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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노동 혐오’가 바탕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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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노동 혐오’가 바탕화면" [기고] 노동자의 파업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나라, 민주주의 국가인가
이 세상은 누군가의 노동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유지될 수 없다. 심야의 편의점에서나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곳에 노동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열차가 제시간에 오고 인터넷이 연결되고 주문한 택배가 도착하고 응급 환자를 속히 병원으로 이송하고 물과 가스가 언제든지 나오는 삶의 이면에는 다른 이들의 노동이 숨어 있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노동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토록 중요한 노동에 대한 혐오를 바탕화면으로 쓰는 컴퓨터 같다.

9월 27일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조합들이 정부가 밀어붙인 성과 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평소에 아픈 사람들을 돌보거나, 국민들의 건강과 노후를 위해 일하거나, 출퇴근 길 시민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거나, 명절 때 하루도 쉬지 못하고 귀성객을 태워 나르는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공익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삶을 밑에서부터 받치는 일을 한다. 이런 사업장에 정부는 반강제로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제부터 성과를 내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를 구분해서 연봉에 차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경쟁을 통한 효율화로 공기업을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알고 있다. 성과 연봉제가 노동자를 노예로 부려먹기 딱 좋은 제도라는 것을. 공기업의 문제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와 경영진의 합작품임을 알기에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았다.

이에 정부는 바로 불법 파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강력한 징계를 천명했다. 그리고는 부산지하철과 철도노조의 파업 참가자들에게 직위 해제 통보를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화에 나서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절대 타협은 없다는 자세다.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야 할 정부가 노조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노동에 대한 지독한 혐오와 냉소가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처럼 뿌리박혀 있는 현실이다.

직위 해제는 철도노조의 2006년, 2009년, 2013년의 파업 때에도 대량으로 행해졌다. 철도공사는 직위 해제의 이유로 근무 태도 불량과 파업으로 인한 공사의 위상 실추에 따른 명예 훼손, 불법 파업에 대한 복귀 명령 위반을 들었지만 이 모든 것은 직위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 행위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철도노조가 제기한 부당 직위 해제 취소 청구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2007년 공사의 인사 규정상 징계 의결 요구 중인 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등에 한한 것으로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를 근거로 직위 해제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2009년의 파업에 대한 직위 해제에 대해서도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철도공사의 직위 해제가 불법임을 판결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에 대해 일단 직위 해제부터 시키고 윽박지르고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쟁의는 무조건 밟고 가겠다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몸에 밴 습관이다. 틈만 나면 법과 원칙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이 불법을 자행하는 모습은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1항처럼 그 정신이 훼손된 채 유린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분쇄해야 할 그 무엇으로 간주하는 나라를 과연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벌써 일부 언론에서는 지하철 파행 운행으로 인한 시민 불편에 대해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면 사회는 왜 그래야 했는지 귀부터 기울여야 한다.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일손을 놓는 것은 "이 사회가 아파요"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먼저 정부가 이 외침에 진정성 있는 응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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