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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격하는 중·일 조선업, 팔짱 낀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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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맹추격하는 중·일 조선업, 팔짱 낀 박근혜 정부" [위기의 조선업 下]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인터뷰
현재 조선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 중에는 해양플랜트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탓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총 8조여 원인데, 이 중 약 7조 원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했다.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2014년 하반기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양플랜트 생산으로 적자가 나지 않으려면 유가가 배럴당 최저 80달러 전후는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치면 석유를 시추할 이유가 없어진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5년 초반 유가는 40~50달러대를 유지하다 12월에는 배럴당 4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런 저유가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해양플랜트가 저유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유가가 뛰면 다시 각광받는 사업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해양플랜트 사업을 하기에는 기술력, 그리고 규모면에서 한국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한국 조선업의 위기론이 불거지는 이유는 해양플랜트 산업의 불황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중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에 있다. 이들은 단시일 내 정부 주도로 조선산업을 한국에 필적할 만큼 키웠다. 아직 기술력에서는 한국이 앞서나 벌크선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치 않은 배, 그리고 중소형 배의 경우는 이들과의 수주경쟁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신진세력 중국, 그리고 한때 조선업을 접었던 일본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국을 추격할 수 있게 된 걸까. 조선업 전문가인 박종식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 인터뷰 전문.

ⓒ매일노동뉴스(정기훈)

"중국과 일본의 추격, 정부가 도와주고 있다"

프레시안 :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따돌렸다 생각했는데, 다시 맹렬히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다. 그들 나름의 전략이 있는 듯하다.

박종식 : 중국부터 이야기해보자. 선주사들이 중국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선박금융이 좋기 때문이다. (선박금융은 일반적으로 '선박담보부 대출'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선박 발주사가 자기들이 발주한 선박을 담보로 선박확보자금을 마련하는 장기융자이다. 일반적으로 국가별로 수출입은행 등의 특수목적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선박 금융을 선주사들이 이용하는 이유는 선박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선주사들이 선박가격만큼 자금을 모두 확보한 상태로 선박을 발주하지 않는다. 그렇게 못한다. 선박 가격이 1000억 원이면 선박금융으로 800억 원을 대출 받고 자기 자본금은 200억 원만 사용한다. 이 800억 원을 알선 및 대출해주는 일을 하는 게 그 선박을 파는 조선업체가 있는 국가의 특수목적은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이 대표적이다. 주요 조선산업 국가들은 이런 역할을 하는 은행들이 다 따로 있다. 그리스 선주사가 500억짜리 배를 발주하면 100억만 내고 나머지는 한국, 일본의 수출입은행에서 빌려준다. 보통 그렇게 한다. 그러면 400억 원을 10년 거치로 일정한 이자를 내고 갚는 식이다.

프레시안 : 선박금융이랑 선주사들이 중국 선박을 선택하는 것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가.

박종식 : 사실 선주사 입장에서는 80%를 대출해주는 것보다 90%, 심지어는 100% 대출해주는 게 더 좋지 않겠나? 그런데 이것을 OECD 조선분과회의(WP6)에서는 80%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OECD에 가입하지 않았다. 80% 대출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나선다. '우리가 100% 대출해줄게, 우리나라 조선소에 맡겨. 계약금만 5% 정도 준비하면 돼.' 이런 식으로 선주사들을 설득해서 자국 조선소 발주를 유도하다.

거기다 이자율까지 조정한다. 선주사가 한국에 발주해 대출을 받으면 10년 거치로 연리 3% 정도의 이자 비용을 부담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연 0.5~1% 정보만 이자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선박이라고 할 때, 1000억 원짜리 선박의 경우 이자율이 1%면 10년 동안 100억 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데, 3%면 300억 원의 이자를 내야 해서 200억 원의 가격 차이가 생긴다. 그러니 선박금융 경쟁력 면에서 한국은 중국에 뒤지는 셈이다.

프레시안 : 일본의 약진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우리처럼 OECD에 가입돼 있는지라 중국처럼 선박금융 비율을 높일 수도 없다.

박종식 : 일본은 새로운 선박금융 상품을 만들어서 자국 조선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의 수출입은행에 해당하는 은행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은 일본 정부에서 100% 출자한 은행이다. JBIC가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선박금융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이 JBIC는 2000년대 이후 'Two-step Loan'이라는 새로운 선박금융 지원 상품을 통해서 일본 조선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프레시안 : 'Two-step Loan'은 무엇인가.

박종식 : 한 마디로 우회해서 초저리 대출을 해주는 금융상품이다. JBIC는 일본에 선박 발주하는 선주사들에 더 많은 지원을 해 주기 위해서 선주사 국가의 현지 은행에 초저리(1% 이하)로 대출을 해 준다(one-step). 그러면 현지 은행에서는 이 대출금을 사전에 약정한 선주사에 약간의 마진을 더하여 선박발주대금으로 추가로 대출을 해 준다(two-step). 이와 같은 방식으로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선주사 입장에서는 일본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한국 조선업체에 발주하는 것보다 자금운용 면에서 유리하다. 한국의 대출금리인 3%로는 중국 뿐 아니라 일본 조선업에 뒤진다. 이런 악조건(?)에서 빅3가 수주잔량 1~3위 독식하는 건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한국 조선해양산업,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가야한다"

프레시안 : 중국이나 일본은 자기네 조선소 살리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부분에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인가.

