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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3명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문재인·박원순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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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3명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문재인·박원순 격분 文 "부끄럽고 미련한 짓"…朴 "야만적 불법, 탄핵 대상"
박근혜 정부가 정권 비판적 작품을 만든 예술인 등을 대상으로 9000명이 넘는 '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박원순 시장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런 야만적 불법 행위와 권력 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대상이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런 정도의 사건이 서구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대통령도, 어떤 내각도 사임할 일"이라며 "권력의 막장 드라마이고 사유화의 극치"라고 했다.

박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저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1600여 명의 명단도 주요한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다"며 "정상적 민주주의 하에서 어떤 공직 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시장은 "당장 국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그 조사 결과에 따라 탄핵이든 사임 요구든, 그 무엇이든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총선 민의가 무엇을 바라는지 아직 잊지 않았다면 야당은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 지금까지 메가톤급 권력 비리와 권력 남용이 수없이 있었는데도 다수당이 된 야당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이 기회에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도 따져 달라"며 "어찌 정보기관이 멀쩡하게 천만 시민의 손으로 선출된 시장을 제압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듭 "국민의 마음이 여당과 정부는 물론 야당으로부터도 온전히 떠나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더민주를 향한 비판을 되풀이했다. 이는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기존 야당의 주류 세력과도 선을 긋는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로 해석된다.

문재인 전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 검열을 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졌다"며 "부끄럽고 미련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예술인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문 전 대표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예술인들을 건드리지 말라"며 "예술은 권력을 풍자하고 시대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한 사명 중 하나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이 정부의 예술적 무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 관련 이슈인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전 대표와 박 시장은 '격분'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반면, 또다른 야권 대선 주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전날인 12일자 <한국일보>는 한 예술계 인사가 "지난해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내려왔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 실제 (내가) 이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거니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고 말했다며 이 인사가 제공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인사는 신문 인터뷰에서 "그 때는 '저 말이 진짜일까' 싶었는데 이후 예술계에서 이런 저런 잡음이 들리면서 정부가 이 블랙리스트를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사진에는 블랙리스트 명단의 목록에 해당하는 분류표가 찍혀 있었다. 명단은 블랙리스트 인사들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눠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예술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 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문화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에 참여한 1608명 등으로 분류하고 "총 9473인"이라고 명시했다. 문건은 A4용지로 100장이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이었다고 한다.

이 보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수 성향 일간지인 <조선일보>조차 13일자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우호적이냐, 아니냐를 잣대로 누구는 되고 안 되고를 찍어 내려 보낸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개성과 자존심으로 먹고사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에 정치가 끼어들어 시시콜콜 이래라저래라 하는 한 진정한 문화 융성은 싹트기 어렵다"는 논설위원 칼럼을 실었다.

앞서 유명 시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시사하는 발언이 담긴 한국예술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일보>의 '9473명 블랙리스트' 보도는 도 의원이 폭로한 회의록의 내용을 정확히 뒷받침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청와대, 예술인 블랙리스트 만들어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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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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