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씨에 대한 법원의 '조건부 부검 영장' 발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이 해당 영장에 기재된 제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강 법원장은 5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부검 영장에 붙어있는 조건은 압수 절차와 방법에 대한 것으로 일부 기각의 취지로 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특정한 제한이 들어있기에 그 범위를 벗어나는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기각이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압수수색 절차 제한은 의무 규정이냐는 거듭된 질의에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의무규정을 지키지 못한 영장 집행은 위법한 게 아니냐"라는 질문에도 "일단 제한에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씨의 맏딸 도라지 씨는 "가족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경찰이 그냥 감행해서 부검을 진행한다면, 법정에 가서 증거로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라지 씨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 법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부검에 대한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며, 아마 (경찰이) 부검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장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었는데, 중앙지법에서 영장에 대해 해석을 했으니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해자가 피해자 부검 요구하는 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외신 기자들은 백 씨 유족에게 부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도라지 씨는 "(부검을) 의뢰하는 주체가 경찰인데, 경찰은 이 사건에서 가해자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검을 요구하는 이것 자체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백 씨 사건 변론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정일 변호사는 "처벌받을 자가 수사를 한다고 하면 그 수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리라고 의심하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과거에도 국가권력으로부터 명백하게 폭행이나 고문 등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있는데 진상규명을 위해 부검을 한 결과 오히려 외상보단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진 사례도 많았다"고 했다.
백 씨 유족은 백 씨 사인을 놓고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와 서울대학교 측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백 교수가 "가족이 체외투석치료를 반대해 최선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백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이날 도라지 씨와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둘째 딸 민주화 씨는 "가족 입장에서는 궤변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가족에게는 (연명 치료) 동의 여부만 받기 때문에 본인이 결정한 바를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과연 의료인의 올바른 자세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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