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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김영한, 사표 쓴 날 나와 통음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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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김영한, 사표 쓴 날 나와 통음했는데…" 劉, 페이스북에 故 김영한 추모 글…"대쪽같은 친구였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 대선 주자로 평가받는 유승민 의원(4선, 대구 동을)이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추모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유 의원은 25일 새벽 올린 글에서 "저의 오랜 친구 김영한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오늘 들었다. 날카로운 칼에 제 가슴이 찔린 거 같았다"며 "이 슬픈 죽음을 꼭 추모하고 싶은 마음에 두서없이 쓴다"고 했다.

유 의원은 "영한이는 제 경북고 친구"라며 "너무 곧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대쪽같은 성격 때문에 친한 친구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성격이 그렇게 까칠했으니 검사로서도 순탄치만은 않았는데 저와는 무척 친했다. 뭔가 서로 당기는 게 있었던 것 같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김 전 수석이 이른바 '항명 파동' 후 사표를 쓴 일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털어놔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영한이가 2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었다"며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었던 이 친구가 어떻게 민정수석이 됐는지 저는 아직도 모른다. 녀석이 얘기 안 하길래, 저는 묻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작년 1월 갑자기 사표를 던졌다. 그날 밤 저는 녀석과 방배동 허름한 술집에서 통음(痛飮)했다"고 썼다.

별 것 아닌 추억담처럼 보이기도 하는 에피소드지만, 정치적 함의는 적지 않다. 김 전 수석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서 사표를 썼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이 국회 출석을 지시했는데 김 당시 민정수석이 이를 거부했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관련 기사 : 김영한 민정수석 "국회 못 간다" 사의 표명)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해 민정수석에게 사표를 받으면서까지 그의 국회 출석을 막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김 전 수석이 문건 파동 조사 과정에서 수석인 자신을 배제하고 김 당시 실장 등이 사건을 직접 챙겨 놓고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신을 '방패막이'로 국회에 내세우려 한 데 대한 반발이 사표의 원인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게다가 유 의원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문건 파동의 배후'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에 "문건 파동 배후는 K와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글귀가 적힌 것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겨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때 K는 김 당시 대표, Y는 바로 유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 수첩 속 K는 김무성 Y는 유승민…與 막장 내분)

즉 청와대가 '문건 파동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유 의원의 고교 동창 '절친'이 바로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결국 사표를 쓴 김 전 수석이 그날 밤 유 의원과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당시 <동아일보>는 지난해 1월 12일자 기사에서 "김 전 수석은 사석에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토로했다고 한다.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을 잘못 모시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그는 9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뒤 통음을 했다고 한다"며 "김 전 수석은 사석에서 '민정수석 7개월 하면서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 조사에서도 완전히 배제됐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 )

유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언급한 '통음'은 바로 이 술자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술자리) 그 다음날 언론은 '항명 사태'라고 썼는데, 공직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고 자존심 강한 녀석은 많이 속상했을 것"이라며 "그날 후 제 친구는 방황도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재삼 추모의 정을 드러냈다.

그는 "간암으로 갑자기 갔다고 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해서 영한이를 좋아하고 아끼는 저희들은 문병도, 문상도 못 갔고, 꽃도 못 놓고, 부의금도 아직 못 했다"며 "마지막 가는 녀석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고 애끓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고인에 대해 "참 좋은 친구였고, 훌륭한 공직자였고, 항상 제 편을 들어주던 든든한 후원자였다"고 기리며 "외로운 영혼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기를 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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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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