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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면 북한 굴복? MB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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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9월이면 북한 굴복? MB도 그랬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北 무수단 발사, 핵군축 협상 노린 것"

북한이 여섯 번 만에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발사로 조성된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무수단 발사에 이렇게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를 두고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상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실제 무수단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핵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 수단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무기로써 상당한 위력을 갖게 된다"며 "북한은 이번에 무수단 발사 시험에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핵 보유국인 자신들과 핵 군축 회담을 해야지, 6자회담은 의미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용한 근거로 무수단 발사를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역량을 북한 고립에 쏟아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북한의 우방국들이라고 할 수 있는 우간다, 쿠바, 러시아 등을 방문해 북한 '왕따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외교부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예전에는 북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면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최근 러시아의 군함이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예고 없이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기들도 이들의 포위 전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것"이라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일 동맹이 중국과 함께 자국을 포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 중국과 협력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제와 압박에 동참할까? 이런 큰 판을 보고 외교를 해야 하는데 그저 대북 제재와 압박만 생각하는 외골수 정부이다 보니 상대 국가가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의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간다, 불가리아, 쿠바 등등 북한의 우방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북한과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도랑을 막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과 러시아에서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는데, 이런 도랑 몇 개 막았다고 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효과가 있다? 이건 '위시풀 띵킹'(wishful thinking) 정도가 아니라 오판 중의 오판"이라고 일갈했다.

정 전 장관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편집인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이 4번이나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표현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엄중한 대북제재 국면이 조성된 이 시기에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세현 : 이번 발사가 예전에 4번 실패한 것을 만회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을 위한 외교 행보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 차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8월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됩니다. 그 때 미군의 함정이 들어오는데 사전에 견제하기 위해 무수단 발사에 성공해서 사정거리가 확보되면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훈련의 강도를 좀 낮추기 위해서 사전 경고적인 행동을 보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6회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세미나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요?

이 자리에는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북한사무특별대표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을 비롯해서 미국 국무부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 한국 외교부의 김건 북핵외교기획단장, 일본 외무성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국장, 러시아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북핵담당 특임대사 등 6자회담 참여 국가들의 정부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데요. 그래서 사실상 '미니 6자회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무수단 시험 발사를 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 6자회담보다는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상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는 의도는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가 소형화‧경량화 됐다고 판단하고, 이를 미사일에 실어서 보냄으로써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핵 보유국인 자신들과 핵 군축 회담을 해야지, 6자회담은 의미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용한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핵 보유국끼리 핵 군축을 위한 회담을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최선희 부국장도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이야기보다는 자신들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지향할 것이고 앞으로 핵 가진 나라들끼리 군축회담을 하자고 이야기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핵 무기를 일방적으로 없애거나 폐기시키려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할 겁니다.

실제 무수단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핵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 수단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무기로써 상당한 위력을 갖게 됩니다. 북한은 만약 무수단 시험 발사에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2010년 10월 10일, 당시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탄도 미사일(IRBMs).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북핵 능력은 올라가고 있는데 북핵 문제는 꽉 막혀 있는 답답한 형국인데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우선 핵 동결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밑접촉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세현 : 그런데 북한이 핵을 동결하려면 그들이 내건 조건처럼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돼야 합니다. 이 반대급부가 없으면 북한은 핵을 동결하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서 이 훈련을 중단하고 협상에 나설 동력이 있습니까? 북한이 9월이면 굴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한테는 이는 의미 없는 조치에 불과합니다.

프레시안 : 어쨌든 현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선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북한의 책임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대응이 달랐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세현 : 애초에 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건곤일척'의 거래를 하려고 했던 것부터가, 이런 셈법 자체가 틀린 겁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일종의 오판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시기에 북한이 재미를 봐서 그런 건데, 당시 북한이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덤비니까 미국은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미 비밀 접촉을 했고 결국 제네바 기본 합의까지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닙니다. 2005년 9.19 공동 성명 당시 합의가 채택된 직후에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북한 자금을 동결시키기 위한 금융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9.19 성명이 이행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프레시안 :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연설을 했는데 그 때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또 2012년 미국과 2.29 합의를 마련했지만 두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했습니다. 이것 역시 북한의 오판 아닌가요?

정세현 : 북한의 이른바 압박 전술인데 착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러면 미국이나 남한의 협상파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무수단도 성공하면 북한은 더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선택으로 남북관계를 이렇게까지 망쳐놓았듯이, 북한도 그런 실수가 많습니다. 상대가 있는 외교 문제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대책이 달라지는 건데, 이런 측면에서 잘못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계속되면서 결국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리게 된 겁니다.

9월이면 붕괴? 이명박 때도 그랬다

프레시안 : 북핵 문제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 고위관계자가 오는 8~9월 까지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해서 붕괴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의 북한의 우방국들을 돌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외교를 펼친 것을 두고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움직인 거라고 자평을 하더군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외교였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착각입니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우방이 없어지면 손 들고나올 거라는 착각인 거죠. 지난 정부에서도 이런 착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비핵-개방-3000,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나온다면 10년 안에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을 3000달러까지 만들어주겠다면서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 전에는 일체의 남북 교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하면 북한이 고통을 느끼고 굴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집권 초기에 이명박 정부는 반팔 셔츠를 입기 전에 북한이 항복하고 나올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비슷하게 몇 달 지나면 북한이 결국은 굴복할 거라는 계산입니다.

