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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득? 진짜 악마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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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득? 진짜 악마는 따로 있다! [기자의 눈] 분노의 대상인 그들은 왜 웃고 있을까

1.6% 차이였다.

1997년 대선, 김대중 당선자의 득표율은 40.3%였다. 2위였던 이회창 후보는 38.7%였다. 3위였던 이인제 후보가 19.2%였다.

보수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해도, 표심은 여전히 보수

김 당선자가 얻은 40.3%는 김종필, 박태준 등과 연대한 결과였다. 이른바 DJP(혹은 DJT)연대다. 김종필 당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는 정치 인생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의 지역 기반인 충청도 일대를 직접 발로 누볐다. 그렇게 표를 긁어모았는데, 이 후보와의 차이는 1.6%에 그쳤다. 만약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이 조금만 낮았다면, 15대 대통령은 이회창이었다.

대선이 임박한 시기, 14대 대통령인 김영삼의 지지율은 6%대였다. 1997년 11월 17일, 한국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당시 언론은 '국가 부도'라고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 지지율 6%, 여당 후보 득표율 38.7%.

한국 사회가 작동하는 한 원리가 이 수치에 담겨 있다. 보수 진영이 배출한 대통령이 나라를 망쳤다고 믿어도, 상당수 국민은 여전히 보수 후보를 지지한다. 당시 이인제 후보가 얻은 표 역시 보수 성향 표심이 더 많이 반영돼 있었다. 김대중 당선자가 얻은 표 가운데 일부는 김종필 세력 덕분이라는 것까지 고려하면, 1997년 15대 대선에서 확인된 표심은 보수 우위였다.

정권 바뀌어도, 경제 사령탑은 늘 박정희 시대 엘리트 관료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꾸려진 내각에서 총리와 경제 부처 장관은 죄다 자민련 몫이었다. 통일부 장관마저 보수 성향의 강인덕이었다.

당시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쥐었던 건,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외환위기 수습을 위한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김용환 고문이 위원장을 맡았다. 김 고문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 관료다. 박정희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 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었다.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 교체, 하지만 경제와 안보는 여전히 박정희 시대의 엘리트가 담당했다.

당시 김용환 고문이 불러들인 사람이 이헌재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경제 사령탑을 맡았던 그 역시 박정희 시대의 경제 관료였다. 김 고문이 재무부에서 일할 당시 눈여겨 봤던 후배 관료가 이헌재였다.

김용환 고문이 모았던 사람들은 지금도 활동한다. 유일호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1997년 당시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이었던 유 장관은, 김 고문의 부름을 받고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이후 결과는 아는 대로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경제 정책은 그대로였다.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박정희 노선이다. '관치'는 그대로인데, 공공 부문 민영화만 활발했다. 경제 사령탑은 여전히 박정희 시대의 엘리트들이었다.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한 서울 강남 거주 관료들이 손발 노릇을 했다.

박근혜 지지율 떨어져도, 그들이 웃는 이유

경제는 성장을 멈췄는데, 재벌은 몸집을 더 불렸다. 그건 재벌의 성장이 새로운 부가가치 창조의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약자의 몫을 더 빼앗아 온 결과다. 그러자면, 주먹이 필요하다. 고상하게 말하면, 행정부 및 정치, 언론 권력의 협조다. 여기 가담한 엘리트들 역시 계속 풍요를 누렸다. 먹을거리는 그대로인데, 누군가는 뱃살이 더 늘었다. 굶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말이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 실감한다. 이 나라는 '헬조선' '지옥 불반도'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 시위 참여가 난생 처음이라는 이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그리 놀라지 않는 표정이다.

그들은 잘 안다.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보수를 지지하는 표는 줄지 않는다. 설령 정권을 잃어도, 경제와 안보의 큰 줄기는 그들 몫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제2의 이회창이다. 기존 보수 정치의 때가 덜 묻은 엘리트를 내세워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하면, 승산은 충분하다.

헐값 입장료 내고 '심판 없는 경기장' 들어간 재벌들

사이비 목사 최태민 씨 일가의 비리는 양파 껍질 같다. 벗겨도 벗겨도 계속 나온다. 31일자 <조선일보>가 최순실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를 '진짜 실세'로 지목했다. 지금껏 드러난 정황을 보면, 일리가 있다. 최순득 씨의 딸 장유진 씨(장시호로 개명)를 둘러싼 의혹도 달아 올랐다. 앞으로 뭐가 더 나올까.

최 씨 일가의 엽기적인 비리만 넋 놓고 바라보는 건 위험하다. 그들의 전횡이 가능했던 건, 곳곳에 심어져 있던 박정희 시대의 엘리트들 때문이다. 꼭 그 시대에 활동했던 이들만 가리키는 건 아니다. 박정희 시대의 이념을 내면화한 이들이 여전히 경제와 안보의 중핵이다. 최 씨 일가의 숙주,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게 그들이었다.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 언론의 역할 역시 빠뜨릴 수 없다.

다른 곳으로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최순실 씨가 써준 대통령 연설문, 거기 담긴 정책 방향으로 이익을 누린 게 누구였나.

"규제는 암"이라고 했다. 재벌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비용을 입장료로 내고 '심판 없는 경기장'에 들어갔다. 그들의 난동으로, 찢어지고 부러진 건, 중소기업, 자영업자, 비정규직이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비용은, 재벌이 약자들을 사실상 거저 뜯어먹은 대가치곤 턱없이 헐값이었다.

"북한이 곧 무너진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 진짜 안보를 위협하는 수구 세력만 활개 쳤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북한 장사정포는 우리에게 더 위험해졌다. 북한 군부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다.

분노의 대상인 그들은 왜 웃고 있을까

31일 오전 내내, '최순득'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이었다. 스마트폰은 종일 '카톡'하고 울어 댄다. 최 씨 일가를 둘러싼 엽기적인 소문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는 분노했다.

그런데 분노의 대상인 그들은 왜 웃고 있을까.

▲<조선일보>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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