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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잠수부 160명 '뻥튀기'…"큰일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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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해경, 잠수부 160명 '뻥튀기'…"큰일 났네" 세월호 유가족 "아직도 경찰에 감시받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잠수 인력을 과장해 논란을 일으킨 해양경찰청이 실제로는 수색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내부 보고도 한 사실이 2일 밝혀졌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이틀째인 이날 신현호 특조위원은 "해경은 수색 상황에 대해 정확한 사실 전달을 하지 않고 국민의 응원을 받겠다는 언론플레이만 했다"며 참사 당시 해경본청과 서해청 유선 통화 녹취록, 해경 관계자의 특조위 조사 당시 진술 등을 공개했다.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안전행정부 중앙재해대책본부 긴급 브리핑 자료에 나와 있는 수중 잠수 인력은 160명이다.

당시 해경의 상황 정보 문자 시스템에는 '선내 진입하지 못함'이라고 보고 알림이 떴고, 해경본청상황보고서 등에도 실제 잠수수색 인원에 2명으로 보고됐다. 그런데도 안행부는 왜 수중 작업 인력을 160명으로 발표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신 위원은 "4월 16일 해경본청과 서해청 유선 통화 내역을 살펴보면, 오후 2시 58분. 3시 15분 수색 안 되는 걸 해경이 다 알고 '큰일 났네, 큰일 났어'라면서,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고요'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이때 해경 상황 6보가 전파되는데, 이전 보고서에 없던 잠수 요원 160명이 갑자기 등장한다. 수색이 안 됐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160명 잠수 요원 투입과 함께 격실 등 생존자 수색 실시라는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특조위는 이와 관련 해경 관계자를 대상으로 벌인 자체 조사 결과를 밝혔다. 지난 6월 7일 한 관계자에 따르면, 6보는 다른 보고서와 달리 상황기획팀이 썼으며 해경지휘부가 모두 있는 자리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위원은 "그 담당자조차도 6보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진술했으며, 왜 그런 걸 작성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구조세력은 없었다고 했다. 최경덕 씨는 "17일 낮에 사고 해역 가까이 해경 피(P)정을 타고 들어가 20~30분간 머물러 있었는데, 배 주변에 고무보트 한두 대만 빙빙 돌았고 잠수는 하지 않았다"며 "민간 잠수사들이 내가 타고 있던 배에 옮겨 탔는데, 그중 한 분은 새벽 3시부터 저녁 6시가 될 때까지 한 번도 잠수를 못 했다며, 못 들어가게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해경은 유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지만, 17일에 이어 18일, 19일까지도 잠수 투입 인력이 50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해경은 유가족과 국민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긍정적 여론 조성에만 신경을 쏟았다. 신 위원이 공개한 2014년 4월 19일 자 해경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SNS 추이 변동 실시간 대응, 국민적 응원 분위기 조성 추진 등'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신 위원은 "정부나 해경 지휘부는 참사 당시 구조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걸 알지만 유가족과 국민에게 제대로 된 상황 알려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열심히 했다고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가족 지원 나왔다'던 경찰이 사복 입은 이유는?

유가족을 '지원'이 아닌 '감시'한 경찰 행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부터 지금까지 경찰에 감시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정혜숙 씨는 "진도 체육관에 있을 때 누구냐고 물어보면, 2학년 5반이라고 했다가, 다른 장소에서 물어보면 또 2학년 11반 누구라고 하는 일이 허다하게 있었다"며 "알고 보니 사복경찰이었다"고 했다. 이어 "내 자식의 생사를 모르면 소리를 높이는 게 당연한데, 목소리 높이면 뒤에 누군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 많이 하는 가족은 더 많이 따라붙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참사 당시 진도체육관에 있는 경찰은 정복이 아닌 사복을 착용했다.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경찰공무원법상 경찰은 제복을 착용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정보 보안 또는 외사 관한 업무 근무 중에만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며 "유가족 지원을 왔다는 경찰이 사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은 실제로는 은밀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유가족의 동향을 관찰하는 업무를 수행한 셈"이라고 했다.

경찰은 수시로 가족들의 동향을 수집해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는 자체적으로 입수한 경찰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4월 22일 동향보고. 각 장례식장에서 애도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조문객 맞고 있으며 사고 관련 정부 비방 발언 등 특이 동향 없음"
"4월 23일. 사고 현장이 야권 텃밭으로 이번 사고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SNS 의견 개진 등을 차단해 민심 동요 없도록 대처"

권 위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경찰이 여야를 나누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공무원법 위반이다. 이런 걸 보면 참사 초기 경찰과 해경이 무슨 일을 했고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찰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런 자료를 보고도 얼굴을 들 수 있겠나. 증인이 안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최경덕 씨는 최근까지도 경찰에 의해 차량 번호를 조회당하거나, 청운동 농성 중 '성호 아빠 최경덕 씨'라고 호명 당한다며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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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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