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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유족 "경찰 손이 아버지에 다시 닿게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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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유족 "경찰 손이 아버지에 다시 닿게 하고 싶지 않다" [현장] 법원 영장 발부에 백남기 씨 유가족 "부검 반대" 입장 발표
"힘내세요."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갑자기 나온 시민의 목소리에 고(故) 백남기(69) 씨의 딸 민주화 씨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인의 부인인 박순례 씨는 자기 옆에 서 있는 민주화 씨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민주화 씨는 괜찮다는 듯이 엄마의 두 손을 두드렸다. 이들 왼쪽 가슴에는 근조(謹弔)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이들 옆에는 백남기 씨의 아들 두산 씨와 도라지 씨가 나란히 서 있었다.

"저희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사람들의 손이 다시 아버지에게 닿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가족은 절대 부검을 원하지 않습니다."(故 백남기 씨 딸 도라지 씨)

▲ 발언 중인 백도라지 씨. ⓒ프레시안(최형락)

"다시 경찰 손이 닿게 하고 싶지 않다"

28일 밤, 법원이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하자 백 씨 유가족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는 곧바로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경찰이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손에 다시 경찰 손이 닿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유가족의 입장"이라며 "부검은 사인이 명확한 만큼, 필요하지도 않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백남기 투쟁본부는 이런 유가족 뜻을 받들어 부검을 반대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유가족 뜻과 백남기 투쟁본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강행할 경우, 있는 힘을 모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조건부 영장 발부, 효력은?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밤 검·경이 재청구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 측은 영장 발부를 두고 "취지는 장소와 방법에 관해 유족의 의사를 들으라는 것"이라며 "유족 및 유족이 원하는 지정하는 사람을 부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부검 과정을 영상 촬영 등의 조건으로 발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제기한 조건 관련해서 △ 부검장소에 대해서는 유족의 의사를 확인하여 서울대 병원을 원하면 서울대 병원에서 할 것 △ 부검 참여 관련해서는 유족이 원하면 유족 1~2명, 유족이 원하는 의사 1~2명이 참여하도록 할 것 △ 신체 훼손은 최소한으로 하고 부검 과정은 영상으로 촬영할 것 △부검의 시기, 방법 등은 유족에게 충분히 설명하여야 할 것 등을 걸어 발부했다.

하지만 유족이 이날 고인의 부검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법원이 제기한 조건을 경찰이 충족시키기에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프레시안(최형락)

"지금 부검하는 것은 순수한 동기라 보기 어렵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을 만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거부한다"며 "경찰이 (부검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만나겠지만, 부검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접촉해온다면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0개월이 넘는 과정에서 명백한 사인을 두고도 경찰은 사건의 책임자를 한 번도 소환하지도 않고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다"며 "그런 경찰이 지금 부검을 하겠다고 하니까, 그 부검의 순수한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검에 반대했다.

그는 "'(검경이) 명백한 사인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궁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신을 가족들이 하고 있다"며 "지금 불신받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손에 억울하게 희생된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 가족들의 입장이다. 가족들의 입장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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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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