박종식 : 그렇게 마구 했다가 돈을 떼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가 컸던 듯하다. 이국철 전 SLS그룹 회장이 완전히 망쳐버린 SLS조선(신아SB)의 사례를 보면 조선소 대출에 주저하는 것도 나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거기다 중국, 일본과는 다른 정부의 대책, 그리고 기조도 한 몫하고 있다고 나는 해석한다. 중국과 일본은 조선업을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조선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여러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은 100% 정부 출자 특수목적 은행이지만 민간은행과 같은 지표로 평가를 하고 있다. 거기다 일본과는 다른 조건에서 자금조달을 해야 한다. 조선업체들이 수주해서 대출을 요청하면 업체에 대한 대출건전성도 따져야 하고 자기자본비율(BIS)도 고려하면서 대출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같은 경우 지표상으로 부실기업인데 거기에 발주한 선박에 어떻게 과감하게 대출금리를 낮춰주겠나? 한국 조선소 입장에서 보자면 중국과 일본 조선소들이 정부 관련 은행들의 지원을 받는 게 마냥 부러울 것이다.

프레시안 : 그간 과정을 보면 조선업의 위기는 늘 해외발로 오는 듯하다. 아마도 내수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 지금 조선업 빅딜설, 조선업 사양산업설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지금의 불황기를 넘어 호황기가 다시 올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식 : 분명한 점은 조선산업 자체가 부침이 심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국 경제가 급성장 하면서 해운업이 성장했다. 그에 따라 조선업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본은 사실상 조선업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당시 아무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설비는 축소됐고 숙련공들은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원상복귀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우리나라 조선업이 치고 들어간 것이다.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조선업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미래를 명확하게 전망하고 있는가? 앞서도 얘기했지만 만약 인도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물동량이 증가하고 해운업이 발전하면 조선업에 또다시 호황이 올 것이다. 물론 안 올지도 모르겠다.(웃음) 아프리카 미개발 지역이 발전해 교역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미래에 대해서도 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설령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장기적인 발전전망을 가지고서 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나오는 해운‧조선 구조조정은 전망을 찾을 수가 없다. 왜 지금 중국과 일본이 조선업 설비투자를 하는지 이유를 알아보고, 여기에 대해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벌크선 같이 기술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선박의 경우는 우리와 중국이 기술력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값싼 노동력으로 접근하는 중국과의 싸움에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박종식 : 한국 조선해양산업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독일 제조업이 강국인 이유는 여전히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선업에서도 독일은 크루즈선 강국이다. 한국의 제조업 중에서 조선산업은 드물게도 규모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어렵지만 1위 자리의 강점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0년~2011년도 고유가 시절에 심해 석유시추설비들을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이 우후죽순 발주했다. 원유가가 오르거나 또는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면 앞으로 다시 그런 시기가 올 것이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장기적인 발전전망을 바탕으로 R&D 투자를 늘리고 기술 노하우를 쌓고 숙련공들을 키워야 한다. 이미 중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정기훈)

"하청 노동자 대거 활용 생산시스템 재검토 필요"

프레시안 : 하청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도 개선해야 할 듯하다.

박종식 : 더 나아가서 한국 조선해양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거 활용한 생산시스템에 대한 발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2000년대에는 성공적이었던 사내하청 중심의 생산시스템이 이제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 해양플랜트의 95%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하다 보니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공기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4월 사보에 작년에 공기 지연, 불량률 증가 등으로 인한 손실이 6000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대표이사도 작년 해양플랜트 쪽에서 인력 관리에 실패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한 마디로 조선소들이 작업 현장에 대한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내하청을 너무 많이 투입하다보니 정상적인 관리가 안 되는 것이다. 그나마 상선은 낫겠지만 제작경험이 부족한 해양 쪽은 작업장 관리 노하우도 부족한데 사내하청은 더 많이 쓴다. 그러니 어떻게 공기를 맞추겠는가? 이런 식으로 압도적으로 사내하청 다수로 작업장 운영을 해서는 고부가가지 제품 전략으로 가는데 인적 자원 차원에서 실패할 것 같은 걱정이 될 정도이다.

단적으로 대부분의 조선소들에서 직영 작업보다 사내하청 작업의 재검률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하청이 작업한 물량은 외국 선주사나 보험사의 품질관리 담당자들에게 다시 작업하라고 지시 받은 비율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재작업이 많아지면 선주사들은 당연히 싫어한다.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유럽 선주사들은 선박 재검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선박의 품질 저하 경향에서 고부가가치 전략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유럽의 선주사들은 한국 조선업체들의 사내하청 활용이 많은 것의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인지해서 인지,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주를 위해 입찰 할 때, 입찰 서류 중에서 업체의 사내하청 비율이 얼마인지를 제출하라고 한다고 한다. 유럽 선주사들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담당자들도 업체별 사내하청 비율, 사내하청 산재 현황 등을 조사해서는 선박 발주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도 한다.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한국 조선업체들의 사내하청 중심의 생산 시스템 운영은 이번 기회에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 여러 방면에서 나오고 있는 일련의 시그널들을 간과했다가는 한국 조선업체 스스로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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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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