은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국민의당 출현으로 야권 지지자들이 분열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수도권이 격전지인만큼, <프레시안>은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및 영호남 지역 10곳을 선정,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지역의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른바 '스윙 보터' 지역이다. 지난 총선 결과 등을 토대로 수도권에는 서울 은평, 마포, 종로, 용산, 노원, 경기 수원.용인 등 6개 권역을 '스윙 보터' 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 지역의 상당수가 '스윙 보터' 지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선거의 상징성, 출마자의 면면 등을 참고해, 6곳을 '샘플'로 정했다. 이 지역의 인물, 구도, 이슈를 따라가다 보면 수도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특별히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대구 동구, 대구 수성을, 창원 등 영남권 3개 권역과 호남권의 광주 등 총 4곳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다. <프레시안>은 10곳과 관련된 상세한 리포트를 10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첫 번째는 서울 종로구다. 편집자

▲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종로 지역

정치 1번지 종로, 그들은 항상 '야당'을 선택했다

서울 종로구는 정치 1번지로 불린다. 2000년부터 이뤄진 최근 4차례 총선의 유권자 투표 성향을 살펴봤다. 종로에서는 대부분 야당 의원이 당선돼 왔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는 새누리당을,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해 왔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정인봉 전 의원이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서울에서 28석을 차지해 17석을 차지한 데서 그친 한나라당을 눌렀지만, 종로는 야당에 넘겨야 했다. 16대 총선 결과로 인해 김대중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을 맞았다.

2002년 보궐선거 역시 야당(한나라당) 후보 박진 전 의원이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종로 수성에 성공했다. 당시 탄핵 열풍으로 열린우리당은 서울에서 32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지만 종로에서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 역시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박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뉴타운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킨 2008년 총선에서도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를 530만표 차이로 누른 대승의 여파가 미치기도 했다. 종로 유권자는 여당을 택했지만 의석수 기준으로 보면 이전 집권 여당(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 된 후에는 달랐다. 2012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를 버리고 상경한 정세균 전 대표에게 지역을 넘겨줘야 했다.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종로는 또 다시 여당 '견제'를 택했다. 종로는 '견제 심리'가 강한 곳이다. 이번 총선은 어떻게 될까.

세대 투표? 소득 투표? NO…정치 잘 아는 '베테랑 유권자'들

종로는 단일 선거구다. 한 곳에 오래 살아온 토박이들이 많다. 종로 인구는 2016년 2월 현재 15만4950명이다. 남성이 7만6522명, 여성이 7만8428명으로 여성 인구가 다소 많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약 4만5000명, 40~50대가 5만2000명, 60세 이상이 3만3000명 가량 된다. 비교적 고령 인구가 많은 셈이다.

그러나 연령대 투표율은 크게 의미 없다는 게 지역민들의 이야기다. 투표권을 가진 거주자들은 청와대와 정부청사, 각종 언론사들이 모여 있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숱한 선거를 겪어왔던 베테랑 유권자들이다.

종로구에서 30년 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김영숙(가명) 씨는 "정관계, 언론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 이곳 토박이들의 정치 이해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호남이나 영남 출신 등 지역주의 구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서울 토박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야당에 손을 들어줬던, 견제 성향이 강한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변수가 생겼다. 대선 주자급 인물이 여당에서 등장한 것이다.

종로의 선택이 2017 대선 판도를 바꾼다

종로는 대선 주자들의 무대가 아니었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여야는 정당에서 키워낼 차세대 주자를 내보내거나, 상징성 있는 인물을 공천한다. 15대 총선이 좋은 예다. 당시 정치권에서 '죽음의 조'로 불렸을 정도로 종로 공성전은 쟁쟁한 인물이 각축을 벌였다. 신한국당에서 이명박 후보가, 국민회의에서 이종찬 의원(당시 4선), 민주당에서 노무현 후보가 나섰다.

당시 이들은 대권 주자가 아니었지만, 차세대 스타였다. 실제 15대 총선 종로 출마자 중 두 명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

이번 20대 총선은 새누리당에서 대선 주자급 후보가 나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직전인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의 상징적 인물인 백전노장 홍사덕 전 의원이 나섰다가 패한 전력이 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더민주 정세균 의원도 야당의 상징적 인물이다. 정 의원도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된다. 인물 투표 성향이 약한 곳이라지만, 거물급 정치인 두명이 맞붙는 터라, 대중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박태순 후보가 나섰다.

종로의 상징성 때문에 진보 정당들도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곳을 이용한다. 정의당의 윤공규, 녹색당의 하승수, 노동당의 김한울 후보 역시 종로에서 뛰고 있다.

이번 20대 총선 최대 변수로 꼽히는 국민의당은 종로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 분열 이슈는 적어도 종로와 거리가 먼 이야기다.

KBS와 연합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4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 종로에서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45.8%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 28.5%를 17.3%포인트 앞섰다. 국민의당 박태순 후보는 3.9%, 정의당 윤공규 후보는 4.0%를 받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조사는 500명을 대상(총 5406명 통화)으로 이뤄졌지만 응답률은 8.5%에 불과했다. 즉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적극 지지층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전직 서울시장을 지낸 오 후보의 인지도는 압도적이다. 아직 선거 운동 초반이라 여론조사 추이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종로 선거의 키워드는 견제 심리다. 그러나 여당이 대권 주자를 내보내면서 판이 흔들리고 있다. 오 전 시장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2008년 종로는 야권 차기 주자였던 손학규 전 대표를 떨어뜨린 적이 있다. 과연 종로는 이번에도 정부 여당 견제에 한 표를 던질까? 아니면 여권 대선 주자를 키워내는 것을 선택할까?

종로 유권자의 선택은 2017년 19대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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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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