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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김정은 '인권 블랙리스트' 지정…북한 반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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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김정은 '인권 블랙리스트' 지정…북한 반발 예상 대북 '인권 제재', 압박의 끝? 또 다른 긴장의 시작?
미국 정부가 인권 유린 혐의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인권 침해 혐의만으로 제3국 지도자를 제재에 올린 것 역시 전례가 없던 일이다.

미국 국무부는 6일 (현지 시각) 미국 의회에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나열한 인권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 2월 1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첫 대북제재강화법 (H.R. 757)에 근거한 조치로, 국무장관이 인권 유린과 내부 검열에 책임이 있는 북한 인사들과 구체적 행위를 파악해 120일 내로 의회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특히 해당 법 304조에는 "김정은과 국방위 및 노동당 간부들이 행한 인권 유린과 내부 검열 내용과 책임에 대해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술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 문제도 이번 제재에 함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국무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라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 제재 인사로는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리용무 전 국방위 부위원장과 오극렬 전 국방위 부위원장, 황병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및 총정치국장, 김기남 국무위 위원 및 선전선동부장, 최부일 국무위 위원 및 인민보위부장, 박영식 국무위 위원 및 인민무력상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조연준‧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강성남 국가안전보위부 3국장, 최창봉 인민보안부 조사국장, 리성철 인민보안부 참사,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일우 정찰총국 5국장, 오종국 정찰총국 1국장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제재 기관으로는 국방위원회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로 변경), 조직지도부, 국가보위부와 산하에 있는 교도국, 인민보안부와 산하에 있는 교정국,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이 언급됐다.

이 중 대량살상무기(WMD) 등 다른 혐의로 이미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오른 인사 4명(리용무·오극렬·황병서·박영식)과 기관 3곳(국방위·선전선동부·정찰총국)을 제외한 신규 제재 대상은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개인 11명, 기관 5곳이다.

제재 대상자들은 미국 입국이 금지되며 미국 내 자금이 동결되고 거래가 중단된다. 북미 관계가 오랫동안 냉각된 상황이라 제재 대상자들이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지도부의 핵심 인사들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는 점을 비춰볼 때 상징적인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7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의의가 큰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정권의 책임성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문제 의식이 제고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와 관련 조치를 강화시키는데 우리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김정은 직접 겨냥…동북아 긴장 고조될 듯

북핵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단행된 이번 미국의 제재 조치로, 향후 동북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이 이를 구실로 군사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 미국은 북핵 문제와 인권을 별개이며 이번 제재가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 역시 이번 미국의 조치는 법에 명시된 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고려보다 원칙적으로 (일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핵 문제나 인권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고 개선될 만한 상황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시적인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와 계산법을 바꾸도록 하고, 진정한 대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기존 핵이나 장거리 로켓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사안임을 인정했다.

또 그는 "저희들도 그런 측면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북한에 대해 강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계산법을 바꾸도록 촉구하고 있고,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과 핵 문제 등 북한의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의 뜻대로 계산법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자신들의 이른바 '최고 존엄'을 겨냥했다는 점과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을 빌미로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인권을 매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북한의 후견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중국도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의 이번 조치가 향후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를 가속화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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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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