그런데 반팔을 입은 시기가 지나도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말을 바꿨습니다. 이번에는 '첫눈'을 꺼내 들었습니다.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는 북한이 굴복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 자리에서 통일이 가까워 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공언했던 반팔 셔츠, 첫눈 모두 근거 없는 예측으로 끝났는데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한 것일까요?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믿음, 이른바 '북한 붕괴론'에 대한 확신 없이는 이런 말은 나오기 힘듭니다. 붕괴론적인 시각에서 보면 8년 전의 대북 압박이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의 이행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매우 효과적이고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8년 전에도 북한이 손 들고 나오지 않은 겁니다.

최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주최한 학술회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제재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는데 현재 북한 시장에서 물가 변동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임을출 교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쌀 가격이나 유가, 달러 환율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되면서 시작된 제재 국면에도 북한과 중국 교역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국이 지난주 북한 수출이 제한되는 품목을 추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 품목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민생과 관련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자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규격이나 물질과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수출이 금지된다는 단서도 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고통을 느끼고 굴복하고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또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를 실제 어떻게 이행했는지를 안보리에 보고하는 보고서가 있는데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유엔 회원국의 50% 정도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과 일본 등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소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우방들을 찾아다니면서 북한과 이들을 떼어 놓아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선전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면서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는데요.

정세현 :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예전에는 북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면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라는 전망을 했던데, 이걸 우리 맘대로 이렇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러시아도 다른 모든 국가들처럼 국익에 따라 움직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문제 때문에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제재 움직임에 그렇게 쉽게 따라와 줄까요?

최근 러시아의 군함이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예고없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미국과 일본이 중국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기들도 이들의 포위 전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겁니다.

▲ 러시아를 방문한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13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에 영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고 러시아의 남하를 막은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러시아 입장에서는 최근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현재의 미일 동맹이 그 때와 영일 동맹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겁니다. 지금의 미일 동맹 역시 과거의 영일 동맹처럼 대륙 국가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일 동맹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시작되는 것이라고도 분석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중러 양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 동참할까요? 이런 큰 판을 보고 외교를 해야 하는데 그저 대북 제재와 압박만 생각하는 외골수 정부이다보니 상대 국가가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의 해석이 나오는 겁니다. 상대국에서야 외교적인 언사로 유엔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말하는 건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우간다, 불가리아, 쿠바 등등 북한의 우방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북한과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도랑을 막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는데, 이런 도랑 몇 개 막았다고 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효과가 있다구요? 이건 '위시풀 띵킹'(wishful thinking)정도가 아니라 오판 중의 오판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에 탑재된 '북한 붕괴론'

프레시안 : 이런 오판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뿌리 깊게 박혀있는 북한 붕괴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대북 압박에 의한 시나리오가 2014년 3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때부터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성명 비슷한 것을 내면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엄중한 국면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정작 그해에는 핵실험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또 김민석 당시 국방부 대변인 역시 북한이 조만간 큰 것 한 방을 터뜨릴 거라고 말하기도 했구요. 같은해 석가탄신일에 박근혜 대통령 역시 4차 핵실험 국면으로 조성된 위기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때부터 '북한의 도발 → 제재와 압박 →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내장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세현 :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지 모른다면서 준비하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북한이 3년 주기로 핵실험을 했다는 과거의 행태를 고려해 2016년이면 핵실험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벌떼처럼 일어나서 북한을 에워싸서 손들고 나오게 한다는 전략을 갖추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핵실험하면 중국도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으니까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헀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북한 제재와 압박에 온 몸을 던졌습니다.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프레시안 : 북한을 압박한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했고, 이 때문에 남북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NLL 어선의 60%가 중국 어선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세현 : 중국 어선들이 소위 '인해전술'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 당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단속해도 말을 들을까 말까인데, 다른 나라 정부에서 뭐라고 하는 걸 듣겠습니까?

한중 관계를 생각해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단속해주면 상황은 조금 개선될 수 있겠지만, 지금 중국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이 완전히 미국 편에 서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상황인데요.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대로 9월이 됐는데도 북한이 굴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세현 :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했던 것처럼 '첫눈이 내릴 때'까지로 바꾸지 않겠습니까?(웃음) 지금 미국에서 이란과 이라크 문제를 주로 다뤘던 공작원들이 북한 파트로 옮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끌어내리고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압박했던 전문가들이 일이 끝나니까 일감인 북한 파트로 몰리고 있다는데요.

박근혜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북한 붕괴론에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이 이렇게 움직이니까 중국이 뒷문을 좀 열어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공작원들의 전문성으로 북한이 손들고 나오게 만들거나 아예 정권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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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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