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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은 일본 대사관 앞에 있어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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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은 일본 대사관 앞에 있어야 역사" 김복동 할머니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 팔아먹었다"
"이곳은(기억의 터) 일본이 보기 싫다고 한 소녀상을 감춰두는 골방이 아닙니다. 소녀상은 그곳(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있어야 그것이 역사입니다. 기억의 터는 골방이나 피난처가 아님을 명백하게 말씀드립니다."

106년 전 일제의 한일 합병 조약이 체결됐던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인 29일, 서울 남산공원 옛 통감관저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인 '기억의 터' 제막식이 열렸다.

기억의 터 최영희 추진위원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최근 소녀상을 옮기려고 할 때마다 기억의 터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소녀상은 어느 누구도 옮길 수 없다"며 위와 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일본이 (화해 치유 재단에) 내겠다는 10억 엔은 개발도상국에게 주는 구호 기금이다. 그 돈을 받는 날이 제2의 국치일이 될 것"이라며 일본으로부터 10억 엔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정부 입장을 비판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5일 일본 정부가 화해 치유 재단에 10억 엔을 내기로 결정했다면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소녀상과 관련, "(지난해 한일 양국이 발표한 위안부 문제의) 합의 이행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사실상 소녀상을 이전 및 철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한일 합의에서 양측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가 남산에 마련된 위안부 기억의 터로 소녀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지난해 위안부 합의 이후 "소녀상 문제는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민간이 알아서 할 일" 이라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지만 일본의 10억 엔 출연 이후에는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소녀상은 후손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없는 돈을 모아서 우리나라에 세워둔 것"이라며 "자기들(일본) 땅도 아니고 지금이 식민지 시대도 아닌데 돈 줬으니까 철거하라? 100억이 아니라 1000억을 줘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정부가 자신을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10억 엔에 팔아 넘겼다면서 "자기 자식이 (우리처럼) 끌려 갔어도 그런 말이 나올까?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을 위하는 것인지, 한국을 위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3년이 넘도록 일만 벌려 놨지 제대로 한 게 뭐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 할머니는 "25년 동안 대통령이 여러 명 바뀌었는데 이렇게 속이 상하게 한 대통령이 없었다"면서 "일본에 소녀상까지 팔아 먹고 할머니들 몸값 받아서 재단 만든다? 일본에서 위로금 받아서 재단 운영하는 것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 우리는 절대 그 돈 못 받는다"고 밝혔다.

▲ 29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 통감관저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억의 터' 제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대지의 눈' 조형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할머니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고 진정한 사과다"라며 "할머니들이 정부 지원으로 받은 돈을 기부까지 하고 계시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손 뗀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 등재 사업을 서울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기억의 터 역시 서울시가 앞으로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는 지난해 추진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서울시와 함께 민관 합동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추진위와 서울시는 지난해 '남산공원 통감관저터'를 최종 장소로 확정했고, 이후 지난 6월 21일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으며 같은 달 29일 기공식을 거쳐 이날 제막식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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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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