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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뉴질랜드 사람이잖아, 북한에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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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넌 뉴질랜드 사람이잖아, 북한에 갈 수 있어! [평화통일시민강좌] 로저 세퍼드 사진작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6.15 남북 공동 선언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평화 통일 시민 강좌'를 연재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를 맞은 평화 통일 시민강좌는 남북 교류 협력 재개 촉구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됩니다.

지난 5월 28일 세 번째 순서로 서울 정동 레이첼카슨홀에서 '북한의 백두대간을 누비는 푸른 눈의 이방인'을 주제로 뉴질랜드인 로저 세퍼드 사진작가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북한의 산과 사람들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평화 통일 시민 강좌

고구려·백제·신라, 혈투 속에서도 교류했다…지금 우리는? (정호섭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기획총괄위원 / 한성대학교 역사문화학부 교수)

② 개성공단 폐쇄 100일…"직접 손실만 8000억 원" (정기섭 개성공단기업인협의회 회장)

뉴질랜드 경찰이었던 저는 1999년 영어 교사로 1년 동안 한국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2006년 다시 한국에 와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때 '백두대간'을 발견했습니다. 산에 오르는 중에 만난 한국 사람이 백두대간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굉장히 감명 깊었습니다.

외국인들도 백두대간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친구와 함께 외국인을 위한 백두대간 가이드북을 만들었습니다. 백두대간을 조사하다 보니 한국의 산은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산자락 곳곳에 있는 전설과 사연이 저를 한국의 산에 머물게 한 이유입니다.

2010년 책이 발간되기 전 다시 한국에 휴가를 왔는데 그때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업을 관두고 한국에 와서 여행사도 만들고 책도 만들고 여행 가이드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의 산은 굉장히 멋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북한에 갈 생각은 못 했습니다. 북한은 성벽 뒤의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 사진작가 로저 세퍼드. ⓒ평화통일시민행동

너는 뉴질랜드인이잖아. 북한에 갈 수 있다고!

한국 친구를 만나 이 일을 하면서 수입이 있었으면 하는 저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한국의 산을 찍어 책을 내고 싶다는 저의 생각에 대해 이미 그런 책은 많이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다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로저, 너는 뉴질랜드인이잖아.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북한에 가서 북한의 산을 찍어서 책을 내는 것은 어때?"

그래서 저는 북한에 갔고 북한 방문 경험은 저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북의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남과 북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은 저의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곳입니다. 한국의 산들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한국의 생각, 역사 그리고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길까지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2011년 저는 평양에 갔습니다. 조선-뉴질랜드 친선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했는데요, 황성철(조선-뉴질랜드 친선 협회 담당관. 통역), 황철영(조선-뉴질랜드 친선협회. 행정 담당관), 한명수(운전사) 3명과 한 팀을 이루어 갔습니다.

Mr.한 시간, "한 시간만 가면 됩니다"

북한의 두류산을 갔습니다. 한국에는 두류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여러 개 있습니다. 북한에는 3~4개가 있고 남한에도 두류산이 3개 있습니다. 제가 2011년에 간 두류산(함경도)은 단풍도 잘 보존되어 있고 아름답습니다. 두류산에 올라갈 때 산림청 직원과 함께 갔습니다. 그 직원은 항상 군인과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 나무에 걸려 불편할 것 같은 큰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지팡이용으로 큰 막대기까지 들고 있으니 산속의 마술사 같았습니다. 이 사람한테 정상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봤죠.

"한 시간!"

우리는 쉽게 믿지 못했습니다. 황성철이나 황철영은 도시 사람이라 산을 타는 것을 싫어했죠. 두류산을 오르는 내내 너무 피곤해 했는데요. 한 시간은커녕 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Mr.한 시간'이란 별명을 붙였습니다. 아마 Mr.한 시간 혼자였다면 한 시간 만에 갔을 것 같습니다.

▲ 맨 왼쪽이 'Mr. 한 시간', 맨 오른쪽이 황성철, 오른쪽에서 두 번째 황철영, 가운데는 로저 세퍼드. ⓒ로저 세퍼드


남이나 북이나 등산의 비밀 병기는 '술'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처럼 등산할 때 음료수나 음식, 소주를 꼭 싸 들고 다닙니다. 대동강맥주, 도토리 소주를 꼭 가방에 넣고 다녀요. 도토리 소주는 북한에서는 '민중 소주'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데요, 심지어 아침을 먹을 때도 소주와 함께 하기도 합니다. 북한에는 쌀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막걸리가 없습니다. 평양에만 있죠. 남한에는 '막걸리'가 등산할 때 비밀 병기이지만 북한의 비밀 병기는 도토리로 만든 '소주'입니다.

