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예측이 빗나갔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 야권의 승리였다. 야권 분열에도 불구하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나란히 선전했다. 유권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 심판'을 택했다.
대선이 불과 1년 8개월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국회는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재편됐다.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라는 '황금 티켓'을 쥐었다.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가장 주목받는 것은 새누리당의 패배다. 야권 분열에 의한 어부지리를 얻지 못한 데다, 공천 파동으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 그리고 영남 지지층을 실망시켰다.
둘째,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선전이다. '3자 구도에서는 더민주가 가장 불리하다'는 예상을 뒤엎었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선전했다.
셋째,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대승이다. 안철수 대표는 교섭단체를 꾸리고 국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그리고 '호남이 인정한 대권 주자'로 우뚝 섰다.
야권은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연합 여부가 대선의 향배를 결정하게 됐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간 내홍이 예상된다. 당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강력한 인물이 필요하지만, 친박은 자체 인물을 키워본 적이 없고 비박은 친박의 지원 없이 무용지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레임덕'에 돌입한다.
이제 '대선 삼국지'가 막을 올렸다. <프레시안>은 각 당의 상황을 중심으로 향후 정국을 전망해 봤다.
4.13 총선 새누리당 참패는 누구 때문일까. 선거가 끝난 지금 이 시각부터 2017년 대선 경선까지 친박과 비박이 서로를 향해 계속해서 던질 질문이다. 실제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떤 것이었건, 친박계와 비박계는 각각 제 입맛에 맞는 ‘책임론'을 설계하고 당내 권력 재편을 유도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전국에서의 전리품 쟁탈전 보다 패전국에서의 책임론 전쟁이 더욱 살벌한 법이다. 새누리당 계파 갈등 '시즌 2'가 본격 시작됐다.
이제 새누리당의 모든 정치 시계는 2017년 대선 경선에 맞추어 흐를 예정이다. 이 전까지 놓여 있는 주요 정치 일정들은 대선 경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당장 다음 달 초 원내 사령탑을 뽑는 당내 선거가 예정돼 있고, 7월로 예정돼 있던 전당대회도 앞당겨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선거 결과가 어떠하건 당 대표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원유철 원내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동반 사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5~6월 중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피한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17석) 포함 122석을 확보했다. 과반 붕괴도 모자라 원내 제1당을 내준 침통한 성적표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강남 등에서의 '안방 불패’ 공식이 깨진 상황은 우선 친박계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 개입' 논란이 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새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새누리당이 투표일까지 유권자들에게 안긴 가장 강렬한 인상이란 것이 옥새 전쟁으로 귀결된 '공천 파동'이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과 이른바 '진박' 의원들이 모두 나서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읍소를 했지만 유권자들은 이를 여지없이 '쇼'라고 판단했다.
유승민(대구 동구을) 후보는 75%를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었고, 무소속의 주호영(수성을) 홍의락(북구을)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수성갑)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당선됐다. 이를 두고 유승민 후보는 "대구에서 정치 혁명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게다가 서울 지역 텃밭인 강남을에서는 더민주 전현희 후보가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파란도 일어났다. 비박계 학살 공천 등에 염증을 느낀 전통적 보수층의 이탈이다.
수도권 122석 중 35석(더불어민주당 82석) 확보란 결과는 곧,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패배라는 뜻도 된다. '여론 풍향계' 역할을 하는 스윙 보터 지역이나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선거구에서 확인된 민심은 박근혜 일방 독주 '견제'로 요약된다. 거물급 대결이 펼쳐졌던 서울 종로에서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에 패한 것은 물론, "쓰라린 보복"이라는 외마디를 남기고 더민주행을 택한 진영 후보가 용산에서 생환했다. 공천 배제된 이재오 의원의 은평을에서는 더민주 강병원 후보가 당선됐고 서대문 갑을과 마포 갑을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그러나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대표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수도권은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와 달리 상당한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해 결정됐다. 당내 반발에도 "국민 공천제"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결과 수도권 패배로 이어졌다는 책임론이 친박계를 중심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김 대표의 '책임 지역'인 PK에서의 선거 결과는 '대선 주자'로서의 김 대표의 지위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18개 부산 선거구 중에 3분의 1에 가까운 5개 지역(부산진갑·남구을·북강서갑·사하갑·연제)에서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사상에서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한 장제원 후보가 이겼다. 경남에서도 3석이나 빼았겼다.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전당대회 '라인업(출전 선수)'을 어떻게 짤지에 우선 관심이 모인다. 당 안팎에선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당권 도전에 직접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 의원으로서도 생환한 유승민 의원과 벌이게 될 'TK 맹주 전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편, 비박계에서는 5선이 된 정병국 후보와 이주영 후보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진다면 유 의원을 구심점으로 한 비박계의 세력 재편 시도가 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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