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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상보다 가혹한 보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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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국, 예상보다 가혹한 보복할 수 있다" 정세현 강연…"두 얼굴의 북한 끌어안아야"

남한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생각보다 가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대외관계에 있어서 자신들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갈 경우 강력한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25일 (사)다른백년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남북의 평화공존은 불가능한가?-사드 배치와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사드를 베치할 경우 중국이 굉장히 가혹한 보복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이든 덩샤오핑(鄧小平)이든 한‧당때부터 명‧청나라까지 천하를 호령하던 중국 시절의 시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서 "중국 외교는 겉으로는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하지만, 일단 특정한 선을 넘어서면 치고 나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역사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중국은 이러한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구려가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살수대첩과 당 태종이 안시성에 쳐들어 온 사건만 보더라도 중국은 주변 국가를 좋게 좋게 다루다가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직접 무력으로 쳐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물론 사드 문제로 중국이 불편하다고 해도 남한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기 때문에 군사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겠지만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돼 있다는 점을 레버리지로 삼아서 한국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외교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국가 안전이고 두 번째가 경제적 번영이다.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동시에 무역이나 경제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오는 위협을 막는다는 미명하에 사드를 배치했는데, 이러다가 경제적인 번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이재호)

사드 배치, 미중 갈등의 산물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드는 미국과 중국 간 동아시아 헤게모니를 두고 벌이는 갈등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전 장관은 "200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 기념일에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 국가 주석은 이날을 계기로 천하를 호령하던 중화의 영광을 부흥할 것이라며 이것이 자신들의 외교 목표라고 선언했다"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방문,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나눠 써도 충분할 정도로 넓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이 대국으로서 책임도 지겠지만 권한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 미국은 매우 놀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부상에 미국은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로 외교의 우선 순위를 바꿨다. 정 전 장관은 "원래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이 월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한참 아래였는데 중국이 치고 올라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걸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것이 재균형이다. 미국의 헤게모니를 다시 찾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장관은 미국이 헤게모니를 되찾기 위해 사드라는 한 수를 놓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군사 대국이 되겠다며 동아시아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구실로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 지난 3월 31일(현지 시각)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양자회담을 가진 버락 오바마(왼쪽 끝)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끝)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뉴스

강대국 정치 속에서 탄생한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서는 그 구실이 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의 정책이 중요한데,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빌 클린턴 정부 때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이 하자는 대로 호락호락 끌려오지 않았다. 사실 북한은 상대가 좀 잘해주려고 하면 벼랑 끝 전술을 쓰기도 한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도 그런 게 보였다"면서 "북한이 약속을 안지킨다고 하지만 되돌아보면 미국도 지키지 않은 것 많다. 인과관계의 쇠사슬을 어디서 끊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렇게 북미 양국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중국이 새로운 지역 패권 국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지역에 자국의 군사력을 보강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야 했다. 여기에 북핵이 이용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북핵을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미중 외교 방식의 차이점이 드러난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은 웬만한 것은 화친을 통해 해결한다. 북한이 핵 문제를 가지고 분란을 일으킨 것은 틀림없지만, 북한이 중국의 수염을 뽑지 않는 한 중국은 북한을 찍어 누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언급한 평화공존 5원칙을 지금도 존중하고 있다"며 "영토와 주권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 평화공존 이라는 5원칙의 테두리 내에서 북한이 여기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적당히 하라는 수준의 이야기만 한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자국보다 약한 나라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바로 행동으로 나서는 식의 외교를 펼친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중국도 자기들처럼 주변 국가를 관리하는 줄 알고 중국에 '북한 니가 책임져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대국이 소국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데 중국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그리고 대통령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가 강대국 정치 속에서 작동하는 현실에서 한국이 펼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남한 하기 나름"이라며 북한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남한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한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봉쇄나 압박이 아닌, 관여와 개입이 필요하다"며 "관점의 문제인데, 특히 대통령이 대북 적대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남북이 화해 협력 정책으로 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우리에게 두 얼굴을 가진 곳이다. 군사적으로 분명히 남쪽에 적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남북 간에는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통일을 한다면 북한이랑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군사적인 측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동포라는 생각도 함께 가지고 간다면 남북관계는 우리가 얼마든지 주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한국 대선에서 다음과 같은 대북, 안보 정책을 가진 후보가 나온다면 10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강연을 마쳤다.

"북한의 두 얼굴을 다 보면서, 북한이 군사적으로 함부로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피스 키핑(Peace keeping)'을 철저히 하겠다. 그러나 안보만 챙겨서는 통일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통일을 위해 한 걸음 씩 '피스 메이킹(Peace Making)'을 하겠다. 피스 키핑과 메이킹의 균형을 잡으면서 나가겠다.

저도 북한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서 우리에 의존하게 하고 우리 말을 듣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상황을 안전하게 관리하겠다"

미국 군산복합체-한국 보수세력-북한 김정은 '짬짜미'?

이어진 질의에서 미국이 대선 이후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은 북한이 (군사적인) 사고 치기를 바라면서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도 올리는 등 자꾸 북한을 자극하고 있는데 북한이 거기에 걸려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북한이 사고를 치면 미국은 대북 압박 정책을 강화할 수 있고, 남한의 보수 세력의 정권 재창출도 가능해진다"며 "오죽하면 남한의 보수세력과 북한 집권세력, 미국의 군산 복합체간에 뭔가 우리가 모르는 짬짜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현실적인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일 SLBM 시험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발사 시험 성공이후 관계자들과 함께 기뻐하는 김 위원장 ⓒ노동신문

반대로 북한이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은 계산이 정확하고 빠르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겪은 이후에 또다시 이와 유사하게 지상에서 벌이는 국지전급 도발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 배치로 미국과 중국 대결이 심화되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가 강화되면 북한은 내심 사드 배치를 환영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사드 배치를 환영하거나 이걸 이용해서 뭐라도 챙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어쩔 수 없이 사드에 대응하기 위해서 SLBM 발사 시험을 하고 있지만,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재원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계속 군사 경제에만 쏟아부으면 인민 경제 쪽에 투자를 하지 못한다. 소련이 왜 망했나"라고 되물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북한은 인민 경제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안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한이 안보에 사용할 돈을 인민 경제에 돌릴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만들어준다면 남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올 수 있다"며 북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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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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