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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도 '박근혜 하야' 요구…총리 임명에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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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도 '박근혜 하야' 요구…총리 임명에 '폭발' 문재인 "국정 공백 우려된다"면서도 "朴, 마지막 기회 박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협의 없이 차기 국무총리 내정자를 전격 지명하자, 야권 대선 주자들은 '하야하라'는 직설적 요구로 맞섰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게 주어진 정치적 소명을 담아 비장한 각오로 선언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두 번 반복해서 말했다. 다음은 이어진 그의 말.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더 이상 헌법을 파괴할 권리가 없습니다. 당신에게 더 이상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을 권한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더 이상 선조들의 피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을 끌고 갈 명분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이 시간부터 위대한 국민들과 함께 정의를 되찾기 위한 그 길을 가겠습니다. 어떠한 고난도,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습니다. 정의를 위한 길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안 전 대표는 "청와대가 오늘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 국민께 헌법 파괴 사건의 죄를 고백하고 백 배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버젓이 총리를 지명했다"며 "이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모욕이고,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국민들을 조롱한 폭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안 전 대표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게 된 경과에 대해 "저는 그 동안 국정 붕괴 사태를 해결하고자 여러 차례 수습책을 말씀드렸지만 오늘 또 한 번 깊이 절망했다.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각명단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박원순, 긴급 성명…"박근혜 즉각 물러나라")

문재인도 "중대 결심", "비상한 결단" 언급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들이,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지도부의 입장보다 더 강경한 '즉각 하야' 목소리를 낸 것은 현 정국을 바라보는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평가받는 문재인 전 대표는 안철수·박원순 두 사람보다는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 역시 하야 요구에 일보직전까지 접근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전남 나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차기 총리 지명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분노한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라며 "위기의 본질은 박 대통령에게 진정한 반성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반성 없이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 국민들의 압도적인 민심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고 퇴진해야 된다는 것이다. 저는 그 민심을 잘 알고 있고 그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치의 장에서 차선책이라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하야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우리 헌정사에 큰 비극이 되고, 그로 인한 어떤 국정의 혼란이나 공백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차선책이라는) 그 도리로서 제안했던 거국 중립 내각 방안을 박 대통령은 거부했다"며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박 대통령은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박차고 있다"며 "정치적 해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저 역시 비상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경고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은 야당의 하야 투쟁을 강요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내정을 유보하고 국회·여야에 총리 및 거국 중립내각 구성에 대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야당으로서는 이제 대통령의 주도권을 인정하든가, 아니면 하야 투쟁으로 나서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은 셈"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오늘의 상황은 4.19혁명, 6월 항쟁과 같은 초 비상사태"라며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전 대표는 다만 "대통령은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는 자세로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재차 '거국 내각'을 요구하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유승민·남경필 "대통령이 상황 몰라…위기 깊어질까 걱정"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잠룡'들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유승민 의원은 "이렇게 된 이상 야당에서 동의해줄 수 있도록 청와대도, 당도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사전에 야당에 동의를 구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이번 주 중 다시 국민 앞에 서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단 한 줄의 글을 남겼다. "국가적 위기가 더욱 깊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대통령이) 중립 내각을 위해 노력했으나 심각한 민심에 비춰볼 때 대단히 미흡하다"며 "분노한 민심 전달이 덜 됐다. 심각성이 반영된 인사라는 국민체감이 덜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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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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