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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대회는 과연 '가장무도회'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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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대회는 과연 '가장무도회'였을까? [한반도 브리핑] 북한 노동당 제7차 당 대회에 대한 소고
북한 노동당 제7차 당 대회가 지난 5월 9일에 끝났다. 제6차 당 대회가 1980년에 열렸으니, 이번 당 대회는 무려 36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었다. 북한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오랜만에 당 대회를 열었던 것일까?

북한은 노동당이 유일 정당으로서 국가 위에서 국가를 지도하는 일당 체제이기 때문에 당 대회는 가장 크고 중요한 정치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당 대회에서는 일반적으로 5대 사업이 논의 결정되는데 5대 사업이란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결산), 당 강령과 규약의 채택, 보충 및 수정, 당 노선과 정책 그리고 여기에 따른 전략 및 전술의 기본 문제 토의 및 결정, 총비서 추대 그리고 당중앙위·당중앙검사위 선거를 가리킨다.

위의 5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검사위원회가 하는 사업 총화(결산)이다. 사업 총화란 지난 당 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한 결산을 의미하는데 가장 중요한 결산은 경제에 관련된 목표의 계획에 관한 것이다. 왜 그런가?

▲ 10일 열린 당 대회 경축 행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은 경제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람들의 물질 경제 생활의 역사적인 발전 단계에서 사회 경제 제도의 형성과 발전, 교체의 합법칙성을 밝히며 사회의 다양한 경제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론적으로 일반화하며 물질적 부의 생산과 이용에서 요구되는 실천적 방안들의 작성을 자기의 기능과 과업으로 하는 과학의 총체, 일명 경제 과학이라고도 한다."

상기의 정의에서 "사람들의 물질 경제 생활의 력사적인 발전 단계에서 사회 경제 제도의 형성과 발전, 교체의 합법칙성을 밝히며" 대목은 마르크스주의적 역사유물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적 역사유물론에 의하면 인간 사회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증법적 관계 안에서 원시 공동체 사회, 고대 노예제 사회, 봉건 사회,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공산주의 사회의 순으로 이행·발전하게 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하기 전 정치상 과도기(過渡期)가 존재하고 이 시기에 국가는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독재가 있다고 하였다.

마르크스의 과도기론은 레닌의 의하여 더욱 구체화된다. 레닌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 사이에 존재하는 이 과도기는 두 사회 제도의 특징 혹은 특성을 하나로 결합한 것이 되는데, 몰락하고 있는 자본주의와 생성하고 있는 공산주의 간의 투쟁, 즉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자본주의 세력과 아직 태동기에 있는 공산주의 세력 간의 투쟁의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하였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의거하여 국가를 창건한 북한도 이러한 과도기론을 수용하고 노동당의 일당독재로 대변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정권을 수립하였다. 그것이 노동당이고 이 노동당의 최종 목표는 북한이 정의하고 있는 과도기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제도가 수립된 후 무계급 사회가 실현되기까지의 시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공산주의 사회로 이끄는 것이다.

북한은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물질적 요새(생산력)와 사상적 요새(공산주의적 이타적 인간)를 모두 점령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물질적 조건과 사상(ideology) 둘 중 하나만 강조하고 절대화시켜 양극단을 달린 소련과 (마오쩌둥 시기의) 중국과는 다른 것이었다. 과도기론에서 북한은 경제 발전 목표와 사상적 목표 중 어느 것도 절대화하지 않았지만, 인간의 의식과 사상적 목표를 우위에 두고 여기에 물질적 조건과 경제 발전 목표를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결국 북한 노동당 대회는 북한이 정의한 과도론에 바탕을 두고 시기마다 자신들이 과도기에서 어느 시점에 있는가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노선과 정책을 재설정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7차 당 대회가 36년 만에 열렸던 것은 제6차 당 대회에서 목표로 제시된 것들, 그중에서도 경제에 관련된 것이 달성되지 못했고, 이 와중에 사회주의권의 붕괴 그리고 그것에 따른 북한을 둘러싼 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북한을 생존의 기로로 몰아넣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할 정도의 생존의 위기를 겪었고, 선군정치라는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였다. 따라서 북한이 36년 만에 당 대회를 다시 열었다는 것은 위기를 돌파했고, 과도기에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안정적으로 다시 과도기론에 입각하여 역사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당 대회가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갖고 있는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가 실현 가능할 것인지, 또 그들의 지향하는 경제적 목표(월등한 생산력)와 사상적 목표(이타적 인간으로의 개조)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북한은 자신들이 설정하고 있는 과도기에서 보다 높은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이번 제7차 북한 노동당 대회가 갖는 현실적인 의미이다.

