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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남북축구 때 '한반도旗 아닌 태극기'라 화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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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남북축구 때 '한반도旗 아닌 태극기'라 화내" 박지원 "새누리 색깔론…평양 갔다온 박근혜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의 '송민순 회고록' 공세에 대해 "이런 식으로 계속 색깔론을 제기한다면 저도 다 이야기하겠다"고 압박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들고 나온 것은 남북 교류와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에피소드다.

박 위원장은 1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저는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4시간 동안 나눈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대북 특사를 요구했는지, 요구하지 않았는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특히 박 대통령은 상암경기장에서 남북 축구팀이 축구를 할 때, 태극기를 흔드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왜 태극기를 흔드느냐, 한반도기를 흔들어야 한다'고 화도 냈다"며 "그렇다면 우리도 '태극기를 흔들지 말게 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색깔론을 제기해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에피소드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회고록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 전 대표는 이 책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먼저 경기장에 와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화난 얼굴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관중들이 한반도기(旗)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냐는 것이었다"며 "(또) 경기 시작 전 붉은악마가 '대한민국'을 외치자 박 전 대표는 구호로 '통일 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시 내게 항의했다"고 썼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이 박 대통령에게 "관중들은 축구협회 직원이 아니고, 자기 돈 내고 들어온 사람들한테 태극기를 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고도 했다. 당시에도 박 대통령의 대변인 격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대통령이 "왜 그 분에게 항의를 했겠는가.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이 정 전 대표의 회고록에 나온 이 에피소드를 5년 후에 다시 꺼내어 소개한 것은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 논란을 정몽준 전 대표 회고록으로, '북한 결재' 의혹을 '태극기 부정' 의혹으로 맞받은 셈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 '태극기' 사건에 대해 "저희는 그런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충정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시치미를 뚝 뗐다.

그는 "새누리당도 10년 전의 일로 자꾸 색깔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추가 발언에서 "요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신이 나간 것 같다"며 "갑자기 17년 전 대북송금 특검 문제에 대해서 '4억5000만 달러를 우리가 당시 북한에 송금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는데, 이건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4억5000만 달러는 현대그룹이 철도 등 북한에 대북사업 7가지 상업 베이스로 지불한 것'이라는 판결이 났다. 아무리 색깔론을 좋아하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지만 사실을 알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회고록 논란에 대해 "당시에는 남북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북한과 사전에 협의를 했을 수도 있고, 주권국가로서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외교적 차원에서 북한에 통보를 해줬을 수도 있다"며 "지금 우리 정부도 미국, 일본, 중국과 사전 협의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정부에서 결정을 하고, (다시) 사후 통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외교관계"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박 위원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3일간 계속 말씀이 바뀌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당시 관계자들과 협의를 해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2011년 9월 5일자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이재명 "북한에 '10월 유신' 사전 통보한 박정희야말로 '북한 결재'"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날 SNS에 올린 글에서 "남북 관련 사안 판단을 위해 북한 입장을 조회한 것이 '내통'이면,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북한에 통보한 박정희 정권은 그야말로 '북한 결재'를 받은 것이고, 돈을 주고 북한에 총격 도발을 부탁한 새누리당은 해산당해 마땅한 '반역 집단'"이라고 했다.

지난 2009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공개한 구 공산주의 국가들의 북한 관련 외교문서를 보면, 평양 주재 동독·불가리아 대사관은 본국 보고에서 '김재봉 북한 외교부 부부장이 1972년 10월 19일 동유럽 6개국 대사들을 북한 외교부로 불러, 유신 선포 하루 전인 10월 16일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판문점 통로로 유신 선포 배경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고 설명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 또 김재봉 부부장은 이들에게 '10월 17일 유신 선포 한 시간 전에 남측은, 오후 7시에 비상사태를 공표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도 했다. 이 시장이 언급한 것은 이 역사적 사실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이른바 '총풍 사건'은 구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오정은, 장석중, 한성기 씨 등이 대선 두 달 전인 그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의 박충 아태위 참사를 만나 '판문점에서 무력 충돌을 일으켜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사건이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확정,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단 이들이 이 당시 후보의 동생 이회성 씨 등 캠프 핵심 인사 및 신한국당 지도부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규명되지 않았고, 법원도 '확인할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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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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