2012년 두류산(2309미터, 양강도 백암군)에 갔을 때에는 박금철이라는 산림청 직원과 함께 갔습니다. 이때도 2011년도와 같은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갔는데요. 황철영이 물과 음식이 든 가방을 메고 저는 카메라가 든 가방을 메고 올라갔습니다. 도시 남자인 황철영은 저희를 못 따라오고 뒤쳐져서 올라왔죠. 박금철과 저는 물이 없었기 때문에 두류산 정상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올라갔습니다. 정상에서 물이 오기만을 기다렸죠. 얼마 후 황철영이 올라왔습니다.

"황철영! 물 줘!"

그는 물을 재촉하는 저를 보더니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서 저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저는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알았죠. 플라스틱 병에 물처럼 보이는 것이 있어서 마셔보니 소주였습니다! 물병 10개 중에 6병은 진짜 물이고 4명은 소주가 담겨 있었습니다. 맙소사! 물은 그 사람들이 다 마시고 소주만 남았던 것입니다. 도토리소주만 남아있었습니다.

"황철영! 목마른데 누가 소주를 마시고 싶어 하겠어!"

하지만 저는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같은 팀이니깐요. 다행히 박금철이 수분이 많은 과일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으로 위기는 모면했습니다. 저의 은인이었죠. 산을 내려오다 10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부르니 그들이 깜작 놀랐습니다. 아마도 산 정상에서 백인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던 같아요. 그들이 우리를 샘터로 안내해줘 우리는 소주가 아닌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다시 행복해졌습니다.

하늘 위의 연못을 품은 산, 백두산

백두산은 정말 아름다운 산입니다. 저는 사진을 편집하거나 포토샵 처리를 하지 않는데요, 백두산은 그 자체가 아름다워 좋은 사진을 찍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백두산 천지에 구름이 비칩니다. 그래서 하늘과 천지가 잘 구분이 안됩니다. 제가 천지를 찍으려고 카메라 앵글을 잡으면 보이는 것이 다 구름 같아서 하늘을 찍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백두산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백두고원도 정말 멋집니다.

▲ 백두산 천지. ⓒ로저 세퍼드

우리가 화장실이 급해서 일을 보고 있는데 신기한 광경과 마주쳤습니다. 뗏목과 떼몰이꾼을 만난 것이죠. 급하게 카메라를 가져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처음 본 저는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서 황철영에게 저것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 황철영은 저를 이상한 사람(crazy man)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하면 저와 한 팀인 황철영도 해야 했으니깐요. 저와 황철영은 항상 대단한 모험을 했습니다.

▲ 양강도 운흥군에서 만난 떼몰이꾼. ⓒ로저 세퍼드

질의 응답


질문 :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북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세퍼드 : 첫 번째 매력은 산에만 다녔으니 북한의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매력은 북한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입니다. 2011년 방북 당시 저는 왜 한국은 분단됐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는지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굉장히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목적 의식을 저는 존경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북한이 살아남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프리카에도 있었습니다만 북한 사람들은 확실한 목적이 있어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과 차이가 납니다. 둘 다 가난하지만 모습은 다릅니다.

▲ 질문에 답하는 로저 세퍼드. ⓒ평화통일시민행동

핵 문제나 냉전의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 남과 북은 언젠가 하나가 되어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한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이 원하는 통일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서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슈퍼 파워를 발휘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가 한반도 통일에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스스로 서로 협력하고 해결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은 지금보다 더 독립적으로 스스로 컨트롤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한 미군을 몰아내고 북한과 직접 협력하고 직접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북한 사람들은 행복한가요?

세퍼드 : 북한에는 남한 도시만큼 발전한 도시는 없습니다. 남한은 매우 발전한 나라이죠. 하지만 평양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남한 도시처럼 간판이나 광고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평양은 건물과 창문, 나무가 조화를 이루어 도시를 즐길 수 있는 풍경이 나옵니다.

북한 사람들은 저의 기준으로는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받는 모습이 북한에는 없습니다. 북한의 시스템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목적 의식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휴머니즘 의식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합니다. 북한의 주체 사상은 북한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당을 쓰는 일처럼 '우리'를 위해서 내가 할 일을 아니지만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게 합니다. 물론 남한 사람들도 행복한 사람 많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한 것 같아요.

▲ 사진작가 로저 세퍼드. ⓒ평화통일시민행동

제가 소년이었을 때 뉴질랜드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였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아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거 비용도 높지 않았어요. 지역사회에서 변호사, 의사, 정원사, 페인트공이 자연스럽게 섞여서 축구와 럭비 같은 스포츠를 즐겼어요.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커뮤니티 활동을 했습니다. 일자리가 없거나 집이 없어서 힘들어할 일이 없었습니다.

북한은 어떤 일을 할 때 하나로 뭉쳐 큰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북한의 힘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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