이점은 5월 8일 김정은 당 위원장(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위원장으로 추대됐다)이 지난 6~7일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와 토론에 이어 8일 결론을 통해 "이번 당 대회보고에서 우리 당을 백전백승의 향도적 역량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우리나라를 국력이 강한 사회주의 강국으로 일떠세워준 불멸의 혁명업적을 총화했다"고 말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이어 김 당 위원장은 "사회주의강국건설 강령을 수행하는데서 주타격 방향은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며 우리에게는 모든 조건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음먹고 달라붙어 투쟁하면 짧은 기간에 경제건설에서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노동당의 주요 목표는 경제발전(목표)이 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결국 이번 제7차 북한 노동당 대회가 시사해 주는 것은 북한이 절대절명의 어려운 시기를 마무리하고 노동당을 재정비하여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6년간 많은 고비를 맞고 굴곡을 거쳤지만 북한은 그들이 정의하고 설정하였던 과도기론에 다시 입각하여 그 틀에서 당을 정상화시켜 새로운 시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많은 반론과 회의적인 의견이 있겠지만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 볼 때 이번 북한의 당 대회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가장무도회(假裝舞蹈會)는 아닌 것 같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 당대표회들에서 선거된 3467명의 결의권 대표자와 200명의 발언권 대표자가 참가했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과거 대표자를 당원 1000명 당 1명꼴로 선발했던 것으로 미뤄볼 때 현재 노동당원의 숫자는 약 3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즉 북한 인구가 24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인구의 약 15% 정도가 노동당원인 것이다. 이것은 북한 인구의 열명중 1.5명은 노동당의 강령을 따르고 지키는 구성원이며 나아가 노동당과 생사고락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북한의 현 정권이 스스로 붕괴되거나 내부의 어떠한 반란에 의해 전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북한의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거나 북한의 현실에 대한 무지의 소산일 것이다.

미국에서 매파중에 한 명이었으며 북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던 전직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북정채 조정관 (North Korea Pollcy Coordinator)에 임명됐다.

1994년 영변 핵시설을 둘러싼 위기 때 북한 폭격론을 입안했을 정도로 북한에 대해 강경론자였던 그는 1999년 5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10월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고 (North Korea as it is not as we wish them to be)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페리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가장 합리적인 대북정책의 기조라고 찬사받고 있다.

페리의 말대로 북한은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 그것은 객관적 현실이다. 물론 북한과 피부를 맞대는 상황에서 공존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북한과 남한은 해방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론에서는 같을 수 있지만 각론에서는 매우 상이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서로를 적대시하고 반목하며 원수가 될 이유는 결코 어디에도 없다. 단지 형제이기 때문에 같은 사상을 가져야 되고 인생에 대해 같은 목적을 가질 당위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가고 서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인류 보편적인 공존상생(共存相生)의 원리이기도 하다.

7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북한은 10일 오전 당 대회를 축하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이를 자축했다. 이들을 이곳에서도 축하하고 남측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북측에서 축하의 인사를 건네줄 수 있을 때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번영을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 10일 평양에서 열린 당 대회 경축행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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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건
박후건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국제실장은 U.C. Riverside 대학에서 Keith Griffin 교수 지도하에 북한 경제개발전략을 연구한 논문으로 1997년 박사학위(경제학)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 조교수, 일본 와세다 대학 부교수를 거쳤습니다. 저서로는 <중립화 노선과 한반도의 미래>, <유일체제 리더십: 잭 웰치, 이건희, 김정일 리더십의 비밀>(2008, 2